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nger Ly Nov 01. 2020

존 크로포드 3세 (22)

2014.8.5

"He who does not understand your silence

will probably not understand your words."

-Elbert Hubbard.




2014년 8월 5일.

오하이오 주 비버크릭.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진짜 맹세코 몰라요."

타샤 토마스의 목소리가 들리자 존 크로포드 3세는 눈을 떴다. 앞 테이블에 여자 친구가 앉아 있고 여자 친구 앞에는 형사로 보이는 남자가 질문을 하고 있다. 

'타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존은 여자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타샤."'

하지만 타샤는 존을 쳐다보지 않는다. 

"타샤 씨는 월마트에서 뭐 하고 있었습니까?"

"남자 친구랑 마시멜로랑 크래커를 사려고 들렸어요. 오늘 가족들이 집에서 스모어 파티를 한다고 해서 집에 가는 길에 들렸던 거예요"

"남자 친구 존 크로포드는 어떻게 총을 구했나요?"

"총이라니요, 남자 친구는 총이 없어요."

 "남자 친구가 월마트에서 총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고 지금 그것 때문에 타샤 씨가 여기에서 조사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총소리 못 들었어요?"

"아니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존은 총이 없어요. 저랑 계속 같이 다니고 있었다고요."

"타샤 씨, 여기서 거짓말하시면 정말 큰일 난다는 거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타샤 씨도 구속될 수가 있어요."

"진짜예요. 존은 총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어요, 총이 없다고요. 저는 보지 못했어요."

형사는 한숨을 내쉬며 답답하다는 듯이 이마에 손을 갖다 댄다. 

'타샤 씨. 총을 들고 있는 존을 본 한 남자가 911에 신고를 했어요. 그 목격자는 존이 총을 휘두르고 사람들을 향해 겨누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경찰이 출동했고요, 그 난리통에 한 아이 엄마는 도망가다가 심장마비로 사망까지 했다고요.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모르시겠어요? 존이 총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고, 왜 갖고 다녔는지 저희한테 알려주셔야 합니다."

"정말이에요. 저랑 있을 때 존은 총이 없었어요. 총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존이 총을 갖고 있었다면 저는 모르는 일이에요. 저는 정말 본 적이 없어요. 존이 총을 왜 갖고 다녀요. 존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진짜 저의 죽은 오빠 무덤을 걸고 맹세해요. 제발 믿어주세요."

타샤는 울음을 터뜨렸다. 

존은 타샤에게 천천히 다가가 무릎을 꿇고 타샤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의 눈물범벅인 얼굴. 빨갛게 충혈된 눈, 훌쩍이는 코, 핏기 없는 입술, 떨리는 손. 존은 타샤의 얼굴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타샤는 존을 쳐다보지 않는다. 

잠시 방을 나갔던 형사가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타샤 씨, 자 이제 집에 가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에게 할 말이 생각나거나 저희에게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으면 저희에게 꼭 다시 연락 주셔야 합니다. 저희도 필요하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지금 존이 숨을 거뒀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타샤를 바라보고 있던 존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이마에 주름이 잡힌다. 형사의 눈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듯 고개를 돌려 형사를 쳐다본다. 형사는 타샤를 향해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존은 다시 고개를 돌려 타샤를 바라본다. 타샤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소리도 내지 않고 울고 있다. 존은 두 팔을 벌려 타샤를 껴안아본다. 손을 들어 타샤의 얼굴을 만져본다. 하지만 존은 그 어디에도 그 무엇에도 닿지 않는다. 탸샤의 몸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의자에 축 늘어진다. 존은 그제야 기억이 난다. 


"존, 나는 바지 하나만 보러 옷 섹션에 잠깐 가 있을게. 자기가 필요한 걸 가지고 올래?"

"응, 그래. 알았어. 좀 이따 여기서 만나."

