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옥상 아닌 게 참으로 다행
이제 2학기가 되었다. 나도 이제 제법 국민학생티를 벗고 중학생다워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반에 김성주라고 있나?"라고 갑자기 중2 형이 우리 반 앞문을 열면서 말했다.
"전데요." 내가 의아해하면서 대답했다.
"니가? 잠깐 따라와 봐라"
라고 해서 따라갔다. 아니 화장실로 끌려갔다.
"니 중경이 아나?" 중2 형이 물었다
"네"라고 대답하자마자 다짜고짜 빰을 때렸다. 겁나게 아팠다. 계속 때렸다.
내 왼쪽 빰은 시뻘게졌다. 중2가 와서 때려서 그런지 아무도 말려주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 입구 근처에서 맞았는데 지나가는 아이들은 많았지만 덩치 큰 형이 와서 때려서 그런지 아무도 안 말려줬다. 누가 와서 말려줬으면 했지만 구경만 할 뿐 아무도 안 도와준다. 그래도 굴욕적으로 맞지는 말자는 생각에 맞고 안 아픈 척하면서 계속 맞았다. 다행히 넘어뜨려서 밟거나 하진 않고 빰만 때렸다. 화장실 바닥에 넘어져서 밟히는 건 너무 더럽고 끔찍하다.
아무튼 그러더니 “선배한테 까불지 마라” 이렇게 말하고 갔다.
겁나게 아프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니 사실은 눈물이 나와서 눈물이 나온 것을 다른 친구들에게 들킬까 빨리 세면대에 얼굴을 씻었다. 눈물이 아니라 그냥 세수해서 생긴 물인 양,,, 나는 울지는 않았다는 개똥 허세를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상태로 선생님한테 이를걸 그랬다. 그러면 그 선배도 우리 담임한테 각목으로 맞았을 텐데,,
아무튼 이 일의 발단은 여름방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통 여름방학 동안은 학교 친구들 보단 아파트 아이들과 같이 놀았었는데, 그중 나보다 한 살 많은 중2에 '중경'이라는 중학교 선배가 있었는데 키도 작고 까무잡잡했다.
같은 동네라 국민학교 다닐 때부터 같이 놀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허풍도 심하고 나보다 엄청 형 인척 했다. 그게 예전부터 꼴사나웠는데, 어느 한날은 서로 별것 아닌 것 가지고 서로 우기다가 중경이 형이 내 면상에 주먹을 날렸다.
학년은 내가 한 학년 어렸지만 내 키가 10센티 이상은 컸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내가 덤볐는데 웬걸,,, 내가 이겨버렸다. 팔도 내가 더 길어서 멱살을 잡으면 그 형은 나한테 닿지도 않았고, 힘도 나보다 다 약했다. 그리곤 나한테 여러 대 맞고 입안에 피가 났다. 그리고는 “개학하고 나서 보자”라는 말 한마디를 남겼다. 그때는 “개학하고 나서 보긴 뭘 봐” 리고 대꾸하고 말았었다.
중경이 형은 이 일을 축구부인 자기 친구에게 말했는데 그 친구가 바로 그 화장실에서 나를 때린 선배다. 나는 나보다 형인 사람이 자기 친구한테 꼰질렀다고 속으로 비겁한 놈이라고 비난했지만, 어쨌든 화장실에서 불쌍하게 치욕적으로 두들겨 맞은 건 나다.
그 뒤로 며칠 뒤 나를 때린 그 축구부 선배를 농구장에서 만났다. 나보고 와보라고 하더니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괜찮냐고 했더니, “더 때릴걸 그랬나”라고 말했다. 정말 등골이 오싹했다. 또 맞을까 봐 정말 무서웠다.
갑자기 나한테 훈남 인척 나보고 누가 나 건드리면 자기한테 말하란다. 지금 생각해보면 혹시나 내가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이를까 봐 나중에 와서 저런 말을 한 것 같다. 그때는 왜 선생님이나 보모님에게 이르는 것이 남자답지 못한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했을까?
중1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나는 친구이랑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계단에서 무릎 꿇고 손드는 벌을 섰다. 한참을 벌을 서고 있는데, 가방을 메고 하교하던 한 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내가 벌서고 있는 쪽으로 넘어졌다. 내 쪽으로 넘어지자 나는 그 아이에게 욕을 했었는데, 그 아이도 나에게 뭐라 뭐라 욕을 했었다. 둘이서 주인에게 목줄 묶어있는 개처럼 으르렁 거리다가 다른 친구들이 말려서 싸우지 않았다. 항상 다른 친구랑 시비가 붙으면 드는 생각은 누가 좀 적극적으로 말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에 대해서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니까 이름이 ‘구선’이라고 했다.
구선이와는 중3 때 악연으로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