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쓰는 가을날의 캠핑일기. 이것은 시간을 역행하는 글쓰기인가?아님 미리 가보는 가을날의 풍경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천안가족캠핑장]
10월의 마지막 주. 이미 밤송이들이 떨어질 시기가 지난 뒤 가게 된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구역이 꽤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사내 3명에 6세 공주님과 함께 할 캠핑이라 최대한 안전을 고려해 평지인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침 핼러윈시즌이었지만, 조용히 지나갈 생각으로 오천 원짜리 전구 한 개만 챙겨갔다. 생각보다도 많은 텐트에 핼러윈 장식과 이웃 캠퍼들과 나눌 간식거리를 준비한 걸 보니 빈 손이 조금 민망하긴 하다.
대부분 숲나들e 사이트를 통해 국립 캠핑장들을 주로 다니지만 가끔 가는 사설 캠핑장에서의 장점이라면 주인이 그곳에 상주하고 주인장의 특징이 제법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번 캠핑장도 화장실, 샤워실 모두 직접 만든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런 부분이 오히려 정감 있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해봄직한 상상이 가능케 한다.
그런 그날의 하늘은 높고 맑았고 사이트 곳곳에 있는 수채화 같은 풍경이 또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일찌감치 자리 잡고 저녁메뉴인 샤부샤부를 준비한다. 모든 재료를 씻고 잘라서 그냥 바로 끓이기만 하는 정도로 밀키트화 시킨 재료를 우걱우걱 쏟아 넣고 야무지게 칼국수 면으로 마무리해 본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알코올로 가득한 평화로운 밤을 보내고서 아이들 소리에 잠에서 깬다.
산책하다 발견한 밤송이들. 몇 주 전까지 줄기차게 쏟아져 나오던 밤나무들 사이에 아직도 떨어질 밤송이들이 있었나 보다. 봉지 한가득 주워 담아와서 살펴보니 벌레 먹는 것들도 꽤 있어 보인다. 저녁에는 구워 먹어 보기로 하고 이튿날도 가을의 정취를 오감으로 느끼고 들이마시고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2박 3일 캠핑에서의 여유로움을 전에도 겪어본 적이 있어 혹시나 심심할 틈이 생기면 해보자고 가져온 달고나 키트를 꺼낸다. 애들 반은 아빠들 따라 놀러 나가고 반은 엄마들과 달고나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
<달고나 만들기>
재료 : 설탕, 소다, 국자, 나무젓가락, 누르개, 모양틀
1. 국자에 설탕 두 숟가락을 붓고 녹을 때까지 계속 저어준다.
2. 소다 한 꼬집을 넣고 저어준다.
3. 널찍한 판 위에 부은 다음 20초 정도 살짝 식힌 후 누르개로 꾹 눌러준다.
4. 모양틀을 꾹 눌러준다.
5. 조심스럽게 잘라본다.
6. 누가 누가 틀로 찍은 모양대로 남기는지 대결해 보거나 아니면 그냥 맛나게 먹는다.
생각처럼 되지 않아 몇 번의 좌절을 거친 후에야 정상적인 모양의 달고나를 만들 수 있었다. 못나면 못난 대로 먹고, 잘되면 잘된 대로 이에 콕 박힐 만큼 와그작와그작 깨먹으니 달콤 씁쓸한 달고나의 맛이 훨씬 잘 느껴진다.
봉지 한가득 담긴 밤들
달고나 만들기
점심은 햄버거다. 초보 캠퍼였을 때는 번거롭다 싶은 메뉴는 감히 시도조차 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서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지인들의 캠핑 메뉴에도 관심을 갖고 한번 해보기도 하고, 함께 가서 거들기도 하면서 나날이 진화된 식탁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그중 두 번째로 시도해 본 햄버거.
떡갈비라는 간편한 냉동식품이 있어서 나름 버거왕의 패티를 흉내 낼 수 있다. 떡갈비가 있으니 베이컨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일 거 같고, 토마토는 흘러내리는 과즙을 막을 길이 없어 보여 생략했다. 햄버거 빵 종류도 여러 가지인데 처음 시도해 봤을 때는 참깨가 콕콕 박힌 빵이었다. 만드는 과정, 먹는 과정에서 자꾸만 튕겨져 나오는 참깨를 감당 가능하다면 그것도 괜찮고, 이번처럼 반들반들 기본 햄버거 빵도 좋다.
