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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소리 Jul 06. 2023

사마르칸트의 "한국사람이에요?"(2)

사마르칸트의 Tashkent street에서 곤란해하다

 "한국에서 왔어요?"


 이번에는 청바지에 노란 티셔츠를 걸쳐 입은 현지인 남자였다. 남자는 한국사람이냐고, 자신은 한국에 가봤고, 한국에서 일했다는 방금 전 우리에게 말 걸었던 사람과 동일한 레퍼토리로 우리를 붙잡았다. 주원이와 단둘이 카페에나 가서 시원한 거나 마시고 좀 쉬려던 여정이 자꾸 발목 잡히니 곤란했다. 하지만, 한국이 좋다는데, 한국사람만 보면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 순박한 호의를 매몰차고 싹수없게 거절하는 게 맞을까 자꾸만 자기 검열을 하게 되었다. 


 이 사람도 마찬가지로 한국어는 아주 필요한 몇 마디 빼고는 배우지 않았는지 내가 조금만 길게 얘기하면 미간을 세우고 알아들으려 노력했다.  이 사람의 이름은 슈흐랏이었다. 슈흐랏은 지금까지 일하느라고 결혼하지 않았는데, 한국의 답십리 공사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당시 사장님이 좋으신 분이라 자신한테 갈비를 많이 사줬다고 하는데,이 사람은 무슬림이니 사장님이 소갈비를 사준 듯했다. 한국의 용접일을 하면 월 250만 원은 벌 수 있는데, 우즈베키스탄의 임금의 몇 배는 된다며, 코로나 때문에 비자발급이 멈췄는데 비자 발급이 다시 시작되면 자신은 한국에 너무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미혼인 우즈베키스탄 남자는 처음 만나봤다. 우즈베키스탄은 결혼할 때 신부측에 지참금을 줘야 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면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을 듯했다. 더구나 이 사람의 피부색은 우즈베크인보다는 검었는데, 자세히 보면 내 파키스탄 친구 누르와도 용모가 닮아 있었다. 어쩌면 이 사람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소수민족일 수도 있었다. 


 슈흐랏은 결혼을 안 했지만 자신은 아이를 사랑한다면서, 자꾸 주원이를 만졌다. 볼도 만지고, 얼굴도 만지고, 손도 만지며, 때로는 손에 입을 맞추기도 했는데, 나는 주원이의 엄마로써 정말 난감했다. 아이가 원하지도 않는 스킨십을 귀엽다고, 작다고 당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좋은 마음으로 우리 아이를 예뻐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거절해야 할 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슈흐랏이 말했다.


 "밥 먹었어요? 우리 차타고 밥 먹으러 가요.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요. 샤슬릭, 빵, 아주 맛있어요."

 "아니에요. 배불러요."


 내가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정말 당황스러워 하자, 슈흐랏이 말했다. 


 "저기 내 차 있어요. 조금만 걸으면 돼요."


 처음보는 사람과 다니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차는 무슨 차인가. 대낮 관광지 한복판이지만, 차에 타는 순간 우리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아니에요. 우리 곧 기차 타야 돼요. 차 탈 수 없어요."


 내 굳어진 얼굴을 보더니 샤흐릿이 말했다. 


 "나 나쁜 사람 아니에요. 아가씨. 나 좋은 사람. 나 믿어요. 아기 배고파. 내가 맛있는 거 사주고 싶어요."


 낮 11시, 아침을 먹은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고, 낯선 사람에게도 얻어먹고 싶지 않은데, 샤흐랏은 끈질겼다. 


 "저희 배 안 고파요. 밥 안 먹어요. 여기 있을꺼에요."


 그러자 슈흐랏이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차라도 마시자고 자꾸만 우리를 붙잡았다. 아... 어찌해야 할까. 나는 당장에라도 헤어지고 싶었지만, 혹시 이 사람이 단순한 호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더구나 여기는 관광지 한복판 아닌가. 으슥한 곳으로만 가지 않으면 크게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슈흐랏은 차마시러 가면서 동네 할아버지며 아저씨에게 "아살람 알레이쿰!"이라고 악수를 하며 인사하고 다녔다. 동네 사람들도 슈흐랏을 잘 알고 지내는 걸로 봐서는 정말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슈흐랏은 기념품 가게를 지나칠 때마다 자신이 사마르칸트 기념품도 사주겠다면서 자꾸만 기념품 가게로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필요 없다고 손사래를 계속 치고, 주원이는 유아차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관조하고 있었다. 여러 차례의 거부 끝에 기념품샵은 하나도 들르지 않고 지나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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