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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영어 그림책을 싫어한다고요?

단계를 낮추고, 천천히 길들이기


아이가 영어 그림책을 싫어한다고요?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많은 엄마들이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려고 할 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그림책 읽어주기'일 것이다. 자신도 익숙지 않은 영어 그림책을 아이에게 편안하게 읽어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예전에 한 강의에서, 아이가 영어 그림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한 엄마의 질문에  그 강의자는 아이들은 다 그림책을 좋아하니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그림책을 찾아서 읽어주면 된다고 얘기했다. 사실 그 당시 내 주변에서 엄마표 영어를 하는 초보자들은 대부분 질문자와 같은 문제를 갖고 있었고, 그 대답은 실질적인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대부분의 엄마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가 읽어줬던 영어 그림책에 대한 경험이 없고, 단 한 번도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영어 그림책으로 접근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재미있는 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초급자의 경우에는 책의 형태조차 구분을 하기 힘들어하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책이, 리더스인지, 그림책인지, 파닉스 책인지, 챕터북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의 두께가 얇거나 두껍거나, 글밥이 많거나 적거나의 차이로 대략적인 수준을 판단하거나 유명하다는 책을 그냥 집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영어 그림책을 선택하는 부분에서 대부분 더 좋은 선택을 하지 못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영어는 세상에서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외계어와 같은 것이다. 엄마들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과거에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엄마의 눈높이에서 쉽다고 판단하겠지만 이제 처음 영어를 접하는 아이에게는 낯설고 불편하다. 아이의 나이가 몇 살이든 간에 이제 영어를 시작했다면 그 아이의 영어 경험치는 0세에 불과하다.



정정혜 저, 혼자서 원서 읽기가 되는 영어 그림책 공부법 중에서


국내에 출판되는 유명 원서들 대부분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아이들이 4~7세에 주로 읽어주는 책들이다. 4~7세의 나이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이미 알고 있고,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이 2600 단어나 된다. 그것을 감안한다면 영어를 이제 시작한 우리나라의 아이들에게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같은 수준의 책을 처음부터 읽어주었을 때, 그것을 아이가 듣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엄마가 주야장천 영어로만 줄줄 읽어준다면 어떨까?


아이의  수준을 고려한다면, 아이의 한국 나이가 7세라고 해도 단계를 낮춰서 아주 쉬운 그림 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한국어 독서의 능력은 나이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릴 때 책을 읽은 경험치가 적더라도 모국어가 발달함에 따라 독서 수준도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어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유치부에 '노출'을 통한 습득을 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경험치에 따라 책의 수준이 올라가게 된다.


고로, 아이의 영어 그림책을 고를 때에는 아이가 영어를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진행한 기간을 고려하여 아이의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엄마의 영어책 공부는 필요하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비교적 쉬운 단어와 문장 그리고 그림이 분명하여 아이가 그림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책들이 첫 시작하는 유치부 아이들에게 적당하다.

단, 리더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첫 시작 리더스는 문장 구조가 단순하고 반복되는 패턴이 있을 뿐, 스토리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이해하기는 쉬우나 '재미'가 없다.


이미지 출처 - Beyond Pink App



처음 영어책을 읽어줄 때에는, 한글책 못지않게 영어책도 재미있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 거기에 영어지만 생각보다 쉽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어려운 책으로 기를 죽이고 가뜩이나 낯설고 불편한데, 집중하지 않고 들으면 엄마의 표정이 사나워지고 있음을  아이가 느끼면, 영어 그림책을 읽는 시간은 가능한 피하고 싶은 시간이 되고 만다.


'아이가 영어 그림책을 좋아하지 않아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항상 나는 '한글 그림책은 어떤가요? 좋아하나요?'라고 되묻곤 한다. 워낙 활동적인 아이라서 책에 관심이 없는 아이도 더러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한글책은 너무 좋아하는데 영어책만 그렇다고 이야기한다면 문제의 원인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


한글책은 재미있고, 영어책은 재미없다고 이미 아이는 마음속으로 정해버렸다는 것.

그런 아이의 마음에는 이런 감정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영어 그림책은 어려워.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엄마가 화를 내.(제대로 안 들어주면) / 한글책을 더 보고 싶은데 엄마는 영어책만 골라와.



■영어 그림책은 어려워! /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아이의 영어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엄마의 기준과 취향으로 책을 골랐을 가능성이 있다. 아이가 책을 통해 느끼는 답답함을 해결하지 않고 그냥 영어니까 줄줄 읽어버렸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저기 추천 책을 두서없이 사들여서 그 집 아이의 대박 책을 우리 아이의 대박 책으로 만드려고 했을지도 모른다.(그 집 아이의 영어 경험치는 고려하지 않았을 터/ 태어나서 계속 영어환경에서 자란 집 아이의 대박 책과 이제 시작한 우리 아이의 대박 책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영어를 이제 시작한 아이는 영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는데도, 아이가  읽어주는 책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엄마의 그림 읽기가 빠져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림 읽기'만 잘해줘도 아이가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해 겪는 답답함은 완벽하게 해소가 된다.


영어 그림책을 읽을 때 영어로만 얘기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아이에게 온전한 한 권의 책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그림 읽기를 하지만, 그림 읽기를 통해서 이미 아는 책의 내용을 다시 2 회독, 3 회독을 할 때에는 영어로 읽어주면 된다. 그럴 경우 더 이상  못 알아 들어서 힘든 일은 사라진다.




■ 엄마가 화를 내/  자꾸 영어책만 들고 와. 난 한글책 읽고 싶은데


이런 경우는 빨리 결과를 맛보고 싶은 엄마의 불안함과 욕심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제 시작한 아이에게 하루 한 권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뒤집고, 앉고, 붙잡고 일어서는 것처럼 모든 것들은 때가 있다.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처음부터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에게 무리하게 책을 들이밀며, 그 좋아하던 한글책은 읽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좋아하는 영어책 한 권부터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의미 없이 아이의 진을 빼는 영어책 폭격은 어느 순간 '영어 거부'로 후폭풍을 맞기에 딱 십상이다.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데, 엄마의 불편한 심기는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다른 일에는 나에게 천사 같은 엄마가 영어에 관해서는 이빨을 드러내니 아이 입장에서는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라기보다는 긴장감이 감도는 그래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고 피하고 싶은 시간이 되고 만다. 억지로 다독하는 것보다 재밌어서 반복하고 싶도록 재미있는 책들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지 출처 - Flickr


단계를 낮추고, 이해 가능한 책들로 다독을 시켜야 한다. 다독을 시키기 위해서는 아이가 영어 그림책을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교적 글밥이 적고 그림을 통해 충분히 유추가 가능한 책들을 위로 아닌 옆으로 확장을 해야 한다. 그것이 넘치고 시간 많은 유치부 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면서 결코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다.


스토리 속에서 어떤 상황 속에 익힌 단어와 문장은 곧 입으로도 터지게 되어있다. 거기에 추가로 보여주는 DVD는 그 속도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쉽고 만만한 책들은 아이로 하여금 따라 말하게 하고 싶어 지고 가끔은 외워버리기도 한다. 그것은 그만큼 아이에게 영어책은 불편하거나 낯선 것이 아니란 얘기이고, 영어 말을 따라 하는 자체가 재미가 있다고 느끼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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