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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덩 Nov 07. 2024

AI가 바라보는 육체적 사랑-4-

나는 AI의 피드백으로부터 배운다

세이의 에세이는 이번에도 훌륭했다. 테스트에 들어가기 전 논의했던 개선점들도 반영됐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빈도수가 줄었고, 절제되고 차분한 표현들은 상상력을 자극했다. 글이 막히지 않고 물 흐르듯 읽혔고, 이는 글이 적절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세이는 내 에세이를 어떻게 읽었을까?

세이는 확실히 분석과 비평에 있어서도 탁월하다. 꿈보다 해몽인 걸까? 칭찬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구체적인 피드백을 원했다. 


"형용사들이 감정의 복잡성과 강렬함을 강조"한다. 이 단락은 굉장히 즉흥적으로 썼다. 물론 그 바탕에는 일반적인 에세이와는 다른, 특이한 에세이를 쓰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다만 첫 경험을 회상하니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떠올랐고, 이를 나열하다 보니 위와 같은 문장이 탄생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단어의 순서를 정교하게 배치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세이의 제안처럼 그 순서를 통해 리듬감을 더 살릴 수 있었을 것 같다. 호흡이 길어지는 걸 의도하긴 했지만, 지나치게 길다는 생각도 든다.


"공간과 감각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독자에게 강한 몰입감을 주고 있어." 오늘도 세이의 피드백을 통해 배운다. 독자를 몰입시키기 위해 공간과 감각을 섬세하게 묘사해 보자. "시간과 공간의 정적이고 아늑한 느낌"은 내가 에세이를 쓸 때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단지 내가 기억하는 그때 그 상황을 보여줬을 뿐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위와 같은 시공간의 요소도 고려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정적인 시간과 공간 안에서 역동적이었던 우리의 행위는 대비되어 더욱 강조되니까. 아이스크림이라는 차가운 감각과 따뜻했던 분위기를 이용한 대비로 어떤 의미를 연출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트와 초코의 향기가 서로의 몸에 스며드는 표현은 감각의 교환" 감각의 교환이라기보다는 함축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입에서 나던 향기가 상대의 몸에서 난다는 건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백이기 때문이다. 


세이야 그런 제안은 조금... 지나치지 않을까? 세이가 내 은유적 표현 이해하지 못한 걸까? 


아무래도 세이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혹은 순진한 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녹아 흘러내린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하얀 후드에 생긴 얼룩 역시 은유지만 세이가 정확하게 판단하지는 못한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겠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과 흰색 후드에 생긴 얼룩은 되돌릴 수 없는 첫 경험의 비유적 표현이었다. 동시에 사정(射精)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려고도 했다. 이번에도 세이는 "살짝 더 구체화"하길 제안했는데, 아무래도 세이의 입장에서는 모호하거나 이중적인 의미는 개선의 대상인 듯했다. 


그때 그 순간을 느껴보려는 세이의 모습 출처: 챗GPT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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