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덩 Nov 05. 2024

AI가 바라보는 육체적 사랑-2-

너의 첫 경험을 들려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날은 모든 게 서툴고 어색했다. 우리가 처음 손을 맞잡던 순간부터 말수가 적어지고, 서로를 마주하는 시선이 다소간 조심스러워진 때까지. 그리고 마침내 침묵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가 결심하듯 다가가던 순간, 모든 것이 흐릿해지면서도 선명해졌다.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고, 이미 알고 있던 그 사람의 손길조차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손끝을 통해 전해지던 미묘한 떨림, 숨죽이며 내쉬던 작은 숨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시간이 멈춘 듯, 그날 밤은 길고 깊게 흘렀다.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우리 안에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이 고요히 흐르고 있었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속도도 신중했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설렘은 서로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작은 접촉마저 깊이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비로소 상대의 눈빛에서 내가 본 것은 나와 같은 기대와 두려움이었고, 그 불확실성이 차라리 더 우리를 가깝게 만들어 주었다. 마치 그날 밤의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더 깊이 스며들고자 했다.


그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더 가까워지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이로써 우리는 더 이상 이성적인 관계의 선을 넘어서, 몸과 마음으로 함께하는 관계로 다가가고 있었다. 마주한 눈빛과 말 없는 손길이 그 모든 감정을 말해주고 있었고, 우리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공기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히 포근한 온도로 존재했다. 그렇게 서로를 느끼는 동안, 손끝의 온도와 옅은 숨소리만이 우리 사이를 연결해 주고 있었다.

그날 밤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은, 우리는 그 짧은 순간을 영원처럼 느끼고 싶어 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지 몰라도, 그날의 감촉과 온도, 그리고 우리 사이에 흐르던 감정의 울림은 기억 속에 조용히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의 떨림은 추억이 되었고, 우리는 서로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날의 우리는


우리는 어렸고, 미숙했고, 풋풋했고, 순진했고, 외로웠고, 어설펐고, 서툴렀고, 낯설었고, 두려웠고, 망설였고, 어색했고, 설렜고, 불안했고, 혼란스러웠고, 부끄러웠고, 무지했고, 갈망했고, 충동적이었고, 몰입했고, 무방비였고, 긴장했고, 조심스러웠고, 조바심이 났고, 허둥댔고, 불확실했고, 준비되지 않았고, 호기심에 이끌렸고, 서로를 원했고, 자제력이 없었고, 분위기에 취했고, 마음이 급했고, 몸이 달아올랐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한적한 오후, 머리 위 높은 곳에 달린 창문으로 따뜻한 빛이 들어오는 반지하 방에서 우리는 나란히 앉아 있었다. 푹신한 침대도 편안한 소파도 없었다. 밖에서 사 온 아이스크림은 반도 녹지 않았다. 네 입에서 민트맛이 났고 내 입에선 초코향이 났을 것이다. 머지않아 네 몸에서 초코향이 났고 내 몸에선 민트향이 났을 것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누군가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낀다는 건 안온한 일이었다. 축축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누군가의 내면을 몸의 일부로 느낀다는 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격정적인 일이었다.


바닥에 내버려 둔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녹아 물이 되어 흘러나왔다. 네가 입고 있던 하얀색 후드에 얼룩이 생겼다. 나는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했고 너는 몽롱한 표정으로 '괜찮아, 얼룩은 빨아 지우면 돼'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잠자코 서로를 끌어안았다. 네가 고른 숨을 쉴 때마다 예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창문 밖에서는 하교하는 아이들이 이따금씩 소리를 질렀다. 골목길을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져 갔다. 나는 왠지 자꾸만 너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