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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템'이 잘 팔리는 이유

'승무원 미스트' 승무원들이 진짜 쓸까?

by 비행기모드

SNS에서 제품 소개를 할 때, 탁월한 마케팅 효과를 내는 마법의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승무원템'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제품일지라도 승무원이 쓴다고 하면 궁금해지나 봅니다.


저 역시도 지인들을 만났을 때, 제품 추천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제가 운영 중인 스레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승무원 내돈내산 입냄새 박멸템'이라는 제목으로 자주 쓰는 구강 제품을 공유했는데요.

갑작스러운 매출 증가로 치약 회사의 대표님께 연락을받게 될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승무원템'에 열광하는 걸까요?


1. 넓고 다양한 제품 비교군

승무원들은 해외 비행에 갈 때마다 '쇼핑'을 빼먹지 않습니다. 새로운 나라에 갈 때마다 그곳의 유명 제품에 대해 알게 되지요. 직접 검색도 하고, 동료 승무원들이 "여긴 이게 좋대"하며 서로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자연스레 사용 제품군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화장품을 예로 들겠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올리브영이나 해외 직구가 가능한 제품을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사용 제품군의 범위가 '전 세계'입니다. 국내 올리브영은 물론, 독일의 DM, 태국의 Whatsons, 미국 Sephora 등 전 세계의 드럭스토어를 드나들며 제품을 써보지요. 국내 수입 여부, 인지도에 상관없이 양질의 참신한 제품을 바로 써볼 수 있습니다. 별로인 제품이 있다면 대체품을 빠르고 광범위하게 찾습니다.


다양한 제품을 많이 써보다 보니 기준치가 높아져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일반 소비자들의 눈에는 '신뢰'로 다가옵니다. '전 세계의 제품을 써보는 승무원이 좋다는데, 좋겠지.'라는 사고의 과정이 구매를 유도합니다.


2. 극한의 생활환경

기내는 건조합니다. 제대로 씻을 수도 없습니다.

매번 바뀌는 시차에 생활 패턴도 불규칙합니다.

피부 트러블이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요.

하지만 승무원들의 피부는 깨끗합니다. 궁금증이 생깁니다.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는 거야?'


비밀을 알려드리자면, 모든 승무원들이 특정 제품으로피부나 체형 관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타고난 피부가 튼튼해 극한의 환경에서도 피부가 끄떡없는경우가 많지요. 체형 관리 역시 따로 다이어트 제품을 먹거나 한약을 챙겨 먹지는 않습니다.


다만, 극한의 생활환경에 노출되는 경험이 많기 때문에 각자의 생존 전략을 잘 알고 있습니다. 승객들은 비행기에 탑승하는 경험이 적으면 일 년에 한두 번 일 수 있지만, 승무원에게는 일상입니다. 경험치가 쌓이면서 생존 공식도 같이 추가됩니다.


'건조할 때는 이 크림을 발라줘야 해.', '난 이걸 먹으면 바로 잠이 깨더라.', '트러블 났을 때는 이 마스크팩이 최고지.'와 같은 자신만의 생활 루틴이 생깁니다. 개인에게 잘 맞는 제품을 빨리 찾게 되면서 상황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지요. 이러한 개인의 생존 공식을 공개했을 때, 대중은 반응합니다. 기내나 해외 경험이 별로 없으면, 승무원의 해결 노하우에 솔깃하게 되며 '나도 효과 있겠지.'라는 심리를 갖게 됩니다.


3. 집단적 특성- 자기 관리 끝판왕들의 모임

자기를 가꾸는 사람들이 단체로 모여서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승무원'입니다.

승무원은 기내 안전요원이지만, 회사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홍보대사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도 신입승무원 입사 교육 시 메이크업, 헤어 교육을 진행합니다. 입사 이후에도 '어피어런스(appearance) 관리'를 강조하며 '보이는 이미지'를 중시하지요. 그렇다 보니 승무원들은 서로의 관리법에 대해 정보를 자주 공유합니다.


"입술 너무 예쁘세요. 립 제품 뭐 쓰세요?"

"속눈썹 펌은 어디서 받으셨어요?"

"피부과 다니세요? 요즘 어떤 시술이 괜찮아요?"

질문 몇 번이면 '내돈내산 찐 추천' 고급 정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니 나도 관리에 열을 올리게 됩니다. 친구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나도 덩달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요. 그렇게 네일아트, 속눈썹펌, 피부 관리, 치아 관리, 운동을 하며 외적인 모습을 신경 써서 가꾸게 됩니다.


'자기 관리'분야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곳.

'승무원'의 집단적 특성입니다.


승무원으로서 양심 발언 하겠습니다.

'승무원 미스트', '승무원 핸드크림'을 실제 모든 승무원들이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승무원템은 다양합니다.

'승무원템'이라는 마케팅 카피에 속지 마세요.


‘승무원템’이라고 추천하는 주체가 ’브랜드’인가요,

‘진짜 승무원’인가요? 추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억하세요. 진짜 봐야할 것은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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