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의 옹알이
말 대신 소리와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아이.
갓 두 달을 넘긴 작은 생명은
아직 말을 하기엔 이르지만,
요 며칠 사이 입술 끝에서
어쩐지 ‘대화의 싹’ 같은 무언가가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저녁노을이 가득한 거실.
딸이 손녀의 눈을 바라보며 다정히 묻습니다.
“우리 이서, 오늘 재미있게 놀았어?”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아이는 엄마의 눈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작은 입술을 오므렸다 펴며
가느다란 소리로 “으-아” 하고
대답하듯 웅얼거립니다.
그 소리는 단순한 한 음절에 머물지 않습니다.
조금 높아졌다가 낮아지고,
움찔거리는 몸짓 안엔 리듬이 있고
표정에도 이야기가 배어 있습니다.
입꼬리를 올렸다 내리고,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납니다.
마치 무언가를 열심히 전하려는 듯합니다.
딸은 놀랍고도 즐거운 얼굴로
조심스레 다시 말을 건넵니다.
“응응, 그런 일이 있었어?”
그러자 아이는 더욱 신난 표정으로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렸다 펴며
또 다른 옹알이를 내뱉습니다.
엄마의 목소리에
자신의 소리로 응답하고,
엄마의 표정을 따라 하며
감정을 흘려보내는 아이를 보며
딸은 처음으로
‘말없이 통하는 행복’을 느낍니다.
언어는 단어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이 작고 여린 생명은
소리와 표정으로 증명해 냅니다.
소리로, 표정으로, 시선으로
딸과 손녀 사이에 무언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대화가
피어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