<햄버거>
재료 : 햄버거 빵, 떡갈비, 치즈, 양상추, 베이컨, 돈가스소스, 마요네즈
1. 떡갈비, 베이컨을 구워준다.
2. 햄버거 빵의 안쪽면을 구워줘도 되지만 생략했다.
3. 빵 사이에 떡갈비, 치즈, 양상추, 베이컨을 얹고 소스 두 가지를 뿌리고 먹는다.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이 햄버거 레시피를 보고 해 본다면 설거지거리가 덜 나온다는 사실에 한번 더 반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캠핑장 안에 있는 방방장에서의 점핑놀이로 햄버거를 일찍이도 다 소화시키곤 또 간식을 찾는다. 저녁을 고기로 배불리 먹고도 입과 위에 쉴 틈을 안 준다. 종일 먹는 것에 열을 올리더니 "엄마 캠핑장 오면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라는아이의 말에 '아니 그럼 집에서 먹는 것들은 맛이 없었단 말이더냐'라고 하려다가"그렇지 여기 오면 뭐든 더 맛있게 먹게 되는 것 같아"라며 깊은속내를 드러내곤 한다.
사실 그렇다. 정말 매번 새로운 것을 "많이" 먹고 간다.
그런 김에 이번에 알게 된 당 충전 최고 간식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바나나 브륄레. 디저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들어보고 먹어본 적 있을 것이다. "크림브륄레"라는 프랑스의 디저트가 있다. 커스터드 크림을 그릇에 담은 뒤 크림 위에 설탕을 올리고 토치 등을 이용해 설탕을 녹여내 단단한 설탕 막을 입힌다. 그다음엔 단단한 설탕 막을 톡톡 깨서 먹는 것이다. 이를 간소화한 "바나나 브륄레"를 직접 해보니 흡사 요즘 최고 전성기를 누리는 탕후루와 비슷한 듯하다.
<바나나 브륄레>
재료 : 바나나, 설탕, 토치
1. 바나나를 가로로 잘라준다.
2. 설탕을 양껏 뿌려준다.
3. 토치로 설탕을 녹인다.
4. 설탕이 굳으면 톡톡 깨서 먹는다.
두 번째로 초간단 스모어 쿠키는 원래 크래커 두 개와 마시멜로로 만든 간식이다. 스모어라는 이름은 'some more(조금 더)'라는 말이 변형되어서 스모어 쿠키가 되었다고 한다. 원래 초코파이 속 마시멜로 말고는 잘 먹지 않았는데 캠핑 와서 캠프파이어할 때 구워 먹는 마시멜로의 순간적인 단맛은 신경안정제 같은 역할을 하곤 한다.
<스모어 쿠키>
재료 : 마시멜로, 비스킷 제크 (야채크래커 등)
1. 마시멜로를 노릇노릇 잘 구워준다. (타지 않게 표면을 잘 굴려주면서)
2. 제크 두 개 사이에 마시멜로를 넣고 꾹 눌러주고 그다음에 먹는다.
마시멜로 옆에 자리 잡은 밤과 고구마들도 꽤나 맛있었다.
낮에 주워왔던 밤 중에 벌레 먹은 것들을 골라내고 또 구워진 것 중에서도 발견돼서 먹지 못한 밤이 절반은 되어 보였다.
몇 알 안 되는걸 8명이서 나눠먹으니 더 꿀맛. 오히려 좋아
바나나 브륄레와 스모어쿠키
밤나무골에서의 먹부림. 또 2킬로가 쪄서 간다. 세상에 맛있는 것들은 왜 이리 많을까? 먹기 위해 운동한다는 말을 몸소 느끼는 2박 3일이다. 특히 당 충전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면 순간적으로 입 속에 넣고서는 뒤돌아서 후회하곤 한다. 이번에 해본 초초초간단한 간식은 캠핑 가거들랑 시도해 보는 것은 좋지만 상습적 당충전은 추천하지 않는다.
오래도록 건강한 캠핑을 하기 위해서 아무래도 이런 달달구리간식은 캠핑 세 번에 한 번 정도로 제한해야겠다. 적정체중을 유지하고, 치아건강을 위해서는 양 조절 필수! 귀찮아도 자기 전에 양치는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