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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디몬 Jun 09. 2020

동물의 왕국의 진정한 강자

3화 진정한 고수는 나대지 않는다

 중학교 입학을 하고 바로 그다음 날, 내 앞자리에 아이가 학교를 오지 않았다. '영주'라는 아이였는데 빈집을 털었다가 걸려서 학교를 오지 않은 거란다.

 모든 사람들이 학교를 갔거나 아니면 출근을 한 시간에 다른 친구 한 명과 함께 빈집에 들어가서 약 100만 원가량의 현금을 훔쳤다고 했다.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주택이 많고 장농에 현금을 숨기는 집이 많았다. 낮에 빈집을 터는 도둑이 지금보다 더 많았다. 국민학교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임팩트 있는 녀석이 중학교에 그것도 내 바로 앞자리라니 어떤 아이일지 궁금했다.

 영주는 입학식이 끝나고 약 일주일 가량 학교를 오지 않다가 일주일 뒤에 학교를 등교했다. 뭔가 무시무시할 것 같던 영주는 키가 작고 사칙연산도 잘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나누기와 곱하기는 당연히 못하고 더하기와 빼기도 두 자릿수가 되면 계산이 되지 않는 아이였다. 중학교 수학 문제를 전혀 풀지 못해 내가 개인적으로 더하기 빼기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사칙연산도 제대로 못하는 영주가 다른 친구들과 노름을 할 때는 정확하게 계산을 했다. 몇 백 원 몇 천 원 단위를 그것도 암산으로 엄청 빨리 해대는 걸 봤을 때 수학과 돈 계산은 다른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는데, 아직까지도 돈 계산을 어떻게 그렇게 해냈는지는 미스터리다.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던 아이로 기억하는데 노름은 잘했던 것 같다. 노름으로 돈을 따면 잭니클라우스라는 브랜드의 바람막이, 지갑, 허리띠, 기지 바지 등을 사 입으면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곤 했다. 그 당시에 영주는 '시티 100'이라는 오토바이의 쇼바를 높게 올려서 바람막이를 펄럭이면서 오토바이 타는 것을 동경하던 친구였다.

 입학식 후 일주일 동안 우리 반은 다른 반들에 비해서 그렇게 시끌벅적하지 않았는데, 영주가 오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노름하고 잭니클라우스, 슈페리어 같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영주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당시 96년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 전에 광고했던 '패션 발전소 카운트다운'같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잭니클라우스 같은 골프 브랜드 옷을 입는 아이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쨌든 '영주'는 공부는 못했지만 친구들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친구들과 나름 사이좋게 지냈던 것 같다. 영주에게 노름으로 돈을 잃은 친구 중에 하나가 몰래 선생님한테 영주가 노름한다고 고자질했던 일이 발생했다. 학생주임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우리 반에 와서 처음부터 영주를 타깃으로 잡고 소지품 검사를 했다. 영주는 트럼프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들켜 학주에게 엄청 두들겨 맞았다. 영주는 키가 반에서 거의 제일 작았는데, 그런 영주의 머리 양쪽을 두 손으로 들어 올려서 교실 뒷문에 박았다. 정말 충격적이고 무서웠다. 중학교 선생님은 때리는 것도 남달랐다. 물론 학교에서 노름을 하는 것은 정말 나쁜 짓이기는 한데 그런 인간 이하의 폭력을 사용하는 선생님이 더 이상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학교에 관심이 없고 적응을 잘 못했던 영주는 1학기를 다니고 자퇴를 했다. 선생님에게 그렇게 인간 이하의 수준으로 맞은 것에 대한 충격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중학교 들어와서 생긴 친구가 학교를 자퇴를 하는 모습을 보니 아쉬웠다. 도둑질이나 나쁜 아이들을 동경하지만 친구들한테는 정말 잘하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예비소집일에 누구보다도 눈에 띄었던 종두는 학교 통이었던 성운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각반을 돌아다녔다. 우리 반에도 왔다. 우리 반 통이었던 '경훈'이가 축구부 연습으로 자리를 비운 시간이었다. 우리 반을 한번 쓰윽 훑더니, "됐다'라고 하면서 다른 반으로 갔다. 나정도는 신경 쓸 필요도 없나 보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만 정말 다행이었다. 반 친구들 앞에서 혹시나 나한테 시비라도 걸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굴욕을 보여줘야 한다. 종두는 나름의 서열정리를 했다. 성운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 제압했는지 우리 반에 경훈이를 제압하기 위해 그 후에도 몇 번 더 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축구부 연습이 없을 때 경훈이가 반에서 자고 있었는데 종두가 와서 시비를 걸었다. 경훈이는 축구를 해서 그런지 허벅지 근육이 남달랐다. 학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아이였다. 다리 힘이 얼마나 센지 알아보기 위해 장난으로 내 허벅지를 한번 차 보라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아팠다. 야구 빳따로 내 허벅지를 때리는 것 같았다. 아무튼 그런 경훈이에게 종두가 시비를 걸었다. 시비를 거는 종두에게 경훈가 참으면서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종두는 정말 해서는 안 될 욕인 "NIGIMISSIBIDA"를 말했다.

  반 아이들에게 형처럼 항상 상냥하게 대해줬던 경훈이가 얼굴이 빨개지면서 진짜 사람을 죽일 듯이 종두에게 달려들자 시비를 걸던 종두는 무서웠는지 골리면서 도망을 갔다. 순간 경훈이가 정말로 종두를 죽일 것만 같았다. 그때 학교 통이었던 성운가 경훈이를 말렸다. 그 전까지만 해도 '종두'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는데 주먹 한번 쓰지 않고 경훈이가 종두를 제압하는 걸 보고, 경훈이가 우리 반이라는 것이 나를 안심되게 하였다. 따지고 보면 종두가 싸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냥 큰 키와 양아치스러움으로 아이들을 제압하고 다닌 것 같다.

 

 종두는 뭔가 튀고 싶어 하는 아이였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음악시험에 객관식은 모두 3번으로 적고 주관식 답은 모두 서태지로 적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걸로 음악 선생님한테 많이 맞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뭔가 멋져 보였다. 당시 10대의 대통령 서태지는 우리에게 베토벤, 모차르트보다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런 서태지는 주관식 답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다가도 선생님에게 맞을 걸 알면서도 그런 답을 적는 종두의 패기는 중1 아이들에게는 뭔가 멋져 보였을 수도 있다. 이런 종두도 중학교는 적응이 안되었는지 학교를 자퇴하게 되었다.

 중1 초반에 눈에 띄었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학교를 자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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