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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승무원이 '쎄한 사람'을 대하는 방법

내 마음은 보호하면서 상처는 덜 받는 법

by 비행기모드

얼마 전, 스레드에 제가 생각하는 '쎄한 사람'에 대한 분석을 남겼습니다. 같이 있을 때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특징을 적었을 뿐인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지요. 제가 느꼈던 '쎄한 사람'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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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reads.com/@tod_crew/post/DM9qA27zW6R?xmt=AQF0JfXw0psuPluBrZg6J4Bd5I_Anc2JVjzEVBUaXMEPOg


아마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유형의 사람 한 명쯤은 만나보셨을 겁니다. 저 역시도 승무원으로서 매달 전 세계인 3,000여 명을 만나다 보면 늘 만나게 되는 유형입니다.


우선, '쎄한 사람들'을 대할 때 가장 걱정되고, 조심해야 할 것부터 떠올려봅시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공통적인 목표는 '내 마음이 상처받지 않는 것'이겠지요. 쎄한 사람들이 쓰는 날 선 말투, 냉소적인 언어를 듣다 보면 심장이 철렁할 때도 있고 얼굴이 벌게진 때도 있습니다. 그건 쎄한 사람에 비해 나의 '기(氣)'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사람보다 내가 타인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고 배려하는 마음이 크다 보니 상황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감정과 상황에 몰입하다 보면, '이건 나한테 문제가 있나?'라고 느끼며 비난의 화살을 나에게로 돌립니다. 주눅이 들고 위축될수록 '을'의 입장을 자처하고, '쎄한 사람'들은 우리를 만만하게 보면서 악순환이 반복되지요.


그렇다면 이런 '쎄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제가 승무원 생활을 하며 제 마음을 지킬 수 있었던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1. 관찰하기

저는 '쎄하다'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오은영 박사님이라는 생각으로 그 사람을 관찰합니다.

오늘 하루는 승무원이 아니라,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는 생각으로요. 그러면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그 사람의 특징을 관찰하게 됩니다. '이분은 이런 말을 할 때 화를 내네?',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될 뿐, 나의 컨디션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쎄한 사람에 대한 관찰 일기를 적어보겠다는 마음으로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특징을 관찰만 해보세요. 다른 사람이 주는 (감정) 쓰레기는 내가 받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2. 측은지심 (불쌍하게 여기기)

관찰하기보다 조금 더 높은 단계는 상대를 불쌍히 여기는 것입니다.

'에구.. 어쩌다 이런 성격을 갖게 되었을까..', '어떤 결핍이 있었길래 이런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할까?',

'이러면 주변 사람들 다 떠나갈 텐데 곧 외롭고 힘든 삶을 살겠구나.'

이렇게 측은지심으로 상대를 바라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의 기세에 말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물론, 이 방법은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스레드에서도 이 방법이 제일 어렵다는 댓글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타인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 상황의 원인을 내 탓으로 돌릴 확률이 줄어들고, 오히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마음도 듭니다. 그럴 때 그 사람과의 관계도 한결 나아지게 되지요.


3. 무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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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방법을 실천했음에도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으신가요? 최후의 수단은 '무시하기'입니다.

제가 신입 승무원이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는 모든 선배에게 예쁨을 받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잘못한 게 없는 상황에서도 이유 없이 차갑게 대하거나 무례하게 구는 선배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선배들의 마음을 어떻게든 사로잡아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제 마음만 병들뿐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믿을만한 선배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자 선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냥 이렇게 생각해. '너 나 싫어? 그럼 나도 너 싫어.'"

선배의 당당함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맞습니다. 우리에게도 그 사람을 싫어할 권리가 있습니다. 나를 소중히 대하지 않는 사람에게 잘해줄 필요가 있을까요? 잘해줄지 말지 결정하는 것조차 내 마음이 결정해야 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수직적인 관계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게 됩니다. 나보다 먼저 입사한 선배에게서 무례한 태도를 경험하게 되더라도 '나는 미움받았다'며 수동적인 관점에서 속상해하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도 그들을 미워하고 나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낼 권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내 마음을 다치게 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미워하고 적당히 무시하며 살아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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