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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소리 Jun 30. 2023

터키식 사우나 하맘에 엄마를 모셔다 드리다

하맘 도부디(Hammam Dovudi)

 저녁을 먹고 호텔에 다시 들어가 보니 엄마는 여전히 침대에서 누워계셨다. 하루종일 혼자 있게 해 드렸으니 엄마가 조금이라도 호전되었기를 기대했지만, 엄마는 여전히 기력이 없고 기침을 온몸을 흔들어가며 하셨다. 호텔방에는 유튜브가 연결되는 최신 TV가 있었는데, 남편이 외도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들이 자살했습니다 등에 대해 법륜스님이 해설하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추천리스트에 떴다. 한글 자판을 입력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더니 온통 법륜스님 유튜브만 잔뜩 보셨나 보다. 엄마는 너무 힘들 때마다 다른 사람의 불행으로 위로받고는 했는데, 법륜스님을 찾았다는 건 그만큼 기진맥진한 상태인 것이다. 추후 타슈켄트에 돌아와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한 엄마는 말씀하셨다. 몸상태를 보아하니 우즈베키스탄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만약 그렇다면 화장해서 모래사막에 뿌려달라고 말씀하실 예정이었다고.(이 말을 꼭 여행기에 적어달라고 하시네요??)


 엄마는 기력이 없어, 온종일 내가 전날 해놓은 밥과 고추장, 마늘장아찌로 식사를 하셨고, 조금 일어날 수 있겠다 싶은 늦은 오후에는 호텔 바로 옆 야채가게에 가서 보라색 자두와 토마토를 한껏 사셨다. 내일 바로 타슈켄트행 기차가 예매되어 있는데, 저리 아픈 엄마를 모시고 어떻게 기차를 탈지 까마득했다. 기침할 때마다 허리가 아프고, 기력이 없다고 하셨다. 힘드신지 한숨까지 푹푹 쉬셨다. 


 다음날 기차 타기 전, 남은 오전에 나는 엄마가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마사지를 알아보았다. 사마르칸트에는 현대식 스파와 마사지도 많이 보였으나, 좀 더 전통방식의 마사지를 받으실 수 있는 터키식 사우나인 하맘 도부디(Hammam Dovudi)에 가보기로 했다. 다음날 호텔에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을 모두 다 꾸리고, 유아차까지 실고 택시를 불러 우리는 하맘으로 향했다. 도착하고 보니 그곳은 어제 강제기부당한 유교회당 바로 그 근처였다. 하얀 대문을 지나자 마치 정수장같이 콘크리트로 만든 돔들이 마당에 주르륵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목욕탕이란 말인가 하며 돔 안을 들여다보아도 그 원리를 깨우칠 수 없었다. 

하맘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던 돔들


돔을 들여다보니 이렇게 생겼다. 이 돔에 들어가 목욕하는 건 아니다.


 긴 복도를 통해 건물에 들어가니, 긴 의자에 드러누워, 작은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 현지 방송을 보고 있던 주인아주머니가 걸어 나와, 우리의 배낭을 휑한 창고방에 둘 수 있도록 해주었다. 주인장 할머니 옆에는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손녀딸이 과자를 먹으며 하릴없이 할머니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 주원이는 하맘에 도착하자마자 쉬가 마려워 화장실을 찾았는데, 할머니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구조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폐허 공터였다. 잡초가 잔뜩 나 있는 공터 위에는 생수통부터 사람옷까지 쓰레기들이 그야말로 투척되어 있었고, 그 구석에 용변을 볼 수 있도록 철로 간이벽을 세워놓았다. 공터를 보고 주원이는 화장실이 어디예요 하며 곤란해했고, 나는 속으로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위대한 엄마다라고 주문을 걸며 주원이가 간이벽에서 쉬야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쓰레기통도 따로 없고, 화장실도 따로 없고, 다른 손님도 없고, 주인장과 손녀만 넓은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데 이곳에 말도 못 하는 엄마를 두고 가도 될까, 물이 없어 보이는데 이곳은 진정 목욕탕이 맞나 싶었지만, 엄마는 이미 주인장과 손녀의 소파 옆 소파에 드러누웠다. 엄마에게 돈을 드리고 우리는 2시간 후에 오기로 하고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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