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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ger Ly Nov 01. 2020

브리오나 테일러 (26)

2020.3.13

"You are your best thing."

-toni morrison



2020 년 3월 13일.

켄터키 주 루이빌.


그들은 그들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조지 플로이드, 아머드 아버리 같은 경우가 아니라고 한다. 내 목을 무릎으로 짓누른 것도 아니고, 나를 사냥꾼처럼 쫓아가서 쏴 죽인 것도 아니라고 한다. 모든 혐의와 비난을 부정한다. 하지만 나는 죽었다. 나의 죽음도 부정할 텐가. 


밤 12시가 넘은 시각. 한밤중에 총을 든 남자들이 나의 집 문을 부수고 들어온다. 자고 있던 나와 내 남자 친구는 둘 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일어난다. 그들은 경찰복도 입지 않았다. 노크도 없었다. 누구냐고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 친구는 강도가 들어온 줄 알고 경고의 의미로 총 한 방을 쏜다. 그러자 곧바로 32개의 총알이 날아왔다. 그중 6개의 총알이 나의 몸에 박히거나 뚫고 지나갔다. 나는 잠옷 바람으로 두려움에 떨며 서 있다가 영문도 모른 채 총을 맞고 바닥에 쓰러진다. 나를 쏜 사람들이 경찰이었는데도 남자 친구는 그들이 경찰인지 모르고 911에 신고를 한다. 남자 친구는 911 구급 대원에게 누군가가 문을 부수고 들어와 여자 친구를 총으로 쐈다고 울먹거리며 도와달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인지 사람들은 알까. 경찰한테 총격을 받고 도움을 요청한 곳이 경찰이라니. 경찰은 분명히 자신들이 경찰이라고 밝혔고 노크도 한 후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우리를 벙어리뿐만 아니라 우리를 귀머거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화가 난다. 아무 의미도 없는 가택 수색영장을 그제야 들이민다. 나는 그들이 쏜 총에 맞고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나는 마약을 하지도 않았고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다. 경찰은 무고한 시민을 지켜줘야 하는 사람들 아닌가? 왜 내가 이유도 모르고 경찰의 총에 죽어야 하는 걸까. 


나의 전 남자 친구가 마약을 했다. 마약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나는 그에게 마약을 하는 남자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를 사랑했지만 나는 마약으로 내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았고 그 또한 마약으로 인생을 망치는 걸 내 눈으로 보고 싶지 않았다. 그가 마약을 끊겠다고 노력하겠다며 약속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가 마약을 끊으면 나는 그를 받아줬고 그가 마약에 다시 손을 대면 나는 그와 헤어졌다. 그와 마약은 끊을 수 없는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듯했고 그와 또 마약 조직 사이는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는 그곳에서 절대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그와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마약이 사람을 망가뜨린 것이지 그는 참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나는 응급 구조사로 일을 하다가 응급실 테크니션이 되었고 무려 루이빌 대학병원에서 일하게 되는 행운도 잡았다. 나는 꿈이 있었고 꿈을 향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성취감을 맛보고 있었다. 새로운 남자 친구도 생겼고  그와 영원을 약속하고 싶을 정도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껏 열심히 달려온 나는 이제 그와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도 될 것 같았다. 


루이빌 시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한 동네에 전 남자 친구가 월세를 얻어 살고 있었다. 조직 내 몇몇 사람들도 그 동네 다른 집에 세를 얻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곳은 루이빌 시내 근처, 오래전부터 흑인들이 터를 잡고 살던 곳으로 지금은 흑인 빈민촌으로 여겨지는 곳이었다. 그런데 2023년에 임기가 끝나는 루이빌 시장이 눈에 보이는 그의 족적을 남기기 위해 그 동네를 재개발하여 타운하우스 단지로 탈바꿈시키겠다며 돌연 선언을 했다. 그와 동시에 그 동네에 거주자들, 주택 소유자들은 퇴거 명령과 다름없는 주거 축출과 소유권을 박탈당하기 시작했다. 루이빌 시에서는 그 동네 집들을 헐값에 사들였고, 그곳의 주택 소유자들과 세입자 등의 거주자들은 다른 곳으로 쫓겨나갔다. 루이빌 시에서 헐값에 집을 사들이기 위해서 밟은 절차가 바로 경찰을 이용한 무단 침입이었다. 가택 수색영장을 발부하여 마약 조직과 연관된 집들을 차례차례로 쳐들어가 마약범도 잡고 마약범에게 세를 준 집주인도 괴롭혀 집을 헐값에 팔게 하는 식의 작전으로 시의 입장에선 꿩 먹고 알 먹는 전략이었다. 이런 식의 전략으로 루이빌 시는 전 남자 친구가 세를 얻어 살던 집을 단돈 $1에 사들였다. 그리고 전 남자 친구는 교도소에 쳐 넣어졌다. 나의 집을 쳐들어온 것도 이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 남자 친구가 타고 다니던 차가 내 이름과 내 주소로 등록되어 있어서 나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마약으로 보이는 상자가 나의 집으로 배달되었다는 정보를 얻고 그들이 움직였지만, 결국 나의 집을 쳐들어와 나를 죽인 그 경찰들은 그 재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흑인 빈민들을 루이빌 시내에서 쫓아내기 위해 특별하게 결성된 수사팀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그들이 말하는 내 죽음은 조지 플로이드와 다른 성격의 것, 아머드 아버리와는 다른 성질의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나를 인종적으로, 피부색으로 차별해서 죽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나의 죽음을 설명하려면 적어도 나의 전 남자 친구의 마약부터 시작해서 그가 월세로 살던 그 동네의 그 집, 그곳에 모여 살던 마약 조직범들, 그리고 오래전부터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 수밖에 없었던 소외된 흑인 빈민들 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단순하게 인종차별을 이야기하지 말라. 당신은 단연코 한 번도 인종 차별을 한 적이 없다고 뻔뻔하게 거짓말하지 말라. 당신이 사는 그곳, 당신이 숨 쉬는 그 공기, 당신이 밟고 서 있는 그 땅. 당신이 지금 누리고 있는 기본 이상의 모든 것들은 흑인의 모든 것을 빼앗아 이루어진 것이다. 흑인으로부터 앗아가지 않은 것이 없고, 차별과 억압 없이 얻어진 것이 없다. 그 모든 것이 보이지 않을 뿐 우리 삶 저변에 깔려 있는데 이에 대한 이해와 감사함 그리고 미안함도 없이 나에게 인종 차별로 인한 살해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면 그 자체가 인종차별이다. 인종차별의 진짜 의미를 모르면 인종차별을 얘기하지 말라. 







2020년 3월 13일, 켄터키 주 루이빌 시에서 응급실 테크니션으로 일하던 26세 흑인 여성 브리오나 테일러가 자신의 집에 무단 침입한 경찰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같이 있던 남자 친구가 경찰들인 줄 모르고 경고 발사를 했고 경찰은 이에 맞서 32개의 총알을 발사했다. 그 결과 테일러가 그중 6개의 총알에 맞으며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2020년 6월 23일, 발코니 문과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총알을 난사한 핸킨슨 경찰이 기소되었지만 테일러를 숨지게 한 습격에 가담한 나머지 경찰들은 기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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