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 살고 있는 아이의 수면시간
7pm to 5am 이제 막 만 7살이 된, 내 딸들의 수면시간이다. 약 10시간을 잔다. 7시에 잠자리에 든다고 해서 잠자리에 들기 힘들어한다거나 어려워하지 않는다. 눕고, 불을 끄고 약 2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숙면에 들어간다. 한국에서는 똑게육아, 수면교육등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들의 잠에 나는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동남아살이 3년 차 우리 아이들은 어떤 어려움 없이 잠을 잘 잔다. 그리고 요즘 학교에 새로 오픈한 놀이터 덕분에 그곳에서 놀다 오느냐고 집에 오면 더~ 잘 잔다. 대체 왜 동남아에서는 이렇게 잠을 잘 잘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바로 낮시간동안 하는 '충분한 신체활동'으로 꼽는다.
5:45 am 기상( 적고 보디 더 자네요?^^)
6:00 am 아침식사
6:3 oam 학교등교
7:00 am 학교 도착
2:00 pm 하교
2:30 pm 집도착
3:30 pm - 5:00 pm 자유놀이(놀이터, 플레이데이트, 책 보기, 티브이시청 등)
5:00 저녁식사
6:30 잠자리 준비 ( 양치, 책 읽기, 다음날 등교준비)
7:00 취침준비 및 취침
요일별 조금씩 일정이 다르긴 하겠지만, 이 10시간 수면시간은 일동일하다. 한국에서는 아이들 나이가 어렸는데도 밤 9시에 재우는 것이 어렵고 재우는 것을 '일'처럼 여길정도였다. 아이들에게 제발 짜달라고 구걸하는 심정이었다랄까? 한국에서는 9시 취침의 기적이라는 서적도 있고, 아이 수면과 관련한 비즈니스도 꽤 성행하는데 이곳 동남아에서는 아이들이 9시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7시면 잠자리에 든다.
학교에 7시에 도착하면 밖에 대기하는 의자에 잠깐 앉아 있다가 교실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은 20분 정도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어간다. 그리고 수업별로 교실이동을 하고, 점심을 먹기 전 놀이터에서 한바탕 신나게 놀고 그리고 점심을 먹는다. 어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기 바쁘다.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의 신체활동량은 상당하다. 2시에 학교를 마친 아이를 데리러 가면, 놀이터에서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더 놀다 오기도 한다. 이렇게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와서 간식을 조금 먹고 수영을 하기도 하고 아파트 공원에서 더 뛰어놀기도 한다.
한국이었다면 등교해서 바로 교실로 가고, 책상에 앉아 있다가 정해저 있는 체육시간에 신체활동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신체활동이 없었을 것이다. 하교하고 내 아이들은 차를 타고 다시 학원으로 가서 책상에 앉아 있었겠지? 아마도 내 딸들도 한국이었다면 지금처럼 신체활동을 많이 하고 체력이 좋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꼭 어떤 특별한 운동이 아니라 구름사다리, 넓은 운동장에서( 다소 심심해 보일 수도 있는 곳에서) 뛰어노는 사소한 활동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 알았다. 한국에서는 '신체활동'이라고 하면 돈 주고 배우는 태권도, 발레 등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아이를 픽업하는데 머리가 폭삭 젖을 만큼 땀을 흘리고, 하교하는 아이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뭐 했어?" 물었다.
"응 엄마 오늘은 피크닉 데이였어. 그래서 도시락을 오두막에 앉아서 먹고 학교 캠퍼스를 세 바퀴, 다섯 바퀴 계속 걸었어 ( 둥이네 학교 캠퍼스는 정말 크다, 아마도 세 바퀴 다섯 바퀴 돌았으면 3km는 걸었다는 거다)"
이렇게 '무난한' 혹은 '별거 없는' 활동에 익숙해진 나의 딸들은 이런 작은 이벤트가 '시시'하지 않았다. 시시하다고 여겼던 것은 온전히 어른인 나의 시선이었다. 아이들은 걸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테고, 조금은 무료하니 주변에 나무나 풀을 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렇게 별거 없는 일상들에 아이들은 과자극으로 각성되어있지 않는다. 여기서 2학년인 내 아이들 친구들 중 한 명도 핸드폰이 없는 것도 한몫을 한다. 아이들은 뛰어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렇게 신체활동을 하니, 밤에 잘 잘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매일 땀내며 노는 내 딸들에게 인스타에 찍힐 예쁜 옷은 필요 없다. 감성 있는 유아복도 필요 없다. 매일 운동바지에 티셔츠 하나면 되었다. 한국의 내 친구딸들은 반스타킹에 예쁜 치마에 슬쩍은 Kpop스타 같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정한 룩을 보여주는데, 내 딸은 아침에 일어나 세수도 안 하고 이만 닦고 가는 지경이다. 하하하하... 아이들이 다 땀 내고 놀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니 오전에 너 세수해라, 머리는 단정히 해라 옷은 그게 뭐니 그 말을 해본 적이 없다. 한국이었다면 다른 엄마들 시선을 의식하며 내 아이의 아웃룩에 신경 쓰겠지만 이곳에서는 자유롭다! 운동화를 벗고 적색 동남아의 진흙에 염색된 양말도 반갑다.
엄마들끼리 살짝은 불평 아닌 불평처럼 다음에는 하얀 양말 아니고 회색 아니면 검은 양말을 사야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건강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행복하다. 남편은 기사 딸린 차로 출퇴근 그만하고, 지옥철이어도 좋으니 한국의 지하철 타며 출퇴근하고 싶다 할 정도로 이곳의 일을 힘들어한다. 그렇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내 아이들의 아이다움과 순수함을 1년만이라도 더 연장하고 싶다. 이렇게 원하는 만큼 신체활동을 하고 또 잠부족하지 않게 푹 잠을 잘 자니, 이곳 아이들에게 집중력부족 이라던지 소아 우울증이라는 단어는 다른 나라의 단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