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ness in Salty World.

Salt Lake City

by blingzoomma

보네빌 평원을 향해 황량한 사막과 파란 하늘이 수평선을 이루는 쭉 뻗은 도로를 시속 120km로 달렸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보네빌 평원을 지나치면 유턴하는 곳까지만 한 시간, 다시 돌아 보네빌 평원까지 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했으므로 시속 120km로 달리다가 입구를 그대로 지나치지 않도록 명심 또 명심해야 했다.




반팔, 반바지를 입고 땡볕에 서있으면서 내 눈앞에 펼쳐진 게 눈밭은 아닌지 의심하며 약간의 소금을 집어 기어이 입에 넣고 짠맛을 확인했다. 흙 밭에 소금이 허옇게 뿌려진 정도를 상상했었는데,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완전히 새하얀 세상이다.


누군가 볼리비아로 여행을 간다면 그의 목적지는 십중팔구 우유니 소금사막일 것이다.


우유니 소금사막을 검색하면 그곳으로 곧장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수많은 사진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여행가이드 또는 사진작가들의 작품 말고 나와 같은 사진바보들이 그냥 보이는 데로 막 찍어재낀 사진을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면 '남미의 꽃'이라 불리는 우유니와 보네빌이 다르지 않음이 보인다.


내 맘대로 생각해 보건데, 치안도 별로고 가는 길도 험난한 우유니가 유난히 유명한 이유는 투어 가이드들이 기가 막히게 찍은 예술사진들 덕분이지 싶다.


우유니 소금사막엔 눈이 내리지 않는다.


문득 궁금해졌다. 보네빌 소금평원에 눈이 내리면 소금 위에 눈이 소복이 쌓이려나? 아니면 소금과 함께 녹아 하늘을 비추려나?


우유니에 가봐야만 내 추론의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겠지만 고생 끝에 찾아 간 우유니에서 '헐 역시 남미의 보네빌이었어' 그럴까 봐 나의 버킷리스트에서 우유니 소금사막은 삭제되었다.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여행의 여유를 찾았다.


사진의 퀄리티는 한 참 떨어지지만 줄줄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삼각대에 카메라를 끼워 세우고 수평과 구도와 초점을 맞추고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본의 아니게 여행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었다.


고된 환경에서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여 얻은 좋은 사진 한 장과 심신의 편안함 중 어떤 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지...


맘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그 장소에 머무를 필요가 없어졌고, 시간은 넉넉해졌다.


바쁘면 생략하지 했던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로 향했다.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에 도착하려면 네비상 20분은 더 가야 하는데, 차창밖에 난데없이 나타난 풍경에 난 완전히 흥분하여 급하게 차를 세우고 환호성을 지르며 소가 투우장으로 내달리듯이 뛰쳐나갔다. 그러다가 진창에 한쪽 발이 '푹' 빠졌다.


어떤 것들이 묵혀져 시커먼 진창을 이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곤죽인 바닥엔 아래를 살피지 못할 만큼 흥분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듯 여기저기 발이 빠진 흔적들이 있었다.


서호주에 가야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핑크호수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 내 눈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에 하수구에서 막 건져 올린 것 같은 신발의 형상에도 난 오직 놀라움뿐이었다.


"에~헤이!"


오물범벅이 된 내 신발 때문에 나보다 더 당황한 사람은 남편이었다.


기가 찬 듯 감탄사를 짧게 내뱉곤, 남편은 내 장화를 꺼내왔다. 그리고 응당 본인의 일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 운동화를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진창의 상류로 가져가 질척한 오물을 씻어냈다.


아들 같은 남편이 삶을 고달프게 만드는 것처럼, 딸 같은 와이프도 피곤한 존재이겠지만 때때로 이런 순간들에서 난 남편의 여전한 마음을 느낀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손이 많이 가는, 또 그런 걸로 사랑을 확인하는, 사람 질리게 만드는 스타일이라고 오해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절대로 그렇진 않다는 걸 강조드리며, 그러니깐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남편에겐 더러워진 와이프의 신발을 씻어주는 것이 당연할지라도 나까지 그걸 남편의 의무로 받아들이고 감사하지 않으면 아주 가까이 있는 행복도 느끼지 못하는 그저 그런 삶이 될 까봐, 그래서 난 남편이 내게 베푸는 친절이 보여주는 그의 마음을, 그와 나의 특별한 관계를 음미하려 하는 편이며, 내 남편도 그러길 바란다.

싸움에도 화해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 서로 금기어(어느 순간 카메라에 대한 얘기는 우리의 금기어가 되었다.)를 발설한 적 없음에도 우리를 감싸고 있었던 냉기가, 어느 순간 스르르 사라졌고 온통 소금세상에서 우린 달달함을 회복하고 있었다.




후에 알고 보니 내가 감탄하며 내달렸던 곳은 염전이었다. 염전을 본 후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도 분명 핑크빛 호수일 거라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액셀을 밟았다.

핑크호수가 핑크 빛을 띠는 이유는 고농도의 염분에서 살 수 있는 조류가 햇빛을 받아 붉은색을 띠기 때문이라고 한다. 핑크호 라기보단 적조가 낀 느낌의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의 물속엔 핑크호수의 원인이 되는 조류인지 아니면 적조현상의 원인이 되는 조류인지 알 수 없는 실처럼 생긴 조류? 플랑크톤? 이 흐느적거리며 떠다녔다.

신기한 느낌이 가셨다. 그렇게 나의 버킷리스트에서 또 하나가 삭제되었다.


기대했던 핑크빛은 아니었지만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의 오후는 잔잔하고 고요했다.

우리의 인생 또한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의 오후처럼 넓고 밝고 잔잔하고 고요하길 소망하며.....





keyword
이전 09화Salt Lake 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