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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소리 Jun 20. 2023

사마르칸트 유대교 사당

유대교 회당에서 랍비에게 강제기부 당하다


이스마일의 얘기를 듣는 사이, 유아차를 현란한 발재간과 손재간으로 밀어 울퉁불퉁한 돌길을 극복하며, 나는 드디어 유대교 화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얀 돌벽에 크게 유대교의 상징인 갈색 육각성이 그려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전통 유대교 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예상외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할아버지는 영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몰랐는데, 유아차는 회당에 들여보낼 수 없다는 제스처만은 영어 없이도 단호히 표현했다. 이스마일이 잠든 주원이를 마당에서 지킬 동안 나는 할아버지의 안내에 따라 유대교 회당(Synagogue - Gumbaz)으로 들어갔다. 


회당 내부




 내가 유대교 회당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라 모든 게 신선했는데, 이곳은 우즈베키스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색감이나 장식 등이 무슬림의 그것과 확고한 차이가 있었다. 둥근 돔 천장은 파랗게 칠해져 있었고, 거기에는 수많은 별들이 하얀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회당 곳곳에는 유대교 특유의 촛대인 메노라도 있었다. 랍비가 연설하는 듯한 연단을 둥글게 둘러싸고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유대교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내가 산만하게 회당을 사진 찍고 있자, 할아버지는 적극적으로 이리 와보라면서 나를 이끌더니, 연단 뒤 낡은 목재장을 열어 보여줬다. 


목재장 안 먼지 쌓인 고서



 목재장 안 선반에는 먼지가 내려앉은 고서들이 규칙 없이 쌓여 있었다. 언제 보았는지 고서들의 목재장을 여는 것만으로도 먼지 냄새가 났다. 내가 목재장을 무심히 들여다만 보고 나가자, 할아버지는 고서를 꺼내더니 굳이 펼쳐 보여주면서 "포토"를 연발했다. 나는 할아버지의 안내대로(?) 고서도 찍고, 연단도 찍고, 천장도 찍었다. 할아버지는 뭐가 그리 급한지 자꾸 여기저기 와보라고 했다. 입장료도 내지 않았는데, 할아버지가 나한테 영어 없이 제스처로만 열심히 가이드해 주시니 왠지 미안했다. 랍비시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단다.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나가려는 찰나, 랍비 할아버지가 "도네이션(donation)"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내뱉은 영어단어였다. 나는 10000 숨을 꺼내서 드리고는 다시 나가려는데 할아버지가 나를 다시 부르고는 50000 숨을 보여줬다. 할아버지가 너무 적극적이다 했더니, 다 속셈이 있었다. 도네이션도 정찰제인 듯했다. 비비하눔 모스크 입장료도 30000 숨이었는데, 조그만 회당 하나 보여주고 억지가 없었다. 나중에 구글에 찾아보니, 이미 선배 관광객들이 여러 댓글로 유대교 회당의 횡포에 대해 서술해 놓았다. 안 읽은 내가 잘못이었다.
 적극적인 랍비할아버지와 급속도로 유대교 회당을 둘러보고 나와, 이스마일이 골목까지 잡아준 얀덱스 택시를 타고 점심 먹었던 채식가능 식당인 old city restaurant로 향했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이스마일은 우리의 안전을 걱정하며 택시가 가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의 택시를 지켜보고 있었다. 안전하기만 한 것 같은 사마르칸트에서 이스마일은 도대체 왜 그렇게 우리의 안위를 걱정한 것일까. 그 의문은 다음날 바로 해소되었다. 낮에만 다니고, 유아차를 미는 아줌마한테 현지 남자가 찝쩍 되는 건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 믿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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