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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ff 심리치유책방 May 11. 2024

 [휴대폰을 찢고 싶은 충동]  테크시대 부모의 외로움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속에서 천불이 난다.'

휴대폰에 붙들린 아이를 보며 우리 귀여운 막내가 어릴 때, 아니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던 그 시절에는 없던 낯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각자 바빠 어렵게 시간을 맞추어 외식을 하는 날, 다 큰 자식 잡도리 대신 밥값이 왜 이렇게 올랐냐며 물가탓하며 화를 달래 본다. 재빨리 다른 가족은 어떤가를 살핀다. 부모가 연신 내 말 듣고 있냐 묻지만  아이들 시선은 고정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시간은 다 어디로 가버렸나.'


꼰대 부모로 돌변하여 교훈이 가득한 내 속내를 드러내고 싶지만 참는다. 본보기를 보여야 하기에 애 앞에서 휴대폰 확인도 안 한다. 잘 참고 있다 생각하는데 막 무언가가 치밀어 오른다.

'사랑하는 우리 막내는 사라지고 휴대폰에 잡혀먹은 너만 남았구나'

엄마 말고 휴대폰 창을 보고 배시시 웃는 네가 야속하고 또 맘이 저린다. 저 작은 기계 안에서 너는 웃는데 나는 왜 저 작은 기계를 찢고 싶은 건가.   

  

무엇이 잘못되었나 생각해 본다.

일단 부모로서 나의 훈육의 상태와 태도를 반성하기 시작한다. 오은영박사로 돌변하여 나의 금쪽이를 분석한다. 분석 후 당연지사 반성모드로 진입한다.

' 그래, 지난번에 지가 힘든 거 이야기하면서 핸드폰을 안보던데. 너무 나 위주로 말했네. 아닌데 남편이 문제인데 너무 가르치려든 것 같은데... 아니야. 내가 아이 말에 너무 경청하지 못했어.'


반성을 한 뒤 이제 배운 부모답게 사회의 문제를 조목조목 생각한다.

‘ 지금 너의 주변의 현실이 휴대폰 세상보다 재미가 없구나. 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 이 경쟁사회가 문제군. 그러니 모든 아이들이 휴대폰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휴대폰 세상은 즉각 답을 주잖아. 아이들이 힘드니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보는 거야.’

'아 아니다. 우리 애가 혹시 ADHD 인가. 우울증인가. 아 그러면 안 되는데... 저거 저거 뭐 먹고살려고 휴대폰만 보는 거지...  '   


이런 복잡한 원인 분석의 회로를 돌리다 보면 바로 무기력해진다.

·혼을 낼 수도 휴대폰을 뺏을 수도 세상을 바꿀 수도 없다는 무력감을 바탕으로 한 절망적인 마음이 나를 덮친다. 그러면 둘 중 하나다.

"핸드폰 그만 봐. 제발 핸드폰 그만보고 우리 쇼핑할까. 산책할까?"

 억압과 회유를 시도한다. 이런 신이시여. 저를 왜 이런 시험에 빠지게 만드시나요.     


하긴 어른인 나도 인스타 유튜브를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지하철을 타면 노인분들도 거의 대부분 휴대폰을 보고 계신다. 종이 책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대 테크 기업들은 돈을 벌기 위해 우리를 핸드폰에 잡아두고 놓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스토커처럼 나를 감시하고 분석하고 나아가 구매를 이끌어내고 굴복시킨다. 마치 덫에 걸린 느낌이다. 설탕 종지에 빠진 벌레가 된 기분이랄까. 편리와 쾌락이라는 달콤함을 죽는 줄도 모르고 빠져드는 가여운 존재


 환경위기, 독재 정부, 전쟁은 위협이 명확하고 적이 정확해서 같이 연대하여 기업들과 싸우고 우리 스스로 주장을 할 구실을 주고 활동가들을 부추기고 투쟁하게 만들고 환경을 개선한다. 하지만 휴대폰 속 세상은 인간에게 재미를 주는 동시에 무언가 자유를 주며 스스로 조절하면 핸드폰 중독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준다. 중독된 것이 무엇이든 그 끝은 비슷한데 중요한 것들을 뺏긴다. 휴대폰 세상에 우리는 가족과의 시간, 빈둥거리는 여유, 자연을 바라보는 멍 때리는 명상, 상실을 애도하는 여백, 나를 돌아보는 휴식 등을 뺏기는 중이다. 휴대폰에 집중하느라 인간적인 어떤 면들에는 덜 집중하고 있다. 휴대폰 속 세상이 중요하다 보니 사람과 사람으로 만날 시간 나를 깊이 이해할 시간이 점점 없어진다. 테크 기업은 광고로 수입을 얻어야 하기에 무조건 인간의 모든 집중력을 핸드폰으로 끌어당겨야 하고 그것을 밀쳐낼 힘이 우리에게 점점 없어 보인다.


나약한 부모인 나는 생각이 너무 복잡하여 차라리 정부가 테크 기업을 강력 규제하는 법을 만들고 '인간적인 기술'만 개발하게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 이제 아이랑 얼굴 보고 밥을 먹고 싶다. 간절히   


   

나는 우리가 이제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집중력을 소중하게 여기는가? 깊이 사고하는 능력이 우리에게 중요한가. 우리 아이들이 집중력을 기르기를 바라는가? 만약 그 렇다면, 우리는 집중력을 기르기를 바라는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 한 정치인의 말처럼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도둑맞은 집중력 434쪽 인용’


나는 집중력 저하가 주로 나나 여러분이나 여러분 자녀의 개인적 실패가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를 찾아냈다. 모두가 공격을 받고 있다. 우리를 공격하는 세력은 매우 강하다. 그러한 세력 중에는 거대 테크 기업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을 훨씬 뛰어넘는다. 진실은 전 세계의 집중력이 타들어가는 와중에 우리는 자신을 탓하고 자기 습관을 바꾸라는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도둑맞은 집중력 3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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