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이 박힌 돌과 부딪힐 때 2 : https://brunch.co.kr/@judy-kim/36
앞 글과 이어집니다.
하지만 현재는 아직 신흥세력의 패기를 이기지 못하는 듯하다. 며칠 전 둘의 첫 번째 신경전을 벌였으나, 고인물 중에 하나인 팀장이 완벽한 패배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패배의 쓴맛은 내가 보게 되었다.
팀장은 이전 글에서 전달했다시피 거의 회사 창립부터 있었던 말 그대로 '고인물' 그 자체였고 신흥세력의 프로세스 변화를 가장 크게 부정해온 사람이었다. 물론 앞에서는 티 내지 못했으나 그의 말투 곳곳에는 자주 불만이 묻어나곤 했다.
신흥세력의 업적이 1년 정도 쌓아져 갔을 무렵, 그들이 만든 자격들은 갱신 시기를 앞두고 있었다.
아무리 그들이 기존 사람들의 도움 없이 업무를 진행하고자 해도 거의 불가능했다. 기존 사람들이 회사에 있던 기밀자료 또는 중요한 자료들을 모두 꽉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조금씩은 견제함에도 불구하고 업무로 인해 긴밀한 협조를 지속해야만 했다. 그 중에서도 그들이 필요로 하는 대부분 자료의 핵심 열쇠를 쥔 인물은 바로 고인물인 팀장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팀장의 언짢음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회의에 참여시켜야만 했다. 팀장 또한 그들의 갱신에 도움을 주어 파이를 크게 먹게 되면 자신의 위치에 이득이 될 것이 뻔했으므로 그 회의에 참석하고자 했다.
바로 첫 번째 신경전은 그 회의에서 일어났다. 그 회의는 새로 온 '상무이사'가 주관했다. 그들이 딴 자격증 중 가장 최고의 자격증을 갱신하는 회의였다. 핵심 자료가 그만큼 많이 필요했으므로 팀장은 그 회의에 꼭 참석해야만 했다. 팀장은 바로 이 회의에 기회를 노렸다. 자신의 파이를 더 키울 그런 기회.
하지만 팀장은 본인이 책임지고 일을 하기에는 싫었던 모양이다. 일단 그 회의에 본인이 아닌 팀이 참석하는 것처럼 말을 바꿨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료를 빌미로 대리급인 나를 우리 팀뿐만 아니라 회사 대표 진행자로 세우고자 했다. 아마도 그 일이 잘 되면 팀장인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안되거나 흠이 나게 되면 대리급인 내 잘못이라고 몰아가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무이사는 거절했다. 원래 이사로 들어와 그 자격증으로 인해 상무로 승진하게 되었는데 그 일을 가만히 넘겨줄 리 없었다. 상무이사는 내 직급이 낮아서 부적합하다며 그 일의 대표는 임원급이 진행하여야 한다고 단칼에 말을 잘랐다.
이 말을 듣고 팀장은 본인이 이 회의에 참석하더라도 부스러기 정도의 역할 이상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듯했다. 그 말을 듣고 바로 회의에 참석할 팀 대표를 본인에서 나로 바꿔버렸다. 상무이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대리에게 자료 요청을 하기가 더 편하니 나쁠 것이 없는 교환이었다. 결국 이 일의 담당자는 팀 내에서 내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결국 나는 둘의 칼 싸움에 괜한 피해를 입게되었다.이 모든 과정은 나를 배제한 채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공식적으로 모르는 상태이다. 도대체 이 둘의 싸움에 왜 휘말려 결국 이렇게 업무가 진행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들의 욕심과 욕심 사이에서 희생되는 건 그 아래의 불쌍한 대리와 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