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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으로서 기내에서 당황스러운 순간 TOP3

당황스러운 순간, 승무원은 어떻게 말할까?

by 비행기모드

https://www.threads.com/@tod_crew/post/DM-RVQTTXgF?xmt=AQF08syiJWEDMDeqDYtuzLUJH6iUptL4ITq5GZb6HEJNPg



최근, 제가 스레드에 '승무원으로서 기내에서 당황스러운 순간'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글은 제 팔로워 수에 비해 크게 화제가 되었고, 많은 분들이 제 감정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승무원으로서 당황스러운 순간에 저는 어떻게 대처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는 게 맞을까요?


오늘은 그 당황스러운 순간에 승무원이 하는 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1. 승무원 부를 때 말로 하지 않고 신체를 터치할 때


대부분의 승객들은 기내에서 승무원을 호출할 때, 좌석 상단의 '콜 버튼'을 이용합니다. 기종에 따라 위치와 모양이 조금씩 다르지만 사람 모양이 그려져 있는 버튼을 누르면 승무원에게 알림이 가지요. 콜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때는 "저기요", "선생님", "승무원님" 등의 호칭으로 승무원을 불러주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간혹 연세가 많으신 일부 손님들은 승무원을 말로 부르지 않습니다. 손목이나 팔뚝을 잡거나 제 몸을 툭툭 치실 때도 있습니다. 제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부르셔서 화들짝 놀랐던 경험도 있습니다. 기내의 환경이 익숙지 않다 보니 승무원을 호출하는 방식이 낯설어서 그런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만, 때로는 제삼자가 제 몸을 갑작스럽게, 동의 없이 만지다 보니 놀람과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제가 올린 스레드 글에도 많은 현직 승무원들의 공감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팔을 꼬집으며 승무원을 부르는 경우, 승무원의 양쪽 골반을 손으로 잡는 경우 등 곤혹스러운 순간에 대한 경험담이 들려왔습니다.

그럴 때, 승무원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1. 신체 터치로 인해 깜짝 놀란 것을 주변 사람이 다 알도록 크게 표현하기
2. "손님, 승무원 신체를 터치하시면 저희도 깜짝 놀랄 수 있습니다. 말로 불러주시거나 위에 있는 콜버튼을 눌러주세요."
3. 동료들에게 공유, 구체적인 상황 기록


아마 손님에게서 고의가 느껴지지 않는 신체적 터치를 하셨다면, 이런 식의 대처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고의가 있든, 없든 동의를 구하지 않는 일방적인 신체 터치는 언제나 당황스럽고 무례한 행동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독자 여러분만큼은 기내에서 승무원을 부를 때, 말이나 콜버튼을 활용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2. '내 짐 승무원이 올려주겠지.'

캐리어만 통로에 두고 손님은 자리에 앉아버릴 때

https://www.munhwa.com/article/11469795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많은 항공사에서는 기내에서 승무원이 승객의 짐을 올려주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위의 기사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승객의 짐을 선반에 올리는 과정에서 승무원 부상이 잦아졌고, 그로 인해 기내 안전 업무 수행에도 영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탑승 후 본인의 짐은 본인이 직접 선반에 넣습니다. 하지만 일부 승객은 여전히 탑승 이후, 승객의 짐을 통로에 덩그러니 놓고 자리에 앉아버립니다. "이것 좀 올려달라" 혹은 "도와달라"는 말도 없이요. 그럴 때, 승무원은 참 난감합니다. 다른 손님들도 통로를 지나가기 위해 기다리고 계신데 무거워 보이는 짐은 통로를 가로막고 있고, 승무원 혼자 해결하기엔 몸에 무리가 갈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손님, 짐은 직접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때로는 이런 말에도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손님이 계시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말했을 때, 주변 승객들이 오히려 해당 손님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기도 하고, 제삼자인 승객이 짐 올리는 것을 도와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당황스러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지요.


'친절한 서비스'라는 명목하에 모든 것들을 승객이 원하는 대로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항공사의 규정, 승무원의 업무 우선순위에 맞게 상황을 판단하고 이끌어가는 승무원이 현명한 승무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말투는 친절하지만,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얘기할 수 있는 중심 있는 승무원이 되고자 합니다.


3. 무거워서 선반에 짐 올리는 것을 도왔는데 내 손이 닿는 순간, 손을 놔버릴 때


앞서 언급했던 상황처럼 모든 짐을 손님이 올리도록 하지는 않습니다. 노약자, 임산부, 청소년 등 손님 혼자 짐을 들어 올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일 때, 그때는 승무원이 도와드리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짐을 같이 들어 올리는 순간에 힘을 갑자기 빼버리거나 손을 놓아버리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승무원이 도와주기 때문에 이젠 괜찮겠지'라는 생각 때문일까요?


하지만 아무런 말 없이, 드는 힘에 차이가 생기면 승무원도 손목을 다치는 경우도 있고 짐을 놓쳐 주변 승객이 다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래서 그럴 때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손님, 부상 및 파손 방지를 위해 같이 들어주십시오. 끝까지 같이 짐을 잡아주세요."


이런 말을 함으로써 승무원과 승객 모두 다치는 일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제 응대가 결코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 좋은 방법, 더욱 현명한 대화법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주니어 승무원들에게 이런 방식의 응대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고, 손님들에게는 해당 상황에서 승무원이 왜 그런 말을 하게 되는지 상황적 설명을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주제가 '당황스러움'이다 보니 승무원으로서의 어려운 점을 토로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기내에서 마음이 따뜻한 승객들, 상황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며 힘을 주셨던 승객들에 대한 기억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승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행복하고 안전한 비행만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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