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Faithful Geyger

Wyoming

by blingzoomma

두 시간 동안의 강행군 후 비싸게 지불하고 수령한 버거세트의 헐빈한 배신에 기가 찼다. 스윙칩이 포테이토스틱을 대체할 수 있다는 미국 놈들의 발상은 나만 짜증 나는가?


우리 밥상 맞은편엔 버펄로 한 마리가 게으르게 늘어져 있었다. 인도에 소가 판을 치고 다니듯이 옐로우스톤엔 버펄로가 어디선가 나타나 아무 곳에나 있었고, 우리나라에선 개, 고양이 팔자가, 인도에서 소팔자가 상팔자인 것처럼 그곳에서 버펄로 팔자가 딱 그랬다.


그 시간 나 또한 그 상팔자처럼 늘어지고 싶었지만, 올드페이스풀 주변에 원 모양으로 둘러싼 인파가 분출타이밍이 임박한 것을 알려주었다.


가까이 다가갈 새도 없이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땅속에서 거대한 물총이 발사되었고 바람 따라 주변으로 안개비가 흩뿌려졌다.

부글부글 끓는 지구가 어디까지 물줄기를 뿜어 올릴 수 있는지 선 자리에서 지켜보았다.


뜬금없지만, 모닝글로리를 마주했을 때, 광물과 박테리아들이 만든 그 오묘한 색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지구과학도 신비로울 수 있음을 생각했었다.

귀신도 혼자 있을 때 만나면 더욱 공포스러운 것처럼 어쩌면 외딴곳, 오롯이 우리 것이라는 분위기가 더 그렇게 (과학이 비경으로 거듭나도록)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구의 용트림이 뿜어내는 물줄기의 높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곳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감동을 나눠 1/n이 되는 느낌, 그렇게 올드페이스풀 분출은 딱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화려한 쇼타임의 막이 내리면 언제나 교통체증이 그 감동의 여운을 삼켜버리듯, 분출쇼를 마치고 올드페이스풀 빌리지를 떠나는 길은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야단법석이었다.


이 북새통 속에서 우리 차 바로 앞 차가 그 앞차의 후방을 박았다.


우리나라였으면 서로 뒷 목 잡고 내려야 하는 순간인데, 선팅 되지 않은 창으로 훤히 보이는 앞 차와 그 앞 차는 교통사고가 났음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너무 평온해 보였다.


'우리나라도 경미한 교통사고는 외국처럼 자체 해결하는 법을 만들어야 해. 원래 박으라고 만들어 놓은 게 범펀데 범퍼 좀 찌그러진 사고로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유난들인지 이해를 못 하겠어. 게다가 어쩔 땐 수입차가 내차를 박아도 수입차주의 100% 과실이 아닌 다음에야 수입차 범퍼는 범퍼값이 아니니깐, 박힌 건 난데도 내 손해가 더 크다니깐!'


언젠가 안 씨가 말했다.

이름이 다이인 그 사람의 취미는 유튜브시청이며 특기는 유튜브에서 획득한 지식을 자기 것으로 둔갑시키기인데 뉴스도 믿지 못할 요즘세상에 하물며 유튜브에서 떠돌아다니는 말들이야...


난 안다이의 말은 보통 흘려듣는 편이다. 그렇게 한쪽귀로 들어와 다른 귀로 사라진 줄 알았던 그의 말이 그때 불현듯 떠올랐다.


'아, 진짜로 외국에선 범퍼정도 찌그러진 사고는 그냥 무시하는구나.'


그때, 한 참 만에, 박은 차주가 드디어 차문을 열고 나와 그 앞 차의 운전석을 노크했고, 앞 차주는 본인 차 후방의 찌그러진 범퍼를 살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허니, 앞 차는 뒷 차가 자기차 후방을 박은 것을 모르고 있었고, 뒷 차는 뺑소니를 칠까 한 참 고민하다가 마침내 올바른 선택을 하기로 결정한 모양새다.


역시 유튜브에서 획득한 정보는 믿을게 못되고, 뒷 차주의 선택은 옳았다.

" Thank you."

환해지는 뒷 차주의 얼굴과 나에게 까지 들리는 '감사합니다'로 짐작할 때, 둔한 만큼 사람 좋은 앞 차주가 쿨하게 가도 좋다고 했나 보다.


사람냄새 풀풀 나는 휴먼드라마를 자동차 앞유리 화면으로 시청을 한 후, 미국 드라마는 언제나 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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