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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소리 Jul 06. 2023

사마르칸트의 "한국사람이에요?"(1)

사마르칸트의 Tashkent street에서 곤란해하다


 나는 어제 지나다녔던 비비하눔 모스크 앞 타슈켄트거리를 유아차를 끌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어차피 2시간 정도만 때우면 되니, 기념품샵에나 들어가 주원이 구경시켜주고, 카페에 가서 주원이 주스나 먹이면 금방일 듯했다. 어느 기념품샵에서 냉장고 자석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 사람이에요? 한국 사람이죠?"
 뒤를 돌아보니 페인트칠을 하던 젊은 현지남자였다. 여기서 페인트공으로 일을 하는 듯, 그의 파란 카라티와 검은 바지는 온통 페인트가 튄 흔적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가 말을 걸었을 때 나는 솔직히 귀찮은 마음이 들었다. 주원이와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어디서 왔냐, 왜 왔냐, 나도 한국 가봤다, 한국음식 좋아한다, 이름이 뭐냐 등 수많은 질문들을 반복해서 답해줘야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원이도 있는데, 그렇게 긴 대화를 하자면 주원이가 너무 지루해할 것이다. 나는 웃음을 지으며 "네. 맞아요."라고 목례만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이 사람, 절대 우리를 놔주지 않는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하고 청년은 건물뒤로 사라지더니 잠시후 자신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왔다.
 "평택알아요? 나 평택에서 일했어요. 한국 여자 예뻐요. 한국 음식 맛있어요."라며 그가 한국에 있었을 때의 사진들을 미친 듯이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사진 속에는 평택 국제거리로 보이는 곳에서 찍은 사진, 한국의 젊은 여자들과 우연히 같이 찍은 사진, 독사진 등 그의 한국생활이 찍혀있었다. 아마 생산직 비자였던 듯하다. 
 "나 한국 좋아해요. 한국 돈 많이 줘. 한국 다시 가고 싶어요. 지금 비자 없어요."
 유아차에 앉아있는 주원이는 심심했는지 그 청년의 검정 바지에 페인트 묻은 부분을 손으로 눌러보기 시작했는데, 하필이면 중요한 부분에도 페인트가 묻어있었던 모양이다. 청년은 나에게 사진을 잔뜩 보여주다가 움찔하더니 주원이를 가리키며 "안돼."라고 했다. 

 "죄송해요. 에고.. 윤주원, 너 그러면 안 돼. 죄송합니다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그럼 반가웠어요." 나는 지루해하는 주원이를 데리고 자리를 뜨려는데, 청년이 다시 나를 불러 세웠다. 

 "텔레그램 있어요? 친구 해요. 전화번호 있어요?" 나는 전화번호도 주고 싶지 않아 "한국 전화번호 밖에 없어서 안 될 거예요."라고 했지만, "한국 전화번호도 가능해요."라고 그 청년이 응수했다. 
 피곤이 몰려왔고, 나는 그 청년의 핸드폰에 내 번호를 찍어주는 것으로 빨리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밥 같이 먹어요. 맛있는 거 있어요."라고 청년이 가는 나를 붙잡았고, 나는 "저 오늘 타슈켄트에 기차타러 가요."라고 말했지만, 그 정도의 긴 문장을 이 청년이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기차가 뭐에요?"가 그 답변이었다. 나는 무응답 및 미소, 이어진 목례로 응수하며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타슈켄트 거리에 계속 있었다가는 이 청년과 다시 마주칠 것 같아, 나는 비비하눔 옆 카페 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페인트칠을 하던 청년에게 탈출해서 한 5분 걸었을까. 또다른 음성이 뒤에서 들렸다. 
 "한국에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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