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숨기고 싶은 이름.

by 예미니

나는 지금 2004년생을 가르친다. 첫 제자들과 7살 차이였는데 이제는 학부모와 7살 차이도 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추월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아 참으로 씁쓸하다. 사실 학교에 있으면 나이를 실감하지 못할 때가 많다. 아마도 학생들에게서 밝고 젊은 기운을 받은 덕분일 것이다. 보통 20대 중후반에 교사를 시작하면 정년까지 30여 년을 학교에서 생활한다. 한참 고 3 담임만 줄곧 맡았을 때는 해마다 나오는 졸업앨범 속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내가 진정한 여고괴담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을 때도 있었다. 자기 자식을 키우지 않는 이상 10대 아이들과 매일 이렇게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서 지지고 볶는 경험을 교사 말고 또 누가 하겠는가. 아니지. 이건 더 하지. 자식의 10대는 몇 년이지만 교사에게 학생의 10대는 30년이니.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의 공통점 하나가 학교 밖에서 교사 신분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교사라고 밝혔을 때 돌아오는 대답이 너무도 뻔하고 불편해서였다. 방학에 대한 부러움. 방학에 월급 나오는 부러움. 쉬어도 월급 나오는 부러움.. 퇴직하면 따박따박 받는 공무원연금.. 상실과 불안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교사들이 보장받는 요지부동의 안정감은 불편부당함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캐치하고 짜증 나지만 뭐라 반박하자니 치사스러운 그런 순간들을 몇 번씩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숨. 김. 본. 능. 이 발동하였다. 대화를 하다 보면 분명 부러움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미묘한 감정선들이 있다. 사람들은 같은 일을 두고도 회사원이 왜 저래라는 말은 안 해도 교사가 왜 저래 라는 말은 쉽게 한다. 직업이 곧 나라는 사람을 대변하게 된 교사는 학교 밖에서도 도덕성과 책임감, 윤리의식의 잣대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상대는 그럴 마음이 없는대도 괜히 부정적인 시선을 상상하며 지레 겁먹고 나를 감추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소개팅 상대남들의 질문을 통해 알게 된 지극히 사적인 이유 하나를 더 보탠다면 그들의 90년대 학창 시절은 아름다운 추억 외에 불합리와 불공정, 그리고 체벌이 있었다. 그런 그들이 학부모가 되면 내 귀한 자식에게 함부로 하지 마 식의 방어막이 생기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교사를 바라보게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적대 상황이 다수의 의견은 아니길 바란다.

어떤 선생님이 자주 가던 단골 마트에서 우연히 본인의 신분이 노출되었는데 다음날 마트를 다시 방문하니 가게 주인이 “어머 벌써 퇴근하셨나 봐요”라고 했다고 한다. 퇴근 후에 그렇게 많이 갔어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인데 이 말은 또 무슨 의미인 건가 싶어 괜히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오해일 수도 있고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교사들은 이런 미묘한 순간들을 생각보다 많이 경험한다.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숨김 모드를 장착하고 학교 밖을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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