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춤추자
오늘은 비가 내렸다.
나는 조금 지친 것 같다.
그림 일을 하려면 일을 적극적으로 구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 것 같고 적절한 일이다 싶어도 시간 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눈을 돌린다. 메일에는 워크숍 광고가 물밀듯 밀려오고 공모전이 끝나면 새로운 공모전이 기간 파도처럼 밀려온다. 나는 그 파도를 즐기지도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휩쓸린 나뭇가지 같다. 치는 파도를 맞으며 물 위에 둥둥 떠서 밀려오고 밀려 나오기만을 반복한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
마음이 묻는다.
“너는 그림을 왜 그리는 거야?
꼭 어떤 성과를 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 같아. 방법이 잘못된 걸까?”
“모든 걸 다 잘할 필요는 없어. 지금 상황에서 너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야. 이 비가 언제까지 오겠어. 나와 함께 춤을 추자.”
오늘은 비가 내렸다.
난 온종일 비를 맞았다.
비를 맞는 시간 동안은 나뭇가지 같았던 나를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