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빛푸를은 May 12. 2024

우리 셋째형은 멀뚱이 ⑨

고양이 학교는 엄청 조용했습니다. 한꺼번에 짖기, 뛰어올라 공 잡기를 하느라 늘 시끌벅적한 우리 학교와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천천히 우아하게 걷기

몸을 길게 늘이거나 돌돌 말기 

낮잠 늘어지게 자기

누가 오면 빨리 숨기

소리 없이 사뿐사뿐 달리기

한 번에 나무 위로 뛰어오르기 

안전하게 뛰어내리기 

모른척하기 같은 수업을 한다고 했어요. 


미고의 엄마를 따라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데 세상에나 형이 고양이들과 함께 몸을 길게 늘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멀뚱이는 벌써 수업 중이구나”     


그것을 본 미고 아줌마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줌마는 우리 형이 이상하지 않으세요?”     

 

“뭐가?”      


“우리 형은 다른 개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리고 아직 짖지도 못하는걸요?”     

“우리 미고랑은 잘 노는걸”     


“그러니까요! 제가 이상한 건 그거에요. 제 친구 엄마들은 다들 멀뚱이 형과 놀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가끔 화나기도 했어요”      


“동물은 누구나 다르단다. 너와 내가 다르듯이 세상엔 고양이도 있고, 개도 있고, 토끼도등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지”      


“토끼요?”      


“저기 보렴”      


나는 미고 엄마가 가리킨 곳을 보았어요. 그곳에는 귀는 길고, 걸을 때마다 통통 튀어 오르는 하얗고 귀엽게 생긴 동물이 있었어요.     


“우와”      


“ 토끼라고 해. 이 학교에는 토끼, 다람쥐, 오소리, 사슴, 여우 등 많은 동물이 다닌단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학교야”    

 

“그럼 우리 형도 다닐 수 있나요?”      


“그러~엄”      


“우와!”      


“다양한 동물들이 다니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어느 한 동물만을 위한 수업은 하지 않는단다. 다들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서로 어울리는 법을 배워”     

 

“아~ 그렇구나”      


나는 얼른 엄마에게 이 학교에 대해서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기라면 우리 멀뚱이 형이 다녀도 괜찮을 것 같았거든요. 


갑자기 가슴이 간질간질하면서 신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곳은 이제까지 내가 생각했던 학교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어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형을 보니 형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 보였어요. 나는 형을 위해서라도 꼭 엄마에게 이 학교를 소개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