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사랑 Apr 11. 2021

학교를 보면 철학이 보이는 교육

2014년,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초중등 교사가 6개월짜리 해외 연수 프로그램(International Teacher Training Program)을 위해 캐나다로 파견되었다. 연수기간 동안 현지 학교에 배정받아 수업을 참관하며 캐나다 교육에 대해 배웠다. 능력과 상황이 되는 교사들은 한국 학교와 한국 문화에 대한 수업을 하기도 했다.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날은 현지 교사 출신 원어민 멘토와 만났다. 멘토와 함께 공부했던 시간이 연수의 백미였다. 캐나다 학교 현장에서 보고, 듣고, 관찰했던 것을 보다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정리한 내용들은 자연스럽게 한국 학교현장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5년 차 교사, 다시 교육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제 아이들에게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파견을 다녀온 중학교 영어교사가 연수 보고서 발표를 마무리하며 했던 말이다. 그녀는 파견 기간 내내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실전 영어 표현을 수업 자료로 쓰겠다며 간판, 표지판, 안내문, 광고문 등 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기던 열정 많은 교사였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연수의 결과물은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6개월 내내 모았던 수업자료가 아니었다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해외여행 한 번 가보기 어려운 아이들, 영어 공부에 대한 의욕도 동기도 없는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 했다. 이 곳에서 찍은 아름다운 풍경 사진, 문화 체험 사진, 지구 건너편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는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주며 아이들을 꿈꾸게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시골학교 근무 시절, 학부모 상담을 하다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선생님, 이 시골 깡촌에서 공부를 잘하면 얼마나 잘하고, 훌륭하면 뭐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 되겠어요? 여기서 대통령이 나오겠어요, 아니면 무슨 의사라도 나오겠어요?"

지금의 내가 그 학부모를 만난다면 그때처럼 마냥 씁쓸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부모와 교사가 어떤 세계관, 어떤 교육철학을 가지고 가르치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과 방향 자체가 달라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제는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의 이유를 말해 줄 수 있다던 그 영어 교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6개월 해외연수기간동안 출근했던 학교 중 한 곳


이전의 나는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교사였다. 잘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은 교사가 되는 길이라 믿었다. 하지만 학교를 보면 철학이 보이던 캐나다 교육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교육은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까에 대한 고민보다, ‘한 아이를 어떤 어른으로 성장시키고 싶은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이어야 한다.


캐나다의 학교교육은 그 사회가 어떤 어른을 필요로 하는지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교육이었다. 타인과의 소통에 능한 어른, 독서를 즐기는 어른,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되 절제할 줄 아는 어른,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 어른,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스스로 선택하는 어른, 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아는 어른. 학생은 단지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해 연습하는 작은 어른일 뿐, 사회의 어른들과 특별히 다를 것 없는 라이프 스타일을 살고 있었다.


대한민국 학생들은 어떨까? 학생의 학교생활을 보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민주시민의 모습이 그려지는가. 우리나라 학생들이 받는 교육은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한 교육이 맞는가.


교육에 철학이 없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교육 방법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것만 쫓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무모 해지는 것이 교육이다. 먼저 교육이란 무엇인지, 교육을 통해 한 아이를 어떤 어른으로 성장시키고 싶은지, 교육 주체의 확고한 교육철학이 필요하다. 학교를 보면 철학이 보이는 캐나다 교육 이야기가 한국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교사 및 학부모에게 쓸만한 교육철학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