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칼하고 시원한 태국의 맛
오랜만에 새로운 음식에 맛을 들였다. 태국 음식이다. 그것도 이름도 특이한 똠양꿍이다.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들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하지만 한 번 적응하면 인이 배긴다. 먹지 않고는 못 배길 날이 생긴다는 거다. 베트남 쌀국수가 그랬고, 중국 마라탕이 그랬다. 이번에는 똠양꿍이었다. 나무 위키에 검색해보니 똠양꿍이 CNN 독자들이 선정한 50대 맛있는 음식에 선정되었단다. 나만 맛있는 음식은 아닌가 보다.
남편이 알고 지내던 분의 남편이 집 근처에 태국 음식점을 차렸다. 처음에는 그냥 일반 쌀국수를 시켜봤는데 원래 먹던 베트남 쌀국수보다 조금 시었다. 베트남 쌀국수랑 차원이 다르게 신 맛이 나서 다급하게 태국식 쌀국수를 검색해봤는데 다행히 원래 그렇다고 했다. 안심이 되면서 끝까지 먹었다. 하지만 국물은 베트남 쌀국수가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두 번째 갔을 때는 똠양꿍 쌀국수를 시켜봤다. 그릇이 딱 나왔을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뭔가 익숙하다 이거?”
익숙한 색감과 스타일이었다. 평소에 마라탕 마니아인 이 음식이 익숙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거다. 사실 마라탕과 많이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우선 향신료가 겹치는 느낌이 없었다. 마라탕이 ‘화~’ 하다면, 똠양꿍은 ‘후~’했다. 매운맛이라기보다는 박하향이랑 고수 향이 많이 나서 약간 시원한 느낌이었다. 이 집에서는 해물을 정말 풍성하게 넣어주었는데, 똠양꿍 의 ‘꿍’ 이 새우란다. 새우를 베이스로 해서 해산물을 가득 넣을수록 맛있는 태국식 찌개였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난 똠양꿍이 다시 생각나기에 이르렀다. 재택근무 중인 남편을 꼬셔서 사진기를 대동하고선 이 음식점으로 향했다. 사진도 요리조리 찍었다. 남편은 돼지고기 볶음밥을 시켰는데 중간중간 똠양꿍 국물을 연신 공격했다. 중간에 한 번 바꿔 먹기도 했지만 역시나 내 선택은 옳았다. 내 소중한 위장을 볶음밥 따위에게 내어주지 않으리라 다짐하고는 다시 똠양꿍 국물을 음미했다.
생각해보면 신맛은 뒷맛을 깔끔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나 보다. 꽤나 고 콜레스테롤인 새우와 각종 해산물과 버섯을 맛보았는데 입이 무겁지가 않다. 오히려 가볍다. 이래서 똠양꿍 똠양꿍 하는 건가 싶다.
해장을 원하시는 분이나, 개운하게 땀 한 번 흘리고 싶은 감기환자들에게 강력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