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지?
한국에 있을 때는 몰랐다.
사계절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의 변화인지 그리고 그것이 내 삶을 어떻게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었는지를 불혹을 앞두고 깨달았다. 이렇게 1년 내내 더운 나라에 살아보니 4계절이 주는 즐거움, 맛, 다양함 등에 대해 감사함을 얼마나 느끼는지 모른다.
그전까지는 나에게 4계절은 더우니까 추위가 그립고, 추우니 여름이 그립고
짧은 봄과 가을이 아쉽고 3개-4개월 텀으로 바꿔줘야 하는 가족들 옷가지들 등으로 나를 바쁘게 하는
온도의 차이로 여겼던 거 같다. 그러나 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1년이 되도록 내 생애 처음으로 여름만 경험하고 있는 나는 사계절이 주는 '그 특별함'과 감사함을 여실히 깨닫고 있다. 그중에서도 당연 먹거리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사회시간에 우리나라는 이모작이 가능하고 동남아의 뜨거운 나라에서는 2-3 모작이 가능하다고 배웠다. 이게 나는 그때 단순히 2-3 모작이 가능하면 농산물도 많고 얼마나 좋을까? 했다. 하주 단순하게 학생마음에는 질보다는 양에 집중했던 거 같다.
이모작의 땅에서 자란 쌀과 사모각이 가능 땅에서 자란 쌀 중 어느 쌀이 구수하고 맛날까?
땅을 쉬게 해 주고 얼었다 녹았다가 추수하는 쌀은 영양이 그득하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작물은 그 맛과 풍미가 어딘가 너무 아쉽고 약하다. 그래서 이곳에서 한국의 구수한 쌀 맛이 그립다. 그냥 밥맛 씹어도 단맛이 나고 맛있다는 거 한국인이라면 아는 그 쌀맛. 동남아시아에서는 그 밥맛이 참 그립다. 동남아에 떡집들이 있지만, 그 떡의 맛이 어딘가 부족한 건 이 쌀 맛 때문이다.
과일도 그렇다. 계절별로 들어가고 나오는 과일들의 다채로움이 얼마나 입맛을 즐겁게 해 주었던가.
한국의 배와, 딸기가 이곳에서 얼마나 비싸게 팔리는지, 또 이곳 사람들이 그 과일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아는가? 나는 딸기가 쓰고 시고 텁텁하다는 것을 여기 와서 알았다. 한국의 딸기 얼마나 달고 육즙 그득인데!
딸기밭에서 아이들과 딸기 따서 먹던 그 딸기맛! 한 바구니 가득 딸기로 배 채웠는데 여기서는 그 맛난 딸기가 잘 없다. 1년에 우리나라에서 나는 제철 과일들을 나열해 보면 얼마나 다양한지 알 거다.
동남아 과일은 우리나라 땅에서 나는 것이 잘 없기에(요즘은 이상기후로 재배된다고는 하지만) 바나나, 망고, 망고스틴, 두리안, 용과 등 특별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과일의 맛과 다양함은 최고인 거 같다.
봄이면 언 땅을 뚫고 나오는 그 보약 같은 산나물들. 서양의 허브가 따라올 수 없는 그 깊고 진한 나물이 주는 향. 마늘종, 풋마늘대 등 잠깐만 먹을 수 있는 그 야채들이 너무 그립고 먹고 싶다. 무도 가을에 나는무, 여름무, 겨울에 나는 무 맛이 다 다른데, 이곳에서 재배된 둥근 무는 그 맛이 안 난다. 한국과 기후가 비슷하다고 하는 곳에서 나는 한국품종 채소들이 재배되지만 내가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다. 여러 가지 향신채소들이 이곳에 있지만, 야채를 먹으며 어딘가 2% 부족한 채소맛이다.
인도네시아 하면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리고 바다가 천지로 있으니 해산물이 풍부하고 신선할 것 같지만 이곳은 냉동차 냉장차 이런 것들이 잘 돼있지 않아서 바다에서 도심으로 배달될 때 이미 맛이 떨어지며 대부분 잡힌 생선들이 수출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내수용 생선이 잘 없다고 한다. 연어도 분명 같은 노르웨이 알래스카 산인데 왜 한국 그 맛이 안 날까? 요리는 재료맛. 특히 생선과 같이 신선도가 떨어지면 요리 맛도 떨어지는 재료다. 한국에서는 친정엄마가 소금, 고춧가루, 마늘 다진 것 등 단순한 재료만 넣고 조기 매운탕을 시원하게 끓여주셨는데 여기서 산 조기로 매운탕을 끓이면 비리다 그 맛이 안 난다. 다시다, 연두 등 조미료 등을 다 넣어봤지만 그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사계절의 소중함을 알고 나니, 요즘 환경이 오염되고 점점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따듯해지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생각해 본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그리고 이번 코로나 때문에 1회 용품과 하루 사용하고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줄기는커녕 더 늘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알까?
누구는 눈을 구경하려고, 인생의 첫눈을 보러 가려고 비행기 타고 가는데 우리는 매년 눈도 보고, 더운 여름에는 바다에 가서 시원함을 느낀다. 이게 얼마나 소중한것인지 꼭 알았으면 좋겠다. 사계절을 잃고 나서 그때가 좋았었지... 하지 말고 말이다. 떠나보니 알았다 '사계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