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색하기만 했던 호칭이 조용히 나에게도 붙여졌다.
“할아버지", 아니 "할비“
나이가 들수록 '할아버지'라는 단어에 거리감을 두고 살던 나.
주변 친구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이 손주 사진으로 하나둘 채워질 때도,
나는 여전히 내 일상과는 무관한 듯 거리를 두고 있었다.
딸이 보내오는 영상 속 아주 자그마한 얼굴과 몸짓을 몇 번이고 돌려보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녀를 바라보는 나를 보며,
나는 놀랍도록 웃는다.
예전엔 딸들과 함께한 사진이 중심이었던 내 휴대폰.
이제는 손녀의 잠든 미소와 사라질 듯 작은 얼굴,
꼬물거리는 손과 발, 표정 하나하나가
나의 일상을 차곡차곡 채워간다.
휴대폰 배경화면 속 주인공도 당연히 손녀가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큰 행복을 준다.
행복한 꿈을 꾸는 듯 살포시 눈웃음 지으며 자는 모습 하나에도,
궁금한 듯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도
사랑이 담겨 있는 것만 같다.
이제 나는,
그 아이와 함께 진짜 ‘할비’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문득 깨닫는다.
이 작은 생명이,
내 삶에 또 다른 시작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