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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Mar 13. 2023

어설픈 것

하는 일이 몸에 익지 아니하여서 익숙하지 못하고 엉성하고 거친 데가 있다

타지생활 약 3개월 차에 접어든다.

8월 한 달은 6개월간 없던 내 살림살이를 다시 시작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던 거 같다.

그저 타지에 아는 이가 아무도 없으니 오히려 외로운 것도 없었다.

9월부터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학부형들과 이제 '관계'라는 게 생기면서 

내적 힘듦이 조금씩 생겼다.


등하교 시 학교 문 앞에서 아이들이 나오기 전에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고, 웃고 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아주 가까운 관계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멀게도 지낼 수 없는 이 학부형들과의 관계.

뭔가 이야기를 하지만 진짜 진짜 내 이야기는 꺼내기가 쉽지 않은. 학부형들과의 관계는 정보의 교류라고 해야 할까. 전혀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그 관계가 나에게 퍽이나 어려웠다.


이 타지에 내가 완전히 스며들지도 않았고, 학교에서도 뭔가 물 위에 떠도는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나에게 지금 편안하게 머무는 '집'이라는 공간이 있지만, 이제까지 내가 살던 주거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편하지 않다. 나의 이런 불안정함은 내가 가장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게 한다. 핸드폰을 만지거나 그냥 지나가는 피드를 보고 하는 것이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그 순간은 조금은 편안하기 때문이다(손가락과 눈만 아플 뿐)


나의 영어도 어설프고, 내 관계도 어설프고, 내가 속한 환경에 나는 어설프기만 하니 하루하루가 만족스럽게 흘러간다기보다 피로감이 쌓이는 그런 하루가 된다. 이 나라에 좀 적응할 때쯤 나는 또 한국으로 갈 테지만 이 어설픈 이 시기를 조금은 덜 힘들어하며 어떤 흥미와 재미를 찾아 그냥 이 시간을 허비하며 보내고 싶지 않은데, 무엇을 해야 할까?





2021년 10월쯤 브런치의 내 서랍에 넣어두었던 글이다. 지금 다시 꺼내보니, 그때 참 어설픔에 나 고단해했구나.. 생각이 든다. 그래서 2023년의 지금의 나는  어떤가? 시간을 허비하며 낭비하며 보내지 않고 알차게 보내고 있는가? 하고 질문을 한다면.. 그렇지 못한것 같다. 2년이 지난 지금 이제야 좀 내 삶을 정비하고 조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길러진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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