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반 운영은 우리나라가 가진 정말 특이한 시스템이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 속 학교 이미지를 떠올려 보시라. 긴 복도 양옆으로 사물함이 늘어서 있고 벨이 울리면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의 수업 교실을 찾아간다. 교과 선생님은 전용 교과 교실에서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을 맞이 한다.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각자 알아서 하교한다. 우리의 학교는 이것과 딱 반대이다. 아이들은 고정된 교실에 앉아 선생님을 기다리고 벨이 울리면 선생님들이 해당 반을 찾아 교실로 이동한다. 담임 선생님은 1교시 전에 조회라는 것을 하고 7교시가 끝나면 종례를 한다. 집에 가고 싶어 안달 난 아이들을 붙잡아 청소를 하고, 각종 안내문을 전달하며 가정통신문을 나눠주고 지각생들에게 내일은 절대 늦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다. 하루에 두 번 일이십 분 동안 벌어지는 기계적 일상. 물론 쉬는 시간 중간중간 아이들은 또 담임을 찾는다. 아파서, 싸워서, 질문이 있어서, 교실 문이 잠겨서, 뭐가 필요해서 등등등.. 우연히 마주치는 교과 선생님들은 누가 수업 시간에 잤는지, 버릇없게 굴었는지, 과제를 안 냈는지 등등을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아.. 혼자 있고 싶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삐딱한 마음을 잠시 품었다가 마음을 돌린다. 결국 학교의 모든 일은 담임을 통하게 되어 있다.
몇백 명의 학생들이 하루의 절반을 한 학교에서 생활한다. 이 집단의 일상이 고요하고 평온하길 바라는 것은 너무도 비현실적인 소망이 아닐까. 하루에도 몇 번씩 몇 반 누구 담임으로 여기저기서 호출이 온다. 이쯤 되면 오피스 엄마 아닌가. 매일매일 학생들의 출석 관리와 교육 활동 전반의 모든 민원을 처리하는 담당자도 담임이다. 교과 수업을 할 때는 교육자로서, 담임 역할을 할 때는 보육사로서 활동한다. 학교에서 대략 절반 정도가 담임교사이고 비담임 교사와의 월급 차이는 한 달에 13만 원이다. 돈으로는 절대 동기부여가 될 수 없는 제도이다.
코로나 이후 담임에게는 콜센터 업무가 추가되었다. 원격 수업을 시작하면서 아침 조회는 화상 채팅으로 바뀌었고 단톡 방과 전화 문자를 통한 의사소통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긴 방학의 연장선쯤으로 여기는지 밤낮이 바뀌고 방에 들어앉아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이 많아지자 학부모의 원성과 민원도 늘어갔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각종 신청, 지원, 조사 등을 요구하는 서류들은 줄지 않았고 이 모든 것을 전화와 문자로 해결하다 보니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이 절로 나올 지경이 된 것이다. 원격수업이 시작된 후, 교과 선생님들로부터 학생들의 실시간 수업 출석상황과 과제 미제출 명단을 받아 연락하고 독촉하고 처리하는 일 또한 또 다른 일상이 되었다. 교육부에서 등교 중지와 온라인 수업 기간 연장 논의가 나올 때마다 여론은 들끓는다. 안전을 이유로 학교에 보낼 수 없다는 쪽과 수업 결손과 아이들 방치가 심각하다는 쪽의 의견이 팽팽하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없는 학교에서 하는 일 없이 따박따박 월급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댓글도 가끔 보인다. 담임교사인 나는 할말하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