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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그림책을 읽어줄 때, 한국어를 쓰면 안 되나요?

영어 그림책 읽어주기



영어 그림책을 읽을 때, 한국어를 쓰면 안 되나요?



책까지 낸 엄마표 영어 전문가라는 분이 라이브 방송에서 영어 그림책을 읽어줄 땐 절대 한국말을 쓰면 안 된다고 했다고 어떤 분이 질문을 주셨어요. 아이가 영어 그림책을 들으면서 그림과 영어 소리를 통해서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는 것이었는데요. 경험상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제는 상황에 따라 그것은 맞을 수도 틀린 말일 수도 있어요.


또 만약 영어 그림책을 읽어 줄 때, 한국말을 쓰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우리 두 아이들은 영어를 못해야 정상이겠지만, 두 아이의 영어 성장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 꼭 영어로만 읽어야 한다는 것은 그분의 견해일 뿐 필수적인 것은 분명히 아니에요. 영어 그림책을 읽어줄 때 나와 같은 방식으로 함께했던 모임 사람들의 아이들도 영어를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내 아이의 상황에 맞게 읽어주는 방식을 선택하면 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영어 그림책을 읽어줄 때 전혀 한국말을 하면 안 되고, 아이가 영어 소리만 들으면서 그림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고들 이야기해요. 만약 영어 소리와 그림만으로 아이가 유추할 수 있으려면 그 아이는 이미 어느 정도 인풋이 있는 상태여야 가능합니다.


엄마나 혹은 아빠가 영어를 쓸 수 있어서 실생활에서 써 주었거나, 아주 어릴 때부터 영어환경 즉, 그곳에 살았거나 디브이디를 통해서 지속적인 노출이 된 경우에는 그것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미 그만큼의 영어 소리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그런 경우라면 일단은 영어자체에 거부감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고, 영어로만 읽어줘도 어느 정도는 알아듣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그림을 통해서 유추하여 채워나가는 것이 가능하지요.


이미지 출처 - Wattpad



어릴 때부터 영어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은 딱히 거부감 없이 영상을 보고, 영어책을 읽어주면 잘 듣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엄마표 영어를 하는 것이에요. 아이가 영어 그림책을 영어로만 읽어줘도 딱히 거부감 없이 유추하면서 들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영어 노출도 없는 상태에서 영어 그림책을 처음 접하는 아이의 영어 수준은 '0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는 나이는  5~6세 정도가 되지요.


5~6세의 나이의 아이들은 모국어가 완성이 되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언어구사력이 상당히 높아지는  때입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한글책을 읽혀 온 아이라면 독서 수준도 스토리가 제법 탄탄한 그림책을 선호하는 나이이기도 하고, 자신의 주장이 뚜렷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친구들에게 낯선 언어를 들이밀었을 때 아이가 그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딱히 영어를 배워야 할 목적도 없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영어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영어 그림책을 영어로만 읽어주었을 때 재밌다고 앉아서 듣는 아이는 생각보다 흔치 않습니다. 유명한 엄마표 영어 성공한 분들의 아이들의 시작 시기를 한번 찾아보세요. 태어날 때부터 영어 환경인 경우도, 아주 어린아이 때부터 영어 영상이나 소리 노출이 이뤄진  아이들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물론 진행하는 엄마나 아빠가 영어 가능자라 일상생활에서 계속 언어 자극을 주고 있는 경우도 더러 있지요.(한국어를 쓰는 제가 구태여 아이에게 한국어를 따로 가르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어릴 때부터 영어 노출을 하여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아이로 엄마표 영어를 해오신 분이라면 5세 이상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심정을 알 턱이 없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몇 년을 거친 6세와 이제 시작하는 6세는 접근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그분들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한다면 괜히 멀쩡한 내 아이만 잡는 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 그림책을 읽어 줄 때, 한국어로 이야기해줘도 되나요?



"해도 됩니다."


