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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율 Dec 28. 2023

우중캠핑의 로망

아니고 공포




우리 빗소리부터 듣고 시작할까요?



 더운 여름이 시작되었으니 또 캠핑을 가야지!

추울 땐 전기장판, 히터가 있으면 되는데 더울 땐 뭐가 필요할까? 선풍기 하나로 해결이 될는지...

산속의 밤이라면 여름이래도 왠지 시원할 것 같은데, 문제는 낮의 열기일 테다. 이글이글 무더위를 빠르게 식히기 위해선 물이 있는 곳으로 가자. 바다, 계곡 언제고 몸을 퐁당 담그고 나면 더위가 씻겨 내려갈 것만 같다.


이번엔 선배 캠퍼인 지인들과 함께 캠핑을 가기로 했다. 다들 캠핑장비도 있으니 함께 가보자 해서 가게 된

[양양 미천골 자연휴양림 야영장]

 이른 아침 출발해서 입실 전까지 시간을 보낼 생각으로 양양 서피비치에 들렀다. 서피비치는 서퍼들의 서핑장소이기에 물놀이 허용이 안돼서 근방의 해수욕장을 찾았다. 이미 물놀이 준비를 다 해왔어서 장비를 갖추고 한참을 바다수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캠핑장 가기 전 들른 양양 바다

 

그렇게 한번 에너지를 쑥 쏟아붓고 그 길로 산길을 지나 캠핑장에 도착했다. 이 캠핑장을 찾아봤을 때 보니 마치 백패킹을 해야 할 것 같은 곳. 짐을 나르기엔 험난해 보였다. 도착해서 보니 역시나 길은 좁고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상태였다. 주차장에서부터 좁은 다리를 지나야 했고, 경사진 곳에 최대한 자연 그대로를 유지한 채로 설치된 데크가 있었다. 우리는 그 위에 텐트를 쳐야 했다. 이것도 처음이다. 노지 캠핑장이 아님에도 어른들끼리 오는 게 더 안전할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이들은 어디든 발붙일 틈 없이 그저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그러기엔 가파르고 땅이 고르지가 않아서 걱정이 앞섰다. 계곡까지는 꽤나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했고, 여기에 있는 동안은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할 아이들 곁에는 누구든 지켜보는 어른이 있어야 안심이 될 듯하다. 사태파악은 되었으니 아이들이 계곡에서 놀 동안은 번갈아가며 보초를 서기로 정했다. 캠핑장엔 이미 도착했고 이젠 걱정스러운 마음은 넣어두고, 물놀이로 출출했던 배를 떡볶이로 채운다.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바다에서 놀 때와는 달리 금세 날이 어둑해지면서 빗방울이 살짝씩 떨어졌지만 금방 그치겠거니 했다.



캠핑의 즐거움 먹는 즐거움 / 데크가 있어 다행이야


 여러 가족이 함께 갈 때는 그중에서도 넓은 텐트가 있는 쪽에 주로 모이게 된다. 그날의 식당이자 거실이고 우리의 파티장이다. 이 시기부터는 벌레와의 전쟁이기 때문에 결국 날이 어둑해질 무렵이 되면 어딘가론 들어가야만 했다. 다행히 같이 온 가족의 텐트는 굉장히 커서 그 안에서 해결이 가능했다. 서로가 끌어 올 수 있는 최대한의 테이블과 의자들을 모아서 인원수대로 맞춰두고, 아이들과 어른들의 식사시간은 되도록 겹치지 않도록 했다. 아이들의 식사를 먼저 챙긴 후 놀이를 위한 옆 텐트로 이동시키고 그때부턴 어른들의 식사가 시작된다. 산속이라 벌레가 많을 것을 대비해 모기향을 피우고 벌레퇴치에 좋다는 아로마오일도 여기저기 뿌렸다. 이 계절의 캠핑은 나도 처음이라 만반의 준비를 다했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벌레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얘네들에게도 여긴 험난한 곳인 건가? 그래도 밤이 되자 화장실만큼은 많은 벌레들의 은신처가 된다. 이걸 두고 보는 게 힘들다면 캠핑이 싫어지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나도 벌레를 예뻐하진 않지만 몇 번 다니다 보니 '얘네도 살아야겠지'하며 볼일을 보게 된다.






 각자의 텐트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텐트를 뚫을 기세로 퍼붓기 시작한다.

'낮부터 우중충한 하늘에 비를 잔뜩 머금고 있더니 결국은 쏟아내는구나'

캠핑을 다니기 전에는 우중캠핑의 로망이 있었다. 비바람 치는 거 말고 잔잔히 비 오는 걸 텐트 안에서 바라만 본다면 잠깐은 아름다울 것 같은 상상해 본 적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시커먼 산속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데다 특히 텐트에 부딪히는 빗방울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남편도 이런 적은 처음이다 보니 바깥상황을 파악하러 나갔다가 쫄딱 젖어서 돌아왔다. 애들은 비가 오든지 말든지 이미 골아떨어진 지 오래고, 나 역시 몸은 피곤한데 이 공간의 분위기가 공포스럽게 느껴지더니 아까까지 쏟아지던 잠이 다 달아나버렸다. 별일은 없다지만 여긴 산속이고, 비가 얼마나 더 올는지 알 수가 없으니 여름철 뉴스에서 계곡물이 불어나서 대피하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다행히도 이곳은 지대가 높기는 했지만 아무도 모를 일이지 않나. 기상예보를 확인하던 남편이 새벽까지 오다가 그칠 거라곤 했지만 당장에 투두둑 내리는 빗소리에 쉽게 잠이 들진 못했다. 하나 둘 잦아든 빗방울 소리를 들을 때가 돼서야 겨우 잠들었다.

처음 여기 도착했을 땐 데크 위에 텐트를 치는 것도 낯설었고,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턱이 높아서 불편했는데, 비가 오고 보니 데크 위에 설치한 게 참 다행이었다.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캠핑은 기상예보를 꼭 확인해야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자. 그렇지 않더라도 변수가 생길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겠다.


 간밤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한 아침. 계곡 물은 여전히 차가웠는데도 거기서 3시간을 놀던 아이들의 체력에 혀를 내둘렀다. 나왔다 들어갔다 간식 먹고 들어갔다가 또 반복을 하더니 보다 보다 이제 어른들이 지쳐버렸다. 어린 동생들은 입술까지 퍼레졌으니 7월의 강원도 계곡은 춥기까지 해 더위 걱정이 무색해진다.

퇴실시간이 되자 이대로 바로 돌아가기엔 아쉬움이 많아 양양 시내 아이들이 놀만한 곳을 검색했다. 근처에 큰 놀이터가 있는 공원이 있어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역시 아이들은 뛰어놀만한 곳이 있으면 어떻게든 논다는 사실.


캠핑장 퇴실 후 바로 돌아오기 아쉽다면 그 캠핑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둘러볼 만한 곳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간밤에 숙면을 취했다면 말이다.

양양송이조각공원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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