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수소리 Jul 06. 2023

사마르칸트의 "한국사람이에요?"(3)

사마르칸트의 Tashkent street에서 곤란해하다- 핫도그사건

슈흐랏이 이끈 '차마시는' 공간은 사마르칸트의 어느 식당이었다. 널따란 홀에 나무 식탁이 20여 개 배치되어 있었고, 관광객인지 동네 주민인지 모를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콜라에 비닐봉지로 싼 빵을 먹고 있었다. 메뉴는 따로 없었고, Хотдог라고 씌어있었는데, 키릴문자만 막 익힌 내가 마음을 침착하게 하고 자음 모음을 종합해서 읽어보니 그것은 핫독, 즉 핫도그였다. 분명 내가 배 안고프다고 했는데, 슈흐랏은 나에게 무엇을 먹을지 물어봤다. 
 "저 배 안 고파요. 우리 아기도 배 안 고파요. 차만 마시고 갈게요."
 "아가씨. 돈 걱정하지마. 내가 사줄게요. 아가씨. 나 나쁜 사람 아니에요."
 "저는 고기도 안 먹어요. 배도 안 고프고요."
 "그건 걱정하지마. 여기 고기 없어요. 콜라? 티(tea)?"
 나는 슈흐랏의 집요함에 약간 저항할 힘을 잃어버렸다. 
 "그럼 빵 딱 1개만 시키는 거예요. 차는 필요 없어요."

슈흐랏이 사온 핫도그도 이런 모양이었다. 나는 사진찍지 않아, 네이버 블로그에서 발췌함.(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hanainde&logNo=221263327213)


 슈흐랏은 2개를 권했으나, 필사적으로 내가 손사래를 쳐서 핫도그 한 개만 주문하고 왔다. 슈흐랏이 잠시 후 가지고 온 핫도그라는 것은 내가 상상한 미국식 핫도그와 달랐다. 둥근 빵을 반으로 가른 후, 소시지, 당근김치, 토마토, 오이를 넣고, 엄청난 분량의 마요네즈를 뿌리고, 그 위에 감자칩을 토핑 한 구조였다. 나는 그릇에다 소시지만 빼놓고, 당근김치, 토마토, 오이와 마요네즈 범벅인 우즈베키스탄식 핫도그를 주원이에게 조금씩 먹이기 시작했다. 주원이는 마요네즈 맛이 나쁘지 않은지 핫도그를 열심히 먹어줬다. 주원이가 입옆에 마요네즈를 묻히고 먹는 게 귀엽다는 듯, 슈흐랏은 자꾸 주원이를 빤히 쳐다보며 주원이의 손을 만지작 거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주원이에게 물을 먹이면서 간접적으로 슈흐랏이 주원이를 만지는 것을 말렸다. 나는 속으로 '주원아, 엄마가 미안해. 얼른 핫도그만 먹고 슈흐랏과 헤어지자.' 말을 반복했다. 
 슈흐랏은 주원이가 먹는 걸 지켜보다가 목이 마른지 주원이 유아차 짐칸에 실려있는 생수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가씨, 나 물 마실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하자, 슈흐랏은 우리가 먹던 플라스틱 생수통을 들고 밖에 나가 물을 마시고 다시 돌아왔다. 그 때 막 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들어온 현지인이 나를 보고는 매우 반가운 척 했다. 돌아보니, 슈흐랏이 우리에게 접근하기 전에 말을 건 페인트공 현지인이었다. 슈흐랏과 그 청년은 심지어 서로 아는 사이인듯 했다. 아까 청년이 자기가 밥 사겠다고 한 거를 거절했는데, 슈흐랏과 밥먹고 있는 걸 보니 청년도 약간은 황당한 눈빛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