물론 어떤 식으로 읽어줄 것인가가 관건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원한다면 한국어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영어 그림책을 싫어하는 것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가 영어 그림책을 듣고도 내용이 파악된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하지만 한국어를 써도 된다는 의미가 단순히 해석을 해주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림을 보면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말해주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엄마가 해주는 그림 읽기의 과정은 아이에게 못 알아들어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과정이면서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은 자랄수록 그림보다는 글씨에 눈이 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림을 보면서 유추해내는 능력이 부족하니 엄마와 함께 연습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엄마가 영어로 읽어주는 분량이 늘어날수록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그림을 통해 채워나가는 것이지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주제나 스토리의 책을 준비해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 읽기를 시도해보세요.


전체적인 이야기를 그림을 보면서 읽어주시고, 그 날은 더 이상 그 책을 읽어줄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한번 들었으므로, 아이 입장에서는 충분했을 테니까요. 며칠 후에 아이가 그 책을 다시 꺼내오면, 다시 읽어줄 때는 한국어와 영어를 적당히 섞어서 읽어줍니다. 이때의 비율은 당연히 한국어가 더 많아야 합니다. 만약 읽어준 책의 음원이 있다면 들려주어도 좋습니다. song뿐 아니라 reading음원도 들려주세요. 그럼 엄마가 영어로 읽어주었을 때  영어소리에 익숙해져 있어서 불편함이 줄게 됩니다.



조금씩 영어의 비중을 높여가며 읽다 보면, 나중에는 한국어를 쓰지 않았음에도 아이가 편안하게 듣게 되는 날이 옵니다. 이렇게 아이가 정복해나가는 책들을 많이 만들어 주다 보면 그 안에서 익숙한 어휘가 쌓이고, 영어가 갖고 있는 문장 구조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 그림책을 좋아하게 됩니다.


그렇게 아이가 영어 그림책에 빠져들면, 엄마표 영어가 더 이상 힘들지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Postila. ru



 * 잘못된 영어 그림책 읽어주는 방식


1. 영어로 한 줄 읽어주고, 바로 모국어로 설명하는 방식

= 아이가 어차피 엄마가 다시 한국말로 해줄 것을 알기 때문에 영어로 읽어 줄 때 집중하지 않아요.

또 이야기의 몰입도가 떨어져요. 그게 자연스럽게 문장을 해석하는 버릇을 시키고 있는 거예요. 엄마표 영어는 아이에게 영어 소리를 듣는 순간 별도의 한국식 해석 없이 그 자체로 이해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는 각각의 문장의 이해가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나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2. 모국어로 다 읽어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영어로 읽어주는 방식


= 영어 그림책은 교재가 아니에요.  아이 입장에서는 그냥 한글 그림책이랑 똑같은 거예요. 한글 그림책을 읽어주고 바로 그 자리에서 같은 책을 반복할 때에는 아이가 먼저 "또 읽어주세요"라는 말이 나올 때지요. 아이가 원하지 않았다면 굳이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다시 읽어 줄 필요가 없어요.

만약 그림 읽기가 재미있어서 다시 그 자리에서 읽어달라고 하면, 다시 그림 읽기로 읽어 줄 때, 대화체 정도만 재미있게 영어로 바꿔주시면 됩니다. 그 조차도 아이가 부담스러워한다면 다시 그림 읽기로만 읽어주셔도 되지요. 영어로 빨리 읽어주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천천히 친해진다는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영어 그림책의 번역본과 영어 그림책을 같이 놓고 읽어주는 방식

= 일명 쌍둥 이 책을 같이 읽히면 아이가 친근해한다고 좋아하는 분들이 더러 있지요. 장점도 분명히 있지만 단점도 있어요. 번역서는 번역가의 생각과 번역가가 자주 쓰는 어휘로 문장을 만들어 낼 수가 있지요. 간혹 해석이 어색한 표현들도, 굳이 해석을 요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라임이 가득 들어 있는 책들의 경우에는 쌍둥이 책이 의미가 없어요. 그 또한 '해석'을 가르치고 있는 읽어주기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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