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위하는’ 말 한마디가 지닌 강력한 힘
유튜브 <요정재형>이라는 채널이 있습니다. 뮤지션이자 방송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재형 님이 운영하는 채널입니다.
정재형 님은 자신의 집으로 손님을 초대해 직접 만든 식사를 대접합니다. 그리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영상에 담습니다.
1시간 분량의 긴 영상이 업로드될 때가 많지만, 조회수 100만 뷰를 넘긴 영상은 무려 41편이나 되었습니다. (25.08.25 기준)
다른 유튜브 채널과 다르게, 시청자들이 남긴 영상의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른 인터뷰 다 봤는데 이게 찐이다.’
‘제니를 편하게 해주는 대화를 하니까 제니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정재형 님의 대화법을 칭찬하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그의 대화법은 누구를 만나도 상대를 편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에 영상 출연자도, 시청자도 끝까지 그 대화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여러 영상을 보면서 정재형 님의 대화법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현관문이 열리고 손님을 처음 만난 순간, 정재형 님은 항상 칭찬으로 손님을 반겼습니다.
“나 지금 깜짝 놀랐어~ 너무 아름다워서..”
“이야~ 너무 멋지게 입고 온 거 아니야?”
“와줘서 너무 고마워. 우리가 널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데!”
초대한 손님과 평소에 인연이 있었든, 초면이든 칭찬으로 밝게 맞이하는 모습은 일관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첫 만남이 어색할 법한 손님들도 긴장을 풀고 밝은 모습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지요. 늘 강조하지만, 칭찬과 격려는 아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강력한 방법은 칭찬입니다.
손님이 식탁에 처음으로 앉은 순간, 이제 무슨 대화를 나눠야 할지 어색하고 막막하셨던 적 있으신가요?
특히나 내가 손님을 초대한 호스트라면 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됩니다.
그럴 때, 정재형 님은 상대방의 안부를 먼저 물어보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돌 스케쥴 얘기 좀 들어보자~”
“아픈 건 괜찮아졌어?”
“요즘 안 바쁘니? 너무 바쁘지?”
이렇게 상대방의 안부에 먼저 관심을 가지니 상대방도 편하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건강 상태, 최근 촬영한 작품, 요즘 스케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그리고는 “그렇게 바쁜데도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놓치지 않으며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재형 님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리액션이 남달랐습니다.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며 과장된 표정을 짓기도 하고, “헤엑~”과 같은 감탄사와 박수로 경청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표현했습니다.
“어우, 정말?”, “아~ 그랬구나.”와 같은 공감형 리액션을 자주 했습니다. 이야기를 흥청망청 듣는 게 아니라, 활발한 리액션으로 대화에 함께 몰입하니 상대방도 신이 나서 얘기를 하는 게 즐거워 보였습니다. 적극적인 리액션을 보여주면 상대방은 ‘내 얘기가 재미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감을 얻은 화자는 평소 잘 안 하던 얘기도 쉽게 하게 되고, 자신의 매력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게 되지요. 그러면서 더욱 가까워지고 깊이 있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요정재형>에 출연한 많은 출연자들이 유독 편안한 모습으로 대화할 수 있었던 8할은 정재형 님의 리액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재형 님은 대화 주제 역시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춰 선정했습니다. 가수가 출연할 때는 그 가수의 음악을 미리 듣고 분석하고, 배우를 만났을 때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미리 살펴본 후에 출연자를 만납니다. 상대방의 관심사, 최근 촬영한 작품은 무엇인지 미리 조사하고 그에 대한 얘기를 화두로 꺼냈지요.
“첫 주연을 맡았던 <이브> 때 기분이 어땠는지 너무 궁금해요. “
“네가 콜드플런지를 한다는 거야. 그건 왜 하는 거야?”
“내가 너한테 제일 놀랐던 게 네가 클래식 기타를 한 거야.”
이렇게 상대가 얘기하고 싶을 법한 주제를 먼저 제시합니다. “나는 요즘~”, “나는 말이야. “처럼 나의 얘기를 하고 싶어 서두르는 게 아니라, 상대의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태도로 다가갑니다. 질문을 받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마음을 열 수밖에 없겠지요. 상대방은 내가 좋아하는 관심사에 대해 미리 조사해 왔다는 고마움, 나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줄 거라는 신뢰와 기대감으로 꽁꽁 숨겨왔던 속마음까지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정재형 님의 <요정재형> 채널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정성스럽게 요리를 대접하며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는 편안한 콘셉트, 각계각층의 스타가 출연하는 섭외력, 1시간 내외로 진행되는 긴 인터뷰 시간 (팬들에게는 귀한 기회니까요) 등 다양한 요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출연자도, 시청자도 이 오랜 대화를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는 이유는 상대방을 위하는 진심 어린 화법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위한’ 말 한마디의 힘은 강력합니다. 말 한마디와 태도로 상대의 속마음을 듣고,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귀한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