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에어비앤비에 묵으며 느낀 것들
론다나(Rondane) 코스를 다 돌고 트롤 베겐(Trollveggen)까지 모두 관광하고 나서 우리는 조금 느지막이 온달스네스(Andalsnes) 시내에서 살짝 떨어진 숙소에 도착했다. 강을 앞에 두고 있는 2층 집이었는데 우리는 1층 창고를 개조한 공간에서 묵게 되었다. 처음엔 주차장도 제대로 없어 길가에 살짝 들어간 곳에 차를 대라는 집주인에 말에 조금 겁을 먹었지만, 이내 차를 잘 대어 두었다. 그날은 비가 조금 와서 남편이 먼저 문을 열고 짐을 갖다 놓는다고 했다. 돌아온 남편의 표정이 복잡했다.
"음.. 이곳은 말이지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인데 안에는 꽤 괜찮은 것 같아."
남편의 말을 듣고 살짝 걱정이 앞섰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한 발짝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숙소 안의 침실과 화장실 그리고 부엌을 살펴본 내 입에서 바로 이런 말이 나왔다.
"우와! 여기 진짜 잘 꾸려놨다."
분명 어두컴컴하고 퀴퀴했을 법한 공간이었다. 군데군데 창고로 쓰였던 흔적이 보였다. 그렇지만 투숙객들이 묵을 것을 생각해서 꼼꼼하고 치밀하게 호스트가 공간을 인테리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감탄했던 것은 욕실이다. 욕실이 물 한 방울 새지 않을 것 같은 방수페인트로 깨끗하게 색칠되어 있었고, 변기와 세면대, 샤워시설 모두 깔끔했다. 주방도 마찬가지였다. 잘 정돈되고 일관성 있는 그릇들이 쓰임에 맞게 제대로 정리되어 있었고, 게스트들이 음식을 싸서 트래킹을 갈 것에 대비해 비닐 랩과 뚜껑 있는 휴대용 그릇까지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숙소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마련되어 있었다. 세탁기는 있는 곳이 있을지 몰라도 건조기를 만난 집은 이 집이 유일했다.
보통 에어비앤비는 가정집 일부를 세 주는 공간이기 때문에 세간살이가 조금 너저분하다. 우리가 첫째 날 묵었던 집이 그랬다. 들쑥날쑥한 식기류와 언제 다 떨어졌을지 모르는 양념통들, 침실에 비해 너무 크고 호화로웠던 욕실이 이 집이 게스트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라기보다는 '집에 남는 방이 있으니 에어비앤비나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졌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 집은 달랐다. 좀 더 체계적인 계획 하에 완전히 분리된 집 한 채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호스트가 정말 꼼꼼했다. 우리에게 샤워실을 이용하고 나서 최소 20분 동안은 환풍기를 틀어 건조를 해줄 것과 분리수거는 따로 하지 말되 비슷한 류 끼리만 모아서 싱크대 위에 올려달라는 당부의 말, 주방 곳곳에 있는 소방설비들을 소개해주면서 유사시에는 자신에게 연락을 하라고 숙소에 도착하기 전 아주 긴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집에 도착하니 우리 인원수에 맞게 침구류도 세팅되어 있었고, 수건 수도 딱 맞았다. 어찌 보면 조금 타이트한(?) 호스트이기도 했지만 이런 성격의 사람이 이 정도의 숙소 운영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리 남편이 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것을 잘 관리하고 꼼꼼함에 일가견이 있는 남편이 이 일을 하고, 영어를 조금 하는 내가 게스트들과 소통을 맡는다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꽤 괜찮았다. 언젠가는 회사에 다니지 않게 되면 공기 좋고 아름다운 곳에 이런 숙소를 운영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게스트로 맞이하고 그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렇게 또 장래희망 하나가 추가되었다.