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지적 주재원 와이프 시점
인도네시아 주재원 살이를 시작한 지 1년즘...
이런저런 가십을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되었다.
'B아파트는 웬만한 한국 엄마들 아니면 살기 어렵다 던데, 거기 유명한 엄마들이 다 모여있잖아.'
'A엄마 이야기 들어봤어? 다들 그 엄마 이야기하더라'
그 외에도 모이면 '카더라' 이야기를 많이 한다.
중고등학교 때야 모르겠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자리에도 없는 사람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될 줄 몰랐다.
처음에는 어영부영 사람 사귀기에 급급해서 왜 그런지도 모른 채 모임에 휩쓸려 다녔는데,
그 이유를.. 1년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다.
일요일 아침에 가정부는 아버지가 병원에 있다고 집에 가야 한다고 했다. 휴가를 보내준다 해도 가지 않는다던 가정부가 느닷없이 산 넘고 물 건너가야 하는 수라바야로 가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갑자기 나는 준비되지 않은 채 가정부를 보내야 했고, 7개월간 놓았던 집안일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가족들의 아침을 챙기고, 아이들의 등교 준비를 한다. 그 외 빨래, 설거지 등 정신없이 집안일을 하고 차를 타니 정신이 멍 하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집에 도착해서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계속 부엌을 들여다보게 되고 계속 몸을 움직이게 된다. 점심에 간단히 엄마들 모임을 하고 난 후, 아이들을 픽업해서 돌아오면 또다시 저녁 준비부터 아이들 빨래 등 쉴 새 없이 집안일을 하게 되었고 다른 생각을 할 겨를리 없었다.
남는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하면 좋으련만, 엄마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며 ' 아 이 엄마 뭐했구나, 뭐했구나' 둘러보고 혹 장 볼 것은 없나 둘러보고 넷플릭스를 보거나 했다.
그리고 집에서도 계속 움직이며 다니기보다 앉아 있기, 침대에 누워 있기 등이 나의 포지션이 다였다. 내가 뭔가 계획한 바가 없으면 한없이 시간이 '그냥' 흘렀다.
집안일을 다시 시작하며 계속 뭔가 집에서 움직이니 잡념, 잡생각이 없어지고 원래의 '내 위치'로 돌아온 기분마저 들었다. 힘들게 느껴졌던 집안일이 문득 '건강한 활동'으로 여겨지던 순간이었다.
대부분 동남아 주재원 엄마들은 '가정부'와 아이를 봐주는 '내니'를 둔다. 그러다 보니 잉여시간이 많이 남게 되는데, 계획이 없고 목적도 없다면 이 시간들 하는 것은?
잡념이 늘어간다. 몸이 느슨해지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불필요한 관심과 부정적인 생각도 늘어났다. 남의 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고 또 이렇게 남는 시간에 엄마들과의 모임이 잦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타지살이에서 주재원 와이프들의 활동 반경이 그리 넓지 않으니 그 이야기가 여기저기 흐를 수밖에 없다.
나의 주재원 와이프 생활 1년 차가 마쳤다. 인턴기간 1년을 마쳤으니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계획과 목표를 잘 세워서 남은 주재원 생활은 가십과 다른 사람 이야기 듣다가 허비되는 시간이 아니라 무엇으로 채워지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