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알면 스몰톡이 가장 쉬워집니다.
신입승무원 시절, 저에게는 밤샘 비행이 곤욕이었습니다. 밤을 꼴딱 새우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어서가 아닙니다. 승객들이 모두 잠든 비행에서는 4-5시간을 사무장님, 선배들과 함께 대화를 하며 보내야 했습니다.
근무 중에는 휴대폰을 보거나 잠을 잘 수도 없으니 바쁜 업무 후 남는 시간에는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최선이었습니다. 매 비행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스몰톡에 대한 고민이 누구보다 많아졌고, 시행착오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만의 스몰톡 노하우로 누구를 만나도 부담 없이 대화하고, 쉽게 가까워지곤 합니다.
저는 스몰톡을 할 때, 상대의 휴대폰 배경화면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대부분 자기가 좋아하는 사진으로 배경화면을 설정해 두는데, 다른 사람이 봐도 괜찮은 것들을 보여주거든요.
배경화면이 강아지 사진이라면 "우와,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요! 강아지 좋아하세요?"로 말문을 트고,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ㅇㅇ님과 함께 지내는 강아지인가요?"로 관련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멋진 여행지 사진이나 결혼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와, 이곳은 어디인가요?", "결혼하셨어요? 사진이 너무 예쁘네요." 등의 칭찬으로 스몰톡을 시작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에 대한 스몰톡을 꺼내면, 상대는 쉽게 자신의 얘기를 꺼내놓습니다. 이때, 상대가 하는 약간의 자랑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우와! 부러워요."와 같은 호응형 리액션도 적극적으로 해보세요. 잘 들어주기만 해도 상대가 대화를 이끌어줄 것이고, 금세 가까워졌다고 느낄 것입니다.
"ㅇㅇ님께 좋은 향기가 나네요. 향수 정보를 알고 싶을 정도예요!"
향기 칭찬을 했을 때,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상대는 드물었습니다. "정말요?" 하면서 뿌듯하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내 몸에 뿌리는 향수를 고를 때는 자신이 남에게 보이고 싶은 이미지를 고려해서 고심히 선택합니다. 그렇기에 향수를 칭찬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센스를 칭찬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 향수는 우리 남편이 나한테 결혼기념일 선물로 준거야. 내가 결혼 전에 이 향수를 썼었는데, 이후에 단종이 되어버렸지 뭐야. 근데 우리 남편이 유명한 프랑스의 조향사가 비슷한 향수를 만들었다며 또 그걸 찾아와서 선물을 준거 있지."
제가 비행 30년 차 사무장님께 향수 칭찬을 해드렸을 때, 실제로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이런 식으로 향수에는 그 사람의 좋은 추억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나는 향수 하나만 칭찬했을 뿐인데, 남편 자랑과 향수에 관한 추억까지 덤으로 듣게 됩니다. 이렇게 추가된 정보를 바탕으로 스몰톡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지요. "와, 남편분이 정말 스윗하시네요!", "이렇게 좋은 향기를 오래전부터 알아보셨다니 센스가 정말 남다르시네요."처럼요.
매달 전 세계인 3,000명을 만나며 느끼는 진리가 있습니다. 칭찬과 대접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는 칭찬과 대우를 받고 싶어 하지요. 누군가를 처음 만나 어색하다면 칭찬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보세요. 상대를 눈여겨보면 칭찬할만한 포인트가 분명 하나는 있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좋으세요.", "아까 제 이름 기억해 주셔서 감동했어요.", "발표를 너무 잘하셔서 인상 깊었어요." 등의 가벼운 칭찬 한마디만으로도 상대에게 호감을 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나에게 조언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조언을 구한다는 것은 '내가 당신을 신뢰한다.'라는 메시지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언을 해주며 인정받는 기분은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언에 대한 주제는 상대의 '성공 경험'에서 찾습니다. 제가 자주 쓰는 방법으로는 "제 아는 동생이 (상대의 현직장인)ㅇㅇㅇ에 들어오고 싶어 해요. 혹시 어떻게 합격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처럼 상대가 우쭐하며 얘기할 수 있는 주제들을 꺼냅니다. 현재 직장, 성공한 프로젝트,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은 노하우, 그 외 내가 그 사람을 봤을 때 잘한다고 느껴지는 점(ex. 이직, 부업, 취미생활, 사회생활 등)에 대해 물어보면 상대는 생각보다 마음을 쉽게 열며 어색했던 공기를 유쾌하게 채워줄 것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방법을 활용하기가 어려우신가요?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무난하게 쓰이는 '마스터키' 스몰톡 주제를 알려드릴게요.
보통 이 주제들은 어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도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화제입니다.
여기에 상대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개방형 질문'을 덧붙여보세요. 자연스럽게 스몰톡을 주고받게 됩니다.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네요. 날씨도 좋은데 퇴근 후에 계획 있으세요?"
"여름휴가 다녀오셨어요? 어디로 다녀오시나요? (상대의 답변을 듣고) 우와 좋겠다..."
"최근에 여행 다녀오신 적 있으세요? 어디가 제일 좋으셨어요?"
"보통 쉬실 때는 어떤 걸 하세요? 취미가 있으신가요?"
이러한 질문을 통해 상대와 부담스럽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게 되고, 상대에 관한 정보를 차츰 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성공적인 스몰톡 노하우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상대가 자랑하게 만들고,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서 많은 이야기를 하게 합니다. 나는 적극적인 리액션을 하며 잘 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스몰톡의 무게 중심은 내가 아니라, '상대'에게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하세요. 이것만 알면, 세상에서 스몰톡이 가장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