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해볼게요!" 바닥 위의 첫 여정

by 길 위에

첫 배밀이, 손끝에서 피어나는 의지


6개월을 조금 넘긴 어느 날,


주말 오전 햇살이 거실 바닥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순간,

아빠의 시선이 어느 한 점에서 멈춥니다.

아이가 장난감을 향해 팔을 길게 뻗더니,

배를 바닥에 붙인 채, 아주 조금씩 앞으로 미끄러집니다.


“어? 지금… 배밀이하려는 거야?”


놀라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온 가족이 모여들고,

거실은 순식간에 ‘첫 배밀이 무대’가 됩니다.


엄마는 아이 앞으로 알록달록한 장난감을 놓고,

이모는 한 걸음 더 나아오라며 부드럽게 손짓합니다.

모두의 눈동자에 기대와 설렘이 번집니다.


그러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몇 번 앞으로 밀다 멈춘 아이는

머리를 두 팔 위에 포근히 묻고,

잠시 쉬어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는


“괜찮아, 천천히 와도 돼.”

"엄마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따뜻한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잠시 숨을 고른 아이는 다시 팔을 뻗습니다.

작은 다리와 팔이 번갈아 힘을 내며 바닥을 밀었고,

마침내 눈앞의 장난감을 움켜쥡니다.

그 순간, 입가에 번진 웃음은

“나, 해냈어요!”라는 말 없이도 모든 것을 전합니다.


그날 이후,


손녀의 배밀이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졌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힘차게—

손끝과 발끝에 담긴 의지는

마치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나는

작은 탐험가의 첫걸음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첫 여정을 지켜본 모두의 마음속에는

아이와 함께 나아가고 싶은

설렘이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keyword
이전 17화"나도 마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