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사랑 Oct 28. 2020

리얼 라이프를 담아내는 교육

캐나다 휴양지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어른보다 포켓북(pocket book)을 들여다보는 어른이 더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내가 가진 외국에 대한 환상일 뿐일까? 캐네디언이 한국 사람보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냥 기분 탓일까? 울고 떼쓰는 아이를 안아 올리기보다 아이의 두 팔을 붙잡고 심호흡부터 시키는 엄마들이 많은 것은? 또 운동복을 입고 길거리를 달리는 사람이 많은 것도 나의 편향된 시선일 뿐일까?


처음에는 나에게 이민병이 도진 줄 알았다.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이나 했다. 그러나 이곳에 산지 벌써 7년째. 캐네디언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도, 내가 보아 온 것들이 막연한 환상만은 아녔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왜냐하면 캐나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그런 어른으로 자라도록 교육하고 있음을 오랜 기간 보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책을 자주 접한 어린이가 자라서, 포켓북을 들고 다니는 어른이 된 것이다. 학교에서 말하기 연습을 많이 한 학생이 자라서,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어른이 된 것이다. 스스로 심호흡하며 격해진 감정을 진정시키던 아이가 자라서, 자녀를 그렇게 키우는 엄마가 된 것이다. 또 어렸을 때부터 매일매일 운동을 하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도시 곳곳을 달리는 것이다. 


캐나다의 교육을 보면, 캐나다의 사회가 보였고, 캐나다의 초등학생을 보면 캐나다의 어른이 보였다. 그곳의 학교는 리얼 라이프를 살아가는 작은 어른들을 길러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Y.E(Young Enterpreneurs) 프로젝트가 생각난다. 비즈니스 세계에 대한 탐험을 목표로 마케팅에 대해 배우는 6학년 프로젝트였다.


1. 사업목표 정하기(예. 20불 이상 벌겠다)

2. 잠정적 고객의 나이와 특징, 예상 소비량,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 사업자금 등을 고려해서 팔 물건과 수량 정하기(향초, 장식품, 비누, 핸드메이드 카드, 스카프 등)

3. 해당 물건의 시장 가격 및 잠정적 고객의 취향 사전 조사하기

4. 팔 물건 스케치하기

5. 물건 제작 계획 세우고 제작하기 (필요한 재료, 도구, 만드는 법)

6. 사업비용, 가격, 이윤에 대해 배우고 가격 책정하기

7. 사업 시작을 위해 초기 자금계획 세우기

8. 차용증 쓰기(초기 자금이 부족하여 주변 어른들에게 빌릴 경우에 해당함)

9. 판매전략 세우기(물건 진열 방식, 광고지, 프로모션 계획)

10. 고객과의 예상 대화 연습하기(먼저 눈 마주치며 인사하기, 고객이 관심 있어할 만한 내용으로 관심 끌기) 

11. 지금까지 세웠던 계획을 모두 모아 비즈니스 플랜 만들기

12. 학교 강당에서 이웃 어른들과 교사 및 학생에게 물건 팔기

13. 비즈니스에 대해 평가하기(순이익 계산)

14.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맨/우먼의 자세 배우기(수익의 일부를 어디에 기부할지 찾아보기)

가격, 사은품, 놀이 방법, 수익 기부 내용, 시연할 수 있는 제품까지 자신만의 광고전략으로 가득한 6학년 학생의 광고지
타이다이 티셔츠와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팔고 있는 6학년 아이들


몇 주에 걸쳐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어른으로 살아갈지 상상이 되었다. 아이들이 비즈니스맨/우먼이 될 거라는 말이 아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에 아이들이 배운 모든 것이 리얼 라이프를 담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불특정 다수와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나갈지, 어떻게 하면 내 생각을 타인에게 어필(appeal)할 수 있는지, 계획을 세울 때는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나의 노동이나 작업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 있는 행동은 무엇인지. 이러한 리얼 라이프 기술을 배운 아이들이, 훗날 민주시민으로서 사회의 한 역할을 감당할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리고 나의 교실을, 나의 가정을 뒤돌아본다. 내 교실은 리얼 라이프를 얼마나 담고 있을까? 내 가정에서는 어떤 작은 어른들이 자라나고 있을까?


현대 사회에는 균형 잡히지 못한 어른이 많다. 머리는 똑똑한데 마음이 덜 자란 어른들이 일으키는 부도덕이나 정신건강에 관련한 문제. 마음은 착한데 능력이 없어 조직에서 도태되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을 갖췄어도 평소에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아 이른 나이에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초등교육은 지덕체가 균형 잡힌 민주시민, 작은 어른을 길러내기 위한 가장 보통의 전인(全人)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은 결국, 어떤 어른을 길러내고자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어야 한다. 학교를 보았을 때 사회와 동떨어져있지 않은 교육을 하고 싶다. 아이들을 보았을 때 어떤 모습으로 사회의 한 역할을 감당할지 눈에 그려지는 그런 교육을 하고 싶다.

이전 11화 매일 뛰는 아이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