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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진짜 엄마표 영어 목적이 무엇인가요?

-목적에 맞게 접근해야 결과를 만든다.


엄마표 영어를 똑같이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지만, 모두 똑같은 결과를 내지는 않는다. 영어는 '실력 차이'가 아닌 '시간 차이'라고들 하는데 왜 어떤 집은 1년만 지나도 아웃풋이 팡팡 터지고, 어떤 집은 아웃풋은커녕 여전히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지역 내에서 엄마표 영어모임을 4년째 갖고 있다.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었고, 일부 몇 사람만 엄마표 영어를 진행하고 있었다. 다들 처음이라 어떤 방법이 제대로 된 방법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제대로'란 표현은 사실 적절하지는 않다. 그 어떤 방법도 맞고,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집에서 통하지 않았던 방식이 남의 집에서는 통할 수도 있으니 경우에 따라 '제대로'의 개념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엇을 '목적'에 두느냐에 따라 이 개념은 분명해진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절이 없다. 인스타, 블로그, 카페 등 손가락 하나만 클릭하면 엄마표 영어뿐 아니라 각종 교육자료와 정보들이 쏟아진다. 유아를 둔 많은 엄마들이 엄마표 영어에 동참하고 있다.

정보가 많다 보니, 문제는 방식이 지나치게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스타일이 극명하게 다른데도 모든 이들을 팔로우한다. 무엇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문제는 스타일이 다른 만큼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어설픈 모방에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따라 하다 보면, 시간을 자꾸 나눠 쓰게 되고, 오롯이 채워야 할 인풋의 시간이 자칫 불필요한 행위들로 쓰이게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의 문제는 엄마표 영어를 진행함에 있어서 '목적'의식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표 영어를 선택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애매모호하게 '영어를 잘하게 하고 싶다'는 정도의 이유로는 부족하다. '영어를 잘한다'의 개념은 어디까지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영어성적을 잘 받게 하고 싶다면 학원에 가서 공부 열심히만 해도 가능하다.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많은 선택지 중에서 무엇 때문에 꼭 엄마표 영어여만 했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 책을 쓴 성공한 선배맘들이 정해준 목표가 아니어야 한다. 그들의 목표를 자기가 세운 목표인 양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들과 그들의 자녀와 당신과 당신의 아이는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표 영어를 선택할 때, 처음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많이 듣고, 많이 보여주면 알아듣는 말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단어를 외우느라 고생은 하지 않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아이가 외워야 할 수많은 단어의 개수를 줄여주는 용도였다는 말이다. 그렇다 보니 기대가 크지 않아서 아이에게 푸시를 할 필요도 없었다.

대신 아이가 영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영어로 대화가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많이 듣다 보면 따라 말하는 일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에 나가서 그 환경에 오래 살다 보면, 학술적인 용어는 익히지 못할 지라도 또래의 친구를 사귀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정도의 의사소통은 가능해진다. 그것처럼 집안의 환경을 그렇게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목표였으므로, 새로운 방법과 정보가 들어와도 가지치기가 수월했다. 내가 추구하는 목적에서 벗어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하루 이상 고민을 하고 털어버렸다. 고민을 할 때에는 그 방법이 좋긴 하나 이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맞을 것인가와 진행하는 내가 그것을 꾸준히 해낼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엄마표 영어를 진행할 때에는 엄마의 욕심은 내려놓고 아이의 입장을 계속 살펴야 오랫동안 유지가 된다. 가르치는 개념이 아니라, 환경 안에서 같이 해 나간다는 개념이 크기 때문에 아이가 그 행위를 버거워한다면 지속하기 어렵다.





우선 듣기와 말하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읽기와 쓰기를 준비하고자 생각했다. 고로 듣기와 말하기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읽기와 쓰기를 억지스럽게 집어넣느라 아이를 잡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이는 '영어'를 학습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처음 영어의 세계에 입문하는 그 과정에서 '학습'으로 느낄만한
행위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DVD를 보는 것이 익숙해지고, 영어 듣기와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이 재미있는 상태가 몇 달을 유지하면 유아들은 영어로 아무 말대 잔치가 벌어진다. 그럼 그때 읽기 연습을 병행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영어로 아무 말 대잔치가 열리는 이유는 영어가 이 아이에게는 재미있고,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따라 하고 싶어 질 만큼 흥미가 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듣기, 말하기, 읽기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아이를 괴롭힐 이유가 없다. 아기가 앉은 후에 붙잡고 서고, 걸음마를 떼는 것처럼 모든 것들은 단계별로 진행이 된다.

을 수 없는 아이는 말하기가 불가하다. '말하기'는 듣기를 통해 소리를 분석한 후 입 밖으로 내뱉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영어는 특유의 억양과 발음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분석하여 들을 수 있으려면 오랫동안 들어야 한다.

