차에서 내리자마자 눈길을 끈 것은 충전용 전동카트!!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오토캠핑 맛을 보기 전이라 수동일반카트만 밀다가 전동카트를 처음 보니 신박했다. 입구에서부터"에코힐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왠지 더 자연친화적일 것만 같고, 곳곳에 관리가 잘 된 느낌이 든다.
기념사진 한컷 / 열일해준 전동카트
자연스럽게 우리의 번호푯말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전동카트가 있어서 천만다행이지. 주차장에서부터 사이트까지는 거리가 꽤 되었다.
이곳은 사이트 둘레를 허리춤만 한 높이의 식수로 둘러놓아서 나름대로 사적인 공간 구분이 되어있다. 여태껏캠핑장이라곤 두 곳을 간 게 다지만 다 다른 걸 보니 전국에 있는 캠핑장 도장 깨기를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짐을 옮기고 텐트를 치며 1박 2일간 우리 집을 꾸며놓고 근처에 계곡이 있다고 해서 주변 산보를 하기로 한다.
주소지가 경기도에 가까운 강원도이지만쪼꼼 위로 왔더니 계곡물이 여전히 차다. 그렇지만 손도 발도 다 한 번씩 담가보고 약간의 험지를 지나 되돌아오니 숲 해설사와 체험활동이 있다는 플랜카드가 눈에 띈다. 여쭤보니 다음날 10시 집합이라셔서 그때 다시 오기로 한다.
계곡 물에 손과 발을 담근 아들들
이쯤 되면 나의 캠핑일기 패턴이 눈에 익어 식사메뉴가 그려질 독자들이 있으리라.
저녁은 돼지고기에 또 어. 묵. 탕이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우동면을 추가해서 먹는다. 또 먹어도 잘 먹는 우리들. 요즘 캠핑 다닐 때마다 고기를 구워 먹어서인지 집에서 먹는 일이 없어졌지만 캠핑 올 때마다 너무 고기, 고기만 먹은 것 같다며 괜히 남편을 타박한다.
장작은 피울 수 없어 불멍은 생략이지만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밖에 있어도 꽤 괜찮은 온도에 한참을 있다가 들어갔다. (이 날 밤은 유독 주변 마을의 개 짖는 소리가 들려 한참을 자장가 삼아 잤다는 후문)
아름다운 밤 풍경
분주한 아침주방 겸 식탁
날이 조금만 밝아져도 눈이 저절로 떠지는 캠핑장에서의 다음날 아침.
매번 라면만 먹이자니 성장기 두 사내의 건강이 우려되어(남편과 나도 포함) 된장국에 도전해 본다. 양파, 호박, 감자, 두부를 정갈하게는 아니고 깍둑깍둑, 투박하게 썰어 넣고 육수는 요즘 대세 '동전을 닮은 육수' 이거 하나면 깊은 맛 최고다. 도마는 아주 간편하게 쓰고 버릴 요량으로 펴서 말려놨던 우유팩 되시겠다. 여기에 가시를 제거한 고등어까지 구우니 이건 7첩 반상 부럽지 않은 나름 든든한 숲 속의 한 끼가 되었다. 생각보다 요리도 해볼 만하다. 해보니 필요한 조리도구들이 많아서 맥시멀리스트인 나는 점점 장비욕심이 늘어난다.
하지만 아직 갬성까진 손을 못 대는 미니멀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우리 차에 더 실을 갬성은 없다.
숲 해설사님과 함께하는 협동놀이 시간
아침식사 후 10시가 되자 무대와 귀여운 벤치들이 모여있는 캠핑장 광장에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처음엔 캠핑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을 몇 가지 알려주시고 빨리 찾는 미션이었다. 아이들과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식물들을 찾아보고 빠르게 미션을 마무리하니 기념배지를 주셨다. 그리곤 다 같이 모여서 협동놀이를 하게 된다. 도구 없이 손에 손을 맞잡기도 하고 무지개텐트라고 어린이집 행사 할 때 본 적이 있는 천막 끝을 다 같이 잡고 그 안에서 공을 튀기며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협동심을 발휘하는 놀이다. 서로 이름도, 나이도 모르고 처음 보는 사이지만 활동에 함께 참여하며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캠핑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닌가 싶다.
요즘 스마트폰에 심취해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특히 캠핑장에 와서 게임을 하고 있노라면 이 시간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쓰이면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되도록 여기서만큼은 자연의 풍광을 느끼고, 자연에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놀이 삼아 시간을 보낸다면 어떨까? 더 자주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