존은 여자 친구 타샤와 마시멜로와 크래커를 사기 위해 월마트에 들렸었다. 타샤와 같이 카트를 밀고 다니다가 필요한 물건을 각자 가지고 오자며 잠시 타샤와 헤어졌었다. 마시멜로를 찾으러 가는 도중 한 선반 위에 누가 박스를 뜯어서 갖고 놀다가 던져놓고 간 BB 총이 보였다. 진짜 총이라고 해도 믿길 에어라이플 Crocsman MK-177이었다. 존은 아무 생각 없이 그 총을 집어 들었다. 총을 들고 다니며 마시멜로와 크래커를 찾았고 펫 섹션을 통과하여 타샤를 다시 만나러 가는 길에 전 여자 친구의 전화를 받고 잠시 멈춰 서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존은 오른손으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전화통화를 하면서 왼손으로 총을 아래를 향해 들고 있었다. 총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져 잠시 어깨에 올렸다가 내려놓은 딱 한 순간을 제외하고는 존의 총구는 계속 바닥을 향해있었다. 순간 갑자기 존은 뒤에서 누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존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껴 소리 난 곳을 뒤돌아 보며 통로 끝으로 달려가 몸을 숙여 바닥에 엎어졌다. 바닥에 엎어짐과 동시에 옆구리와 팔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존의 옆구리와 팔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정신이 희미해졌다. 자신의 손이 수갑으로 채워지고 있을 때야 비로소 존은 자신을 쏜 사람이 경찰인 것을 알았다. 존은 마지막 신음 소리를 내며 자신의 수갑을 채우고 있는 경찰에게 서둘러 말했다."이거 진짜가 아니에요." 



눈을 떠보니 타샤가 있었다. 자신의 죽음을 형사가 알려주었다. 존의 말은 뒤늦게 존의 입술을 떠난 것처럼 보이지만 존에게 충분히 말할 시간을 주었다면 존의 말은 제 속도로 제시간에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진짜가 아니었다는 말은 이미 온전히 도착하지 못할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렇듯이. 



2015년 새해 첫날. 

지난 4개월 동안 나는 타샤와 함께 하고 있지만, 타샤는 홀로 외롭게 나를 위해 싸우고 있다. 나의 결백을 나 대신 외쳐주고 있다. 나를 죽인 경찰의 죗값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타샤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타샤의 눈물에 입맞춤하며 타샤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타샤의 자는 모습을 지켜본다. 하지만 타샤는 여전히 나를 찾아 헤맨다. 꿈속에서도 나를 찾아 손을 뻗는다. 잠을 자면서 흐느껴 운다. 꿈에서 깨면 내 이름을 부르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다. '존, 존, 존...' '

존, 너는 아무 잘못이 없잖아. 진짜 총도 아니었잖아.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잖아. 근데 왜 네가 죽어야 해, 왜? 왜 다른 사람이 들면 장난감 총이고, 왜 네가 총을 들면 진짜 총이 되는 거야. 왜.

존,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나는 싸우고 싸웠어. 그런데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어. 너를 보자마자 쏴 죽인 그 경찰은 죗값도 치르지 않고 뻔뻔하게 살고 있는데, 나는, 나는 너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이 안 나. 

타샤, 이 세상은 진짜가 아닌 거 같아. 내가 들고 있었던 총처럼 이 세상은 가짜야. 그런데 이상한 건, 내가 가짜라고 외쳐도 내 말은 언제나 늦어. 공기 중에 사라져. 힘이 없어. 나는 목소리가 없어. 우리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리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영원히 가짜야. 하지만 타샤, 너무 힘들면 나와 같이 가자.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도 힘 빠지는 일이야. 



2014년 8월 5일 오하이오 주, 한 월마트에서 장난감 비비 총을 들고 있던 존 크로포드 3세(22)를 진짜 총을 들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경찰이 총을 발사해 살해했다. 총을 쏜 백인 경찰 션 윌리암스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오하이오 주는 open-carry states 중의 한 주로 일반인들이 법적으로 허가 없이 총기를 공개적으로 휴대가 가능하다. 존 크로포드는 총구를 바닥으로 향해 가지고 있었고 사람들을 겨냥하지 않았지만 911에 신고를 한 목격자는 존 크로포드가 총을 흔들고 다니며 아이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고 했으며 이 내용은 경찰에게 그대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1월 1일, 존 크로포드의 여자 친구 타샤 토마스는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에 차가 전봇대를 들이받아 전복되면서 친구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이전 05화 아머드 아버리 (25)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