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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소리 Jun 02. 2023

하즈라트 키즈르 모스크에서

내려다본 사마르칸트의 전경

하즈라트 키즈르 모스크




 사마르칸트가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관광지인만큼, 현지인 관광객들이 외국인관광객보다 훨씬 많았다. 거의 다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아 보였는데, 아기를 손으로 들쳐 안고, 노인을 모시고 이동하는 모습이 딱 봐도 대가족이었다. 시압바자르에서 나오니 현지인 관광객들이 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 고가도로 위 다리를 건너가니 지대가 높은 곳에 하즈라트 키즈르 모스크(Hazrat Khizr Mosque)가 있었다. 이곳은 문화유적임에도 별도의 돈을 받지 않았는데, 문화유적치고는 시설이 깨끗하고 현대화되어 있었다. 지진으로 파괴된 뒤 절대 복구되지 않는 비비하눔 모스크와 비교가 될 정도였다. 너무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마치 우리나라의 웨딩홀 중 유럽 성 양식을 모방해서 지은 건물 같기도 했다. 알고 보니 이곳 바로 옆엔 우즈베키스탄 전 대통령인 이슬람 카리모브가 안치되어 있었다. 국가 원수의 묘를 만들면서 대대적으로 수리한 모양이었다. 이슬람 카리모브의 묘를 이웃하고는 역사적인 인물들이 묻혀있는 샤이진다, 그리고 부하라 유대인 묘지가 한데 모여있었다. 우즈베키스탄도 한국처럼 수맥을 따지나 살짝 생각했다. 

왼쪽:하즈라드 키즈르 모스크, 오른쪽: 이슬람 카리모프 묘(https://www.uzdaily.uz/en/post/38980)


이슬람 카리모프 묘와 샤이진다와 부하라 유대인공동묘지가 모두 이웃하고 있다.



 모스크 위쪽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슬람 카리모프 전 원수의 묘는 잠겨있어 관람할 수 없었지만, 묘 주변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묘의 사방에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지붕이 그늘을 마련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슬람 카리모프 전 원수의 묘를 관람하지 못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 듯, 의자에 죽치고 앉아 싸 온 간식도 먹고, 부채질도 하고, 수다도 떨었다. 
 하즈라트 키즈르 모스크의 전망은 정말 탁월했다. 사마르칸트에는 높은 건물이 그다지 없기 때문일까. 하즈라트 키즈르 모스크에서 내려다보니 사마르칸트 전역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이들이 계단을 쭉 둘러싸고 있어, 전망을 보는 줄 알았더니, 검은 드론 하나가 하즈라트 키즈르 모스크 앞에서 계속 날고 있었다. 사마르칸트 유적을 관람하는 내내 지루해했던 주원이가 드론을 보더니 생기를 되찾았다.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는 내내 드론을 처음 보았는데, 촬영하는 사람들의 옷이나 태도를 보니 국가 원수에 관한 영상물을 촬영 중인 듯했다. 우즈베키스탄 아이들도 드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지, 열댓 명의 아이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드론을 보고 있었다. 

하즈라드 키즈르 모스크



 내려다본 사마르칸트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황량한 사막의 국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아름답다고 느낀 건 사마르칸트가 처음이었다. 오래된 고도의 위용은 달랐다. 저 멀리 우리가 지나온 비비하눔 모스크도 보이고, 유대인지구와 시압바자르도 보였다. 사마르칸트는 나무로 조경을 잘해놓아 도시 자체도 사막의 황량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사람들도 고도에서 사는 사람들 답게 운전도 타슈켄트보다는 여유 있게 하고,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각박함도 적었다. 고도 출신 시민들의 짬밥일까. 혹은 사마르칸트 출신 대통령이 사마르칸트에 많은 혜택을 주었기 때문일까. 사마르칸트는 고도에서 느껴지는 낭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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