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교사 유튜브 채널을 보면 자기 방어용 콘텐츠가 있다. '교사도 겸직이 가능한가요? 교사가 유튜브로 돈 벌어도 되나요?'에 대한 답변 영상. 공무원이 유튜브 해도 되냐는 공격적인 댓글이 달리기 전에 미리 합법적인 활동임을 밝혀두는 거다. 교사 유튜버가 점점 많아지고 그에 따라 사회적 논란이 불거지니 아예 교육부에서 교원 유튜브 운영 관련 지침을 내렸다. 결론은, 교사도 유튜브로 돈 벌어도 된다. 겸직 신고를 통해 학교장의 허가만 받는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 정서상, 여전히 교사의 부캐(부캐릭터)에 대해 불편한 시선이 존재한다. 교사의 유튜브 운영이 그 자체만으로도 논란거리가 된다. 얼마 전에는 가끔 보던 교사 뷰티 유튜버의 모든 콘텐츠가 갑작스럽게 삭제되었다. 그 결정이 자의적이었는지 타의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교육부 지침에서 장려하는 공익적 성격의 교육 관련 유튜브가 아니기 때문에 주변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사실 그 콘텐츠가 뷰티든 낚시든 음악이든, 근무 시간 외의 취미, 여가 등 사생활 영역의 활동은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이 아니다.(유튜브 활동 관련 복무기준에 명시) 하지만 그 아래 '단'이 붙는다. '단, 근무시간 이외라도 과도한 유튜브 활동으로 본연의 직무 능률을 저하시키거나 직무 수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활동 금지'라고 명시되어 있다. 교원 유튜브 활동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 또한 '본업에 소홀할 수 있으므로'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투잡을 뛰는 캐나다 교사들이 생각났다. 미혼 남자 교사인데, 낮에는 학교로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한다. 팁으로 받는 돈이 쏠쏠해서 교사로 버는 돈보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버는 돈이 더 많다고 했다. 암웨이 제품을 판매하는 교사도 있었다. 가끔 학교 밖에서 만나면 필요한 물건이 없냐며 내게 영업을 하기도 했다. 현직 교사가 하는 튜터링(1대 1 과외)도 흔히 볼 수 있다. 퇴근 후 교사의 부캐(부캐릭터)는 전혀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캐나다에서는 투잡 뛰는 교사가 본업에 소홀할까 봐 걱정되는 사람이 없는 걸까?
아니다. 투잡이 선택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투잡에 아무리 자유로운 캐나다 교사라도 본업에 소홀한 모습이 발견된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물론 교육 공무원인 한국 교사들은 그렇지 않은 캐나다 교사들에 비해 제한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교원의 품위를 손상시키거나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은 금지된다.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아 홍보활동을 하거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취해서도 안 된다.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활동도 금지된다.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도,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을 수록하는 것도 당연히 안된다.
그러나 그 선만 넘지 않는다면 교원의 유튜브 활동은 교사 선택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책임지지 못했다면 금지되어야 하고 마땅한 징계도 있어야 한다. 이것이 맞는 수순이다. 그러나 본업에 소홀할까 봐 걱정되니 유튜브 활동 자체를 금지하고 보자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내가 6학년 담임일 때, 학급 규칙으로 딱 하나를 내밀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기. "선생님은 너희에게 웬만하면 잔소리하지 않을 거야. 6학년인 너희는 무엇이 되고, 안되는지 이미 알고 있을 거라 믿어. 너희가 너희 행동에 대해 선택해. 단, 너희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 그리곤 직업병처럼 잔소리가 나오려고 할 때마다 입을 꾹 닫으려고 노력했다. 통제하기보다는 선택하게 해 주고 싶었다.
선진사회는 통제보다 선택하게 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선택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나는 통제보다 선택과 책임을 가르치는 교사이고 싶다. 그리고 교사들도 그런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본업에 소홀할지도 모르니 유튜브 운영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들으면 좌절감이 느껴진다. 잠재적 역수(도리에 어긋난 짓을 하는 고약한 사람)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그렇다. 본인 선택에 책임지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니 선택권도 주지 말고 통제하고 봐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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