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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고 겪었던 세 가지 문제는!

'이론'보다 중요한 '경험'


나는 큰 아이 6세에 엄마표 영어를 처음 접했다. 6세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면서 나는 수많은 문제에 부딪혔다. 그중 세가지만 고르자면 첫 번째는 나의 영어 실력이었고, 두 번째는 이 길에 대한 무지함이었고, 세 번째는 아이가 느끼는 영어에 대한 불편함이었다.

엄마표 영어를 시작한다는 것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엄마 입장에서는 그 방법이 결코 엄마의 영어실력과는 무관하다고 할 지라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부담감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유명한 엄마표 영어 인플루언서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림책을 읽어주면 된다고 얘기들 한다. 재미있는 그림책을 고를 땐 상품평을 보며 선택하라고도 얘기한다.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그 환경에 녹아들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아이가 영어를 습득한다고도 말이다.

나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입장의 차이'를 절감한다. 엄마가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느냐에 따라 그 말은 가능한 일이 되기도 하고 불가능한 일이 되기도 한다. 영어를 못하는 엄마가 처음 영어 그림책을 접했을 때 오는 그 부담감을 그들이 정녕 알고 있기나 하는 것일까 싶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겪었다. 단순히 해석의 어려움을 넘어서 그 짧은 영어 그림책을 소리 내서 읽어주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겸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런 아름다운 조언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게 이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어떤 분이 내게 말했다. 이런저런 강의나 조언을 들어봤지만 하라는 것은 있어도 하지 말라는 것은 없었는데, 유일하게 나만은 '그런 거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름답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라는 식의 어설픈 조언이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이해할 수 없는 표현인지 그들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엄마표 영어를 시작한 사람들은 책 구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리더스인지 그림책인지도 구분하기 어렵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런 그들에게 그냥 '인풋'만 쌓으라고 얘기하면 그들이 정확히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


인스타, 블로그에 열심히 엄마표 영어를 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대부분 유아들의 엄마들이 엄마표 영어를 한다고 맨날 프린트하고 코팅하고, 찍찍이 붙이거나 혹은 어디 프로젝트라며 워크지에 줄 긋고, 오리고 붙이는 인증 사진만 잔뜩 올라온다. 이 길에 무지한 엄마들은 엄마표 영어는 저렇게 책까지 만들어가며 해야만 성공하는구나 싶어 진다.

정확히 그 행위가 어떤 목적을 위해서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해 없이 애써 찾은 정보에만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해서 나쁠 것이야 있겠냐만은 목적에 대한 이해 없이 행해지는 일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오는지가 의문이다.


8세 이상된 사람들이 내게 엄마표 영어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과감하게 누리보듬님이나 잠수네처럼 하라고 얘기한다. 7세가 된 사람이 내게 묻는다면 잠수네 식과 내 방식을 섞어서 안내한다. 7세 아래의 유아들에게는 잠수네 식은 절대 안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작 시기에 따라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2학년이 넘어서도 슈퍼 심플 송이나 위씽을 듣고 있는 경우도 많다. 6세에 시작한 나는 중간에 갈아타는 시기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 이유는 두 번째 문제인 이 길에 대한 무지함 때문이었다.

애초에 이 길에 대한 미리 공부가 없었던 내 탓이었다. 그냥 아름답게만 영상 보여주고, 소리나 노출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겼으나 시간이 갈수록 균형 있게 발전하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엄마가 정보에 빨라 4세에 시작하여 7살에 도달한 아이와 이제 이 길을 알아서 7세에 시작한 아이와 접근 방법이 같을 수가 있을까? 이미 앞에 아이는 3년 이상의 인풋이 있는 상태이고, 7세 아이는 나이는 먹었지만 영어 경험치는 0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길에 업을 가지고 있어 여러 아이들의 케이스를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자기 자식 한 명만 키워본 사람의 조언이 딱히 맞아떨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모임을 통해서 여러 명의 아이들의 성장을 눈으로 직접 보고도, 프로젝트를 통해 100여 명의 아이들의 경우를 확인하고도 나는 가끔 내 조언이 적절했는지 항상 고민하고 또 생각한다. 가끔은 지나치게 용감한 분들의 조언을 볼 때가 있다. 말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세 번째 난관, 아이가 느끼는 낯선 언어에 대한 불편함! 낯선 언어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는 아이를 데리고 엄마표 영어를 해보셨을까? 나는 그 경험을 뼈저리게 해 봤다. 매일 밤 책을 읽혀 책을 읽으며 자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아이였음에도 영어 그림책은 극구 거부하던 아이가 우리 큰 애였다. 영어 그림책을 듣기 싫어서 잠을 자버리는 것으로 표현했고, 단 한 번도 영어책을 꺼내오지 않았으며 영어 영상 앞에 앉게까지 3개월이 넘게 걸렸다. 매일같이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6살이었고, 시간이 충분하다고 느꼈던 시절이라 나는 그 불안함을 안고 이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7살이 넘어가고 8살이 넘어가는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이미 시간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에게도 그 조언이 통할까?

'하다 보니, 이렇게 잘하게 된 것'은 딱히 거부감 없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제법 영어가 부담스럽지 않은 엄마가 오랜 인풋의 시간을 들여서 그 나이까지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아주 아름다운 결과물이다. 왜냐하면 3살에 시작한 우리 둘째가 딱히 해준 것이 없이 그냥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길에 대해서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리뭉실한 조언보다는 누구에게나 통했던 방식들을 모으고 분석하고 확률을 따져보는 것.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들에 대해 안내하고, 그 안에서 다시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적절히 조언하여 끌고 나가는 것! 그게 '이론'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인가?

쓸데없는 옵션 따위는 제거하고,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목표를 설정하게 하고 그것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일, 그게 아름다운 조언들보다는 지금 시작해서 마음이 급한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처방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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