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고 싶지 않은 곳에서 이제는 떠나고 싶지 않은 곳
자카르타 생활이 두 달이 되어간다.
나는 지금 이곳 생활에 퍽이나 만족해하고 있다.
오기 전에는 막연함, 불안함, 불편함 등으로 잠 못 이루곤 했다.
내게 익숙한 물건들을 쉽게 얻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불편함
한국보다 위생이나 기반시설이 잘 안 되어 있을 것 같다는 불안함
새로운 곳에서 사귀게 될 사람들에 대한 걱정 등...
하지만 두 달 후의 지금의 나는?
이곳 생활에 꽤 만족하고 있다.
처음 이곳에 오기 전에 왜 이렇게 불안해하고 걱정했을까 할 정도이다.
이곳에 와서 좋은 점은
한국에 있을 때 주로 이용했던 마트는 대형 마트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카르타에 대해 엄마들이 말할 때 한 마트에서 원하는 것을 다 살 수가 없어서 이마트 저 마트 다 돌아다녀야 한다는 '불편함'을 익히 들은 뒤였다. 그래서 오기 전부터 장 보는 것이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것이'불편함'이 아니라 오히려 '재미'로 다가왔다.
All Fresh라는 마트에 가면 정말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Papaya라는 일본 마트에 가면 일본의 다양한 식재료가 구비되어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디저트나 식료품을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 외 다른 마트에 가면 호주, 싱가포르, 대만 등 주변 나라에서 수입된 다양한 식료품들이 있어서 마트에서 나의 오감을 자극하게 충분했다. 한국 가면 이렇게 다양한 마트와 식재료를 접하지 못할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다.
코로나 시국에 비행기는 정~말 타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시국에 해외여행이라고?
국내선을 탈지언정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를 간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한국에서 너무 잘 되어 있는 시스템 덕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던 코로나 확진자 경보는 더 이상 울리지 않고, 이나라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 뉴스를 안 봐서 코로나 확진자가 몇 명 인지 모른다. 세계 최고의 확진자 수를 기록하던 인도네시아에서 한국보다 불안감은 덜하다. 처음 비행기에서 내려 어두운 밤에 길거리를 봤을 때는 마스크 안 낀 사람도 너무 많고, 대체 코로나에 경각심은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냥 아무 느낌이 없다. ( 약 3개월 만에 이렇게 됐다니!) 그리고 매일 이국적인 풍경을 매일 접할 수 있으니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나는 너무 좋더라.
한국 아니면 모든 게 다 불편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그렇지 않다. 그리고 한국에 대한 인식이 너무 좋고 어느 마트를 가건 한국 노래가 나와서 사뭇 이곳이 한국이야 외국이야 하고 되물을 정도이다.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득 안고 외국 생활을 할 수 있는 지금은 나에게 너무 행운이다. 이곳에서의 경험과 추억이 불혹을 앞둔 나에게 어떤 자양분이 될지 벌써 기대가 된다.
-현재는 자카르타에 온 지 1년 반이 되어가는데, 이곳에 온 지 두 달쯤 되었을 때(2021년 10월경) 끄적였던 글을 조금 더 보완해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