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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ff 심리치유책방 May 04. 2024

꿈보다 '직업 정체성'-직장인의 외로움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홍민지

 '진짜 맛있는 거 먹었던 그날!! 온도, 습도, 풍경이 다르지 않아요?'    

 

그날의 기분에 따라먹고 싶은 것이 정확하고 원재료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가진 이들은 좀 멋진듯하다. 저렴한 입 맛을 가진 나는 배만 부르면 되고 몸에 나쁘지 않으면 먹는다. 맛집을 찾기보단 한 끼를 때우는 정도다. 음식을 좋아하고 맛을 아는 사람들은 맛집을 찾고 운전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즐긴다. 기다림 끝에 맛본 음식이 완벽하게 좋았던 경험들이 쌓이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 미식가의 반열에 오른다. 어린 나이의 미식가들은 찾아보기 힘든데 시간과 돈이 넉넉하지도 않지만 그들에게 음식은 맛과 더불어 sns에 올릴 만한 드라마틱한 모습인지 가성비가 있는지 누구와 먹는지 등 외적 조건이 작용한다. 


우리가 직업을 구하고 생계를 꾸려온 과정도 미식가가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처음 직장을 구할 때 내 적성 못지않게 부모님의 요구, 성적 등 외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았고 생계를 위해 직업을 구했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적응하고 능력을 쌓으며 열심히 살았다. 직무에 맞는 능력을 키우고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 눈치를 익히고 적금을 들었다. 직장에서 열심히 살다 보니 내 취향에 맞는 맛집을 찾아내는 미식가처럼 일하는 재미, 성취라는 깊은 맛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청소년기에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자아 정체성을 가지듯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고 어느덧 스스로 '직업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은퇴를 앞둔 많은 사람들이 은퇴하고 이제 쉬거나 즐기는 일만 남았다 생각했는데 100세 시대라고 하니 막막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여행을 가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것 못지않게 제2의 직업,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어린 시절처럼 꿈을 찾아가자니 막막하고 어렵다고들 많이 말한다. 이럴 때 앞서 말한 꿈이 아닌 '직업 정체'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랜 시간 직장에서 일한 경험을 곱씹어 보면 누구보다 스스로 신나서 기분 좋게 빠른 시간에 잘하는 능력이 있는데 이것이 직업 정체성이다. 즉 자아 정체성의 핵심이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라면 직업 정체성의 핵심은 내가 신나서 하는 일이다. 

나의 경우 직업 정체성은 누구보다 사람에 관심이 많고 사람들의 마음을 성장시키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심리학 책 읽기를 좋아했고 만나는 사람들의 서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심리학 공부도 신나게 했다. 지금 나의 직업 정체성은 사람 마음이다. 은퇴 후에도 사람 마음과 관련된 일을 하면 무조건 행복할 것 같다. 


오래 직장 생활을 한 사람들은 바빠서 못 보았을 뿐이지 신나서 잘하는 일, 탁월한 업무 능력이 어떤 것이든 분명히 있다. 직업 정체성을 찾고 거기에 맞는 새로운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어린 시절 신나서 떠들던 꿈보다 멋은 없지만 남은 삶을 행복하게 이어가게 하는 맛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꿈을 갖는 순간 타인의 평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따른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 당신이 작가 자질이 있는지 선배 작가에게 평가받고 평론가의 평가를 받고 문예상의 평가를 받고 출판사의 평가를 받는다.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하면 소속사의 평가를 받고 예중 예고 예대 입시의 평가를 받고 오디션까지 가서 평가를 받고 음원 플랫폼의 평가를 받는다.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는 불합격의 낙인이 찍힌다. 그러면 힘이 쭉 빠지고 매우 서운해진다. 하지만 애초에 꿈을 이루겠다는 강박이 없다면 타인의 긍정적인 평가를 목 빠지게 기다릴 일도 불합격 딱지를 받을 일도 없다. -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38쪽 인용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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