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yoming.
거의 걷지 않고 모닝글로리에 도착하는 길, 은 없었다.
신은 우리에게 선물을 주실 때에도 '옛다 먹어라'며 그냥 던져주시는 법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걸을 준비 단단히 하고 산책로 깊은 곳에 있는 모닝글로리로 향했다.
신이 주신 선물 '절경'을 향해 가는 길엔 이제 막 간헐천이 생기려 하는 곳, 원래는 간헐천이었지만 이젠 흔적이 되려 하는 곳, 끓어 넘치는 곳, 그러다가 물기둥이 치솟는 곳, 다양한 물의 색, 그 예술과 믹싱 된 과학들, 신이 나에게 노력을 요구하는 이유는 과정 또한 얻게 하려 함이었다.
이 더운 날 히잡을 쓰고 드러낸 곳은 오직 빈디와 예쁜 이목구비였다. 문화차이란 걸 이해하지만 인도 여자의 첫인상은 덥고 짠했다. 왜 여자만 그 더위를 감내해야 하는가, 불쾌할 만큼 공평하지 못한 문화다.
인도인들의 삶은 '모' 아니면 '도'라 들었다. 하루 먹고사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대다수이든지, 천문학적인 부자든지. 아들가족, 딸가족 다 모여서 한 제너레이션이 단체로 미국여행을 할 정도의 재력이면, 히잡을 쓰고 더위를 견뎌내는 게 그녀들이 겪어야 하는 유일한 고생인지도 모른다.
내 좁은 식견에 의해 떠오르는 대로 도달한 결론에, 온몸을 칭칭 휘감은 히잡 안으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인도 마님들에게 안타까운 마음과 부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옐로우스톤 이꼬르 모닝글로리 아니었던가?
오직 모닝글로리를 보기 위해 지구 반바퀴를 돌아온 내가 무색할 만큼, 모닝글로리 포인트는 외딴곳에 아무도 없이 마치 버려진 듯이 있었다.
원래는 푸른색이었지만 사람들이 호기심이든 재미든 이유가 뭐든, 던져 넣은 것들 때문에 녹색으로 변했다고 적혀있다. 때문에 제발 아무것도 던지지 말라고....
마주한 아름다움, 그 안에 이물질을 던져 해치고 싶은 충동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뭐가 궁금한 걸까?
도끼대신 동전이라도 던져주고 산신령이라도 만나길 바라는 걸까?
비록 변질되었다지만 얕은 곳에서 심연에 이르도록 색상, 명도, 채도가 달라지며 피어난 모닝글로리는 오묘했다.
화알짝핀 나팔꽃을 마주하며, '나 완전히 출세했다.'
본인은 완벽주의라고 말하지만 퍽이나 그렇다.
남편이 '패알못'일 때는 호주머니가 많은 옷들을 좋아했다. 카고바지를 입으며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은 호주머니가 꽤 쓰임이 있다며 나에게 뿌듯하게 말했었다. 그리고 코웃음 치는 나에게 증명을 하고 싶은 듯 말했다.
"니 꺼도 내 호주머니에 다 넣어줄께."
사실 내 거 까지 넣을 필요도 없이 남편의 호주머니는 맥가이버칼부터 다양한 것들로 채워져 있어, 허리띠만 풀면 바지가 오토매틱으로 벗겨지는 일석이조의 완벽한 기능성이었다.
함께한 시간이 누적되면서 드디어 남편에게 나의 물이 들어 남편의 패션에도 기능보단 멋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호주머니의 역할을 가방이 맡게 되었고, 비싸고 싸고를 떠나 남편은 남편이 정한 기준에 의거해 때와 장소 상황에 부합하는 모든 종류의 가방이 필요해졌다.
말인즉, 가방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가방 안에 넣어야 할 것도 필요해졌다. 고작 한 시간 산책길에도 남편은 물과 간식을 준비했고 대부분 먹지 않고 도로 가져왔다. 간식을 넣기 위한 가방인지, 가방에 넣기 위한 간식인지, 내가 봤을 땐 그저 호주머니도 가방도 그 안에 들어있는 물품도 모두 남편의 심적안정인 것 같다.
남편의 심적안정을 위해 남편의 가방에 들어가야 할 것 들은 물과 간식 외에도 많다. 대부분 그러려니 하지만 미국여행(사실 관광)을 준비하며 사막에 고립될 가능성을 염두해, 구조대가 올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패키지를 구매하자는 남편의 말을 들었을 땐 실로 진절머리가 났었다.
당연히 생존패키지는 구매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남편의 가방은 무겁다.
구구절절한 부연설명을 마치고 다시 모닝글로리 산책길로 돌아와,
내가 모자를 쓰고 양쪽 다리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남편은 차에서 가방을 꺼내 둘러메었다. 각자 방식으로 단단히 걸을 준비를 마치고 의기양양하게 출발하였는데, 언젠가부터 남편은 어깨가 아프다며 징징거리더니 나에게 자기 가방을 짊어져 달라고 했다.
"절대 네버 에버 싫어!"
단호하게 말했지만 남편은 막무가내로 내 어깨에 가방을 메 주었다. 어깨가 어지간히 아팠나 보다.
"가방 없으니깐 홀가분하고 좋제?"
"그렇네~"
"그러니깐 왜 사서고생이고?"
"완벽주의로 생겨먹은 걸 어쩌겠노."
"헐, 니가 메라 가방!"
몸이 가벼워진 남편은 한달음에 도망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