겨우 문장 몇 개를 외우게 한다거나, 소리를 따라 말하게 하는 것으로는 절대 '말하기'가 되지 않는다. 또, '말하기'는 어떤 상황에서 시기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고로 패턴식 문장 몇 개로 '말하기'가 된다고 말할 수 없다. '말하기'는 외우는 방식이 아닌 '인풋'을 통한 습득으로 이루어진다.

영어모임을 4년 동안 진행하면서 많은 정보를 들었다. 모인 사람만 20명을 넘어서니, 그들이 각각 하나의 정보만 들고 와도 20개의 새로운 교재와 정보들이 쌓인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일 때에는 이것이 내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어느 파트에 도움이 되는지 다시 한번 고민했다.



잉글****를 들여서 노출했을 때에는 내 목적은 하나였다. 이 교재 하나로 영어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 교재를 통해서는 기초어휘를 획득하고 기초문장을 익힌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유독 발화가 잘 일어난다는 이 교재를 통해서 짧은 문장을 입 밖으로 내는 것까지를 목표로 했다. 국내 교재는 패턴식 문장에 다루고 있는 어휘가 기초적이므로 실상 쓰이기는 기간이 짧다. 고로 활용기간은 길지 않았다. 어휘의 확장과 더 복합적인 문장을 익히기 위해서 영어 그림책을 선택했다. 영어 그림책을 통해 더 많은 어휘와 문장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DVD를 노출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영어라면 다 좋은 것일까? 아이들의 정서적인 부분과 영어 수준을 고려하여 아이가 이해하기 쉬운 디브이디부터 선택적으로 보여줬다. 아이가 따라 말하기 쉬운 디브이디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면 이해도가 상승하고 입 밖으로 영어 말이 빨리 터진다.

'기'에 관해서도 어차피 소리를 조합하여 읽어내는 과정을 연습 한다한들 스스로 읽기를 통해 독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행위는 무의미해진다. 무의미한 일에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없으므로 가지치기가 되었다.

소리 노출에 관해서도, 아이에게 소리 노출을 하는 목적을 단순히 영어 소리에 익숙해지게 만든다는 개념에서 좀 더 구체적인 목적을 찾았다. 마더구즈나 너 저리 라임을 들려주는 목적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를 통해 아이에게 어떤 부분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함인지를 고민했다. 마더구즈나 너 저리 라임은 영어가 갖고 있는 리듬감, 라임, 그 나라의 문화까지 엿볼 수 있으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스토리라인이 딱히 있는 것이 아니므로 책으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영어 소리'로만 그칠 것이라면 마더구즈를 소리 노출로 활용하는 데에는 나이 제한이 필요하다.

향후 영어 그림책에서 챕터북으로 단계를 밟아나갈 계획이라면 소리 노출의 방식도 분명히 바뀌어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좋다는 것을 다하면 물론 좋겠지만, 문제는 우리 모두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필사도, 인형극도, 따라 말하기도, 파닉스도 다 필요하다고 느끼겠지만, 그것이 어느 파트에 어떤 목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목적에 맞게 인풋만 잘 넣어줘도 아이는 쉽게 다음 단계로 진입을 한다는 것이다. 아이도 괴롭고, 엄마도 힘들게 꾸역꾸역 엄마표 영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조금 더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는 일에 목숨을 걸 필요가 있을까? 제일 중요한 것은 어차피 영어는 아이 스스로 해야 하는 날이 오게 된다. 길어야 사춘기 전까지인데, 영어를 '공부'라고 받아들이는 아이가 그 이후에 스스로 영어를 할 수 있을까?

영어 영상 보는 일이 숙제가 아닌 휴식으로 받아들여야 지속 가능해진다. 영어책을 읽는 것에 '재미'를 깨달아야 원하는 목표까지 끌고 갈 수 있다.

4년 차 20여 명의 엄마들이 엄마표 영어를 진행하면서 그들 각각의 목적과 목표대로 아이들이 성장했다. 물론 모두가 똑같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대부분은 챕터북으로 진입을 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은 영어 영상 보기와 영어 그림책에 익숙하다. 자연스럽게 그림책으로 성장했고, 읽기의 과정도 쉽게 지나가 집중 듣기까지 연결했다.



목적 없이 이것저것 사들이고 진행하다 보면 쌓여가는 교재만 넘친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이렇게 네 개의 영역에서 지금 하고자는, 하고 있는 그 행위가 정확히 어느 영역에 도움을 주기 위함인 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 영역 안에서도 그 교재나 그 책 혹은 그 플젝이 내 아이의 부족한 어느 부분에 필요한지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똑같은 기간을 투자하고도 웃지 못하는 상황을 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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