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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ff 심리치유책방 May 18. 2024

껍데기는 가라/회사원들의 외로움

가짜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데니스 뇌르마르크)

불멍...

일렁이는 불꽃을 보고 있으면 묘하고 고요하다. 무언가를 송두리째 태우는 건 아름답구나 . 화려하기도 하고. 불꽃에 마음을 뺏긴 채 한참 보고 있다가 불씨로 남기 전, 한 줌 재로 남기 전 물을 부어 버린다. 불꽃이 사람의 삶과 같다는 생각에 다 타기 전에 나무의 일부를 남긴다.

이승에 미련이 많은 나는 전체를 태워 화려한 불꽃이 되기보다는 일부만 태우고 나무 조각으로 남아 살아내고 버티길 택한다.


" 최근에 회사를 다니다 잠시 일을 쉬고 있어요. 번 아웃이 온 것 같아서요. 회사 생각하며 너무 지쳐요. 우연히 선생님 블로그에서 독서치유모임을 글을 보고 참여했어요."


독서 모임에서 책을 가장 많이 먼저 읽고 띠지를 제일 많이 붙이는 K. 의미 있는 질문도 적극적으로 한다. 그런 그녀가 너무 고마워서 필사 노트를 선물했다.

" 항상 고마워요. 너무 열심히라서 독서 리더인 내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 제가 감사하죠. 저는 진짜 뭐든 열심히 하거든요. 회사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쓰고 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회사는 점점 요구가 많고 힘들었어요. 전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K가 다니는 회사는 허세와 과시를 위해 껍데기에 집착하는 관리자가  많은 곳인가 보다.  가짜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 집착하기에 효율적인 업무 처리보다 과장된 보고서와 아무도 보지 않는 문서를 만들어야 데 집착한다. 쓸데없는 일에 착한 사람들을 이용하고 대외적으로 과시할 만한 일에만 시간과 노력을 쓴다.

진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뭐든 최선을 다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좋은 결과를 내려고 애를 쓰고 효율적으로 일을 한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남은 시간은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언제든 가짜가 더 진짜보다 그럴싸해 보인다. 사이비 종교의 교리가 논리적이고 훨씬 그럴듯하다. 사이비는 진짜의 껍데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게요. 저희가 모두 동의해서 괜찮은 의견을 가지고 회의를 시작해요. 그런데 이사님이 계속 동의를 안 하는 거예요. 누가 봐도 우리가 낸 의견이 더 좋거든요. 결국 마지막엔 이사님이 원하는 쪽으로 결론이 요. 그럼 두시간 넘게 회의를 왜 해요? 의견을 묻지를 말던지..."


착하게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은 나쁜 관리자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흘리면 된다는 말과 '먼저 퇴근하겠습니다.'는 말 앞에 계속 망설인다. 여전히 제대로 일을 한다는 것은 회사에 남아 일을 오래 하는 것이며 과시할 성과물이 전부라는 가짜 노동에 집착하는 분위기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절약된 시간은 여가로 이어지지 않고 다시 노동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그렇게 ' 번 아웃'된다. 소진된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와 의미 있는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 에너지가 남지 않았고 그래서 무기력해진다.


" 선생님. 이거 제가 키운 화분인데요. 스승의 날 선물이에요. 학교 다닐 때 말고 스승의 날 챙겨본 거 처음이에요. 감사해서 가져왔어요. 독서 모임하면 마음 편해져서 좋아요."


" K 씨가 마음이 편하다니 정말 좋네요. 번 아웃 왔다고 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책방 자주 와서 충전하고 가요. 다 타버리기 전에 "


K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데 화분 여린 새싹의 연둣빛을 닮았다.



다시 의미를 찾으려면 큰 그림을 봐야 한다. 회사보다 더 큰 무언가를 위해 일해야 한다. 의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일하지 자신의 직장인 병원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변호사는 정의를 위해 일하지 자신의 법무 법인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교사는 사회의 미래를 위해 일하지 특정 학교를 지키는  임무가 아니다. - 가짜노동 34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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