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왔어요.”
멀리 외국에서 첫 손녀가 태어났다는 소식.
거리가 너무 멀어 쉽게 다가갈 수 없기에,
그저 마음만 먼저 그 아이에게 달려갔습니다.
처음으로 함께 밤을 지새운 이모가
아이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는 순간,
감고 있던 작은 눈이 살짝 깜빡이며 떠지고,
입꼬리는 조심스레 움직이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미소를 피웁니다.
작고 여린 몸짓, 실룩이는 입꼬리 하나에도
우리 모두는 천사를 마주한 듯한 감동에
숨을 죽인 채 바라보았습니다.
처음 접하는 핏줄의 신비로움.
경이로운 마음으로
그날 밤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며
나는 깨달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재미난 일들도
이 작은 존재 앞에선 한없이 평범하게 느껴진다는 걸.
표정 하나, 몸짓 하나까지도
무엇 하나 익숙한 것이 없고
그 자체로 기적 같았기에
“천사가 미소 지을 때도, 이 모습일까”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 아이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모든 말보다 깊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는 그 눈빛에서, 그 숨결에서,
사랑을 배웁니다.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날.
작은 고개를 조심스레 감싸 머리를 감겨줄 때,
나는 또다시 놀랍니다.
작은 두 눈은 편안히 감겨 있고,
익숙지 않은 물소리에도 놀라지 않은 채
오히려 즐기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따뜻한 물로 살살 헹군 후,
숱은 많지 않지만 귀한 머릿결을
손끝으로 조심스레 빗겨줍니다.
그러자 아이는 “응~” 하는
마치 “괜찮아요,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듯한
소리를 냅니다.
언어는 아직 없지만,
몸짓과 표정으로 모든 감정을 전하는 아이.
그 존재만으로도
내 삶은 조용히, 그러나 충분히 채워집니다.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작은 손녀지만,
그저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 하루는 새롭고,
내 마음은 따뜻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