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를 품에 안고
물 한 컵 들이키는 그 평범한 순간이
이토록 특별하게 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
할미가 물컵을 들어 입에 가져가자,
품에 안긴 이 작은 아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컵을 바라봅니다.
그러더니
자그마한 머리를 살짝 기울여
컵 옆면에 입을 ‘쭉’ 갖다 댑니다.
물은 안 마셔지는데,
입술은 동그랗게, 혀는 살짝 내밀며
진지하게 마시려는 표정.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한지,
할미도, 지켜보던 엄마도
신기한 듯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이 작은 생명이
어느새 우리를 따라 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찡해집니다.
엄마가 조심스레 말을 건넵니다.
“우리 이서도 마시고 싶어?”
잠시 엄마를 바라보며,
방긋 웃는 얼굴로
"왜"라고 들리는 듯한 소리를 냅니다.
엄마는 그 반응에 반가운 웃음을 터뜨립니다.
하지만
입 안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아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으에엥!” 하고 짜증 섞인 울음을 냅니다.
꼭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한 그 표정이
또 얼마나 진지한지,
엄마와 할미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립니다.
이 조그만 생명.
아직 말은 못 하지만
할미와 엄마를 따라 하고 싶은 마음,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순간입니다.
평범한 하루,
물 한 잔 속에서 피어난
작고도 큰 기적.
그렇게 손녀는
오늘도 한 뼘 자랍니다.
“아, 사랑은 이렇게